[비즈니스 포커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그룹 회장. 사진=HS효성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그룹 회장. 사진=HS효성
지난 2024년 7월 단행된 효성그룹의 계열 분리는 재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장남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의 ‘형제 독립 선언’은 단순한 지배구조 개편을 넘어 각자의 경영철학을 시험하는 출발점이었다.

독립 2년 차를 맞이한 현재 HS효성그룹을 이끄는 조현상 부회장의 행보는 파격이다. 지주사 대표이사라는 직함을 내려놓고 계열사 등기이사로 복귀, 직접 현장을 누비는 ‘야전 경영’을 택했다.

HS효성첨단소재의 2025년 성적표는 신생 그룹이 마주한 현실을 보여준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1574억원으로 전년 대비 28.3% 줄었고 매출은 3조2830억원으로 0.8% 소폭 감소했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156억원에 그치며 전년(781억원) 대비 79.98% 줄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타이어코드 수요 정체가 이익 구조를 뒤흔든 결과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56.69% 반등하며 ‘바닥 신호’를 보낸 점은 조 부회장이 야전 복귀를 결단하게 한 배경이다.

조 부회장은 본업인 타이어코드의 부진을 씻어낼 카드로 배터리 소재를 꺼내들었다. 글로벌 소재 강자인 유미코아와 실리콘 음극재 합작사(JV) 설립을 추진하며 차세대 배터리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이는 탄소섬유 등 기존 첨단 소재 역량을 배터리 영역으로 확장해 HS효성을 ‘토털 모빌리티 소재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과 만나 전장 소재 협력을 논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딜러십(HS효성더클래스)을 넘어 벤츠의 미래차 공급망(SDV·전기차)에 소재 파트너로 깊숙이 침투하겠다는 포석이다.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2025년 8월 11일 연세대 명예박사 수여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HS효성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2025년 8월 11일 연세대 명예박사 수여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HS효성
조 부회장의 경영 키워드는 ‘수성(守城)’과 ‘개척’이다. 베트남에서는 또럼 공산당 서기장 등 인적 자산을 활용해 기존 거점을 지키고 인도에서는 신규 시장을 공략한다. 메르세데스-벤츠와의 관계 격상은 ‘HS효성’이라는 브랜드를 완성차 업계에 각인시키는 전략이다.

당면 과제는 형님(효성그룹)의 그늘을 지워내면서도 기존의 전략 자산을 효율적으로 지켜내는 것이다. 그동안 효성의 해외 핵심 거점은 베트남이었다. 조 부회장은 이를 위해 자신만의 독보적인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가동했다.

올해 4월 초 국가주석까지 겸임하며 베트남 내 무소불위의 1인 체제를 구축한 또럼 서기장과의 인연은 결정적이다. 조 부회장은 지난해 8월 또럼 서기장을 연세대 명예법학박사 후보로 추천하며 한·베트남 양국의 가교 역할을 자처했다.

HS효성은 베트남에 타이어 보강재, 산업용 원사, 스판덱스 등 3개 공장을 운영 중이다. 현지 고용 인원만 1만 명 규모다. 업계에서는 또럼 체제에서 한국 기업의 투자 환경이 더 우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조 부회장은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나그푸르에 3000만달러(약 410억원) 규모의 타이어코드 공장 신설을 결정하며 ‘독자 노선’의 깃발을 꽂았다. 인도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이 한창인 기회의 땅이다.

조 부회장이 지주사 대표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현장으로 뛰어든 것은 불필요한 의전과 행정 절차 대신 고객사 협상과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최근 스틸 코드 매각을 철회하고 구조조정을 통한 원가 절감으로 방향을 튼 것이나 형 조현준 회장의 효성중공업 주식을 매입하며 전략적 연대를 유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형제간의 불필요한 마찰은 피하되 사업적 내실을 다져 독립 경영의 기반을 굳히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베트남과 인도를 잇는 거점 확보와 벤츠와의 파트너십 강화는 HS효성이라는 독자 브랜드를 시장에 뿌리내리게 할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