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경쟁 시대, 경제안보가 국가경쟁력이다[이정희의 경제돋보기]
미국의 관세 압박, 수출 통제 등 자국 우선주의 속에 전 세계적으로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러우전쟁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3중고(고물가, 고금리, 고환율)가 경제침체를 불러왔고, 이란 전쟁으로 석유화학 공급망 위기가 세계경제를 흔들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등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원을 통제하면서 세계 각국은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수출과 해외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자국 우선주의에 의한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이제 경제 문제는 민간 주도의 경쟁을 넘어 국가의 생존과 직결되고 있는 것이다. 원자재 공급망 위기가 커지면서 식량·에너지·광물 등 핵심 품목의 공급망 안정화와 첨단 기술·산업 우위 확보는 국가안보의 핵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 속에 반도체를 둘러싼 각축전도 심화되고 있다. 반도체 수출이 한국 경제를 이끌다시피 하고 있으며 주요국들의 반도체 기술과 인재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앞으로도 세계경제는 원자재 공급망의 안정적 확보와 첨단기술, 통상, 기후 안보 등의 패권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작금의 세계 패권경쟁에 대한 대응은 민간 차원의 경쟁을 넘어 국가안보 차원에서 대응하고 다뤄져야 할 것이다.

경제안보와 관련된 법령을 보면 재경부 소관의 공급망안정화법, 산업부 소관의 소재부품장비산업법, 자원안보법, 국가첨단전략산업법, 대외무역법 등이 있다. 이들 법령이 경제안보를 지키고는 있지만 이제는 경제안보가 해외 정보네트워크를 통한 국가안보 차원에서 대응해야 함을 고려할 때 그 역할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산업적인 측면과 함께 국가적 안보 차원에서 경제안보를 다루는 보다 강한 관리체계가 필요해 보인다.

그동안 경제안보와 관련된 사례들을 보면 러우전쟁과 이란 전쟁에 따른 원자재 공급망 위기,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위기, 일본의 소부장 수출규제, 중국의 희토류 수출규제, 미국의 반도체 수출규제·관세압박과 대미투자 요구 등이 있다. 주요 지역 분쟁 여파로 방위산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안보 차원의 관련 기술 보호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경제안보와 관련된 사안은 자국 우선주의와 패권경쟁 심화와 함께 점점 많아지고 있어 기존의 경제안보 체제로는 그 대응에 부족함이 클 수 있다. 결국 시대적인 변화 상황에 맞는 대응력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

최근 K-방산에 대한 세계적인 주목과 함께 수출도 증가하며 국가안보 차원이었던 방위산업이 이제는 국가안보와 함께 경제안보를 실현하는 새로운 수출 효자산업으로 발돋음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 수출경제에서 떠오르고 있는 방위산업은 이제 단순한 산업적 관점이 아닌 경제와 안보의 전략적 산업으로 키워져야 할 것이다.

이렇게 경제안보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으며 그 대상도 넓어지고 해외 정보 네트워크 활용 필요성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따라서 보다 중요해지는 경제안보를 위해서는 경제·산업부처와 함께 정보기관의 역할도 더욱 중요함을 인식하고 부처 간 협력체제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경제 및 기술 영역을 국가안보의 핵심변수로 인식하며 국정원의 직무에 경제안보를 포함하는 국정원법 개정작업이 현재 추진 중인 것은 다행이다. 아무쪼록 자국중심주의와 패권경쟁이 심화되는 작금의 세계적인 움직임과 함께 커지는 경제안보의 중요성에 보다 실질적인 대응으로 국가안보와 경제성장을 함께 이루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