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파편화된 국내 방산 역량을 하나로 결집해 글로벌 시장에서 록히드마틴·에어버스 같은 거대 기업과 맞설 ‘내셔널 챔피언(국가 대표 기업)’을 만들겠다는 승부수로 풀이된다.
한화는 “사업 시너지 가치와 투자 가치를 모두 고려해 지분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향후 정부 주도의 KAI 민영화가 공론화될 경우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인수 또는 통합 등 추진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5000억 추가 투입해 지배력 강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4일 KAI 주식 10만 주(0.1%)를 추가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3월 자회사 한화시스템 등과 함께 지분 4.99%를 확보한 데 이은 추가 매입이다.
이로써 한화 측의 KAI 지분율은 5.09%로 늘어났으며, 자본시장법상 ‘5% 룰’에 따라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전격 변경했다.
한화와 KAI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인수 당시 KAI 지분 10%를 확보했으나, 2018년 재무 구조 개선 등을 이유로 전량 매각한 바 있다.
이번 지분 매입은 매각 7년 만의 재진입으로, 한화가 방산 통합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KAI는 한국수출입은행(26.41%)과 국민연금(8.33%)이 대주주인 사실상 국가 기간 방위산업체다.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6.92%)가 3대 주주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한화는 이번 매입으로 단숨에 4대 주주 자리를 꿰차며 경영권 전면에 등장했다.
한화의 공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한화는 올해 연말까지 총 5000억원을 투입해 KAI 지분을 추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 주가 기준으로 약 3% 이상의 지분을 더 확보할 수 있어, 연말이면 명실상부한 주요 주주로서 목소리를 낼 전망이다.
한화 관계자는 “주주로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회사의 경영 목적에 부합하도록 의사결정에 참여할 것”이라며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하겠다”고 했다.
최근 글로벌 방산 시장은 지상·해상·항공의 경계를 허무는 ‘통합 대형화’ 추세로 급변하고 있다. 최근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증명됐듯, 현대전은 위성과 AI(인공지능)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전(全) 영역 통합 작전’으로 전개된다. 덩치를 키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다.
한화가 KAI 경영 참여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이미 해외 선진국들은 ‘방산 공룡’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독일 라인메탈은 군함 건조 부문을 인수하며 영역을 넓혔고, 프랑스 에어버스와 탈레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는 미국 스페이스X에 맞서기 위해 우주 사업 부문을 전격 통폐합했다.
영국 BAE 시스템스와 미국 노스롭그루먼 역시 위성 및 발사체 기업을 잇달아 인수하며 ‘우주 주권’ 확보에 나선 상태다.
‘원팀 코리아’로 글로벌 수주 확대
한화그룹은 한화의 지상방산·엔진·레이더 기술과 KAI의 항공기 개발 능력이 결합하면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수출 비중이 50%를 넘어선 양사가 ‘원팀 전략’을 구사할 경우, 고정비 부담이 큰 항공기 사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수출 전선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양사는 KF-21 수출 협력과 국산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개발 등에서 손을 맞춰온 바 있다.
이번 협력은 지역 경제에도 훈풍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경남 창원의 한화와 사천의 KAI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거대한 ‘방산·우주 클러스터’가 형성된다.
지난해 기준 양사 매출 합계는 13조원, 직접 고용 인원만 1만 명에 달한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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