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랠리에 통장 깼다"…한 달 새 9만명 떠난 청약시장
내 집 마련의 필수품으로 통하던 청약통장이 힘을 잃고 있다. 고분양가 기조와 대출 규제로 청약의 매력이 급감한 데다 증시 강세까지 맞물리면서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묶여 있던 대기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2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의 월별 청약통장 가입 현황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 총 가입자 수는 2593만4673명으로 집계됐다. 한 달 새 9만4826명이 감소하면서 그동안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2600만명 선이 무너졌다.

이 같은 대규모 이탈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치솟는 분양가와 강화된 대출 규제가 꼽힌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발표한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평)당 6355만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6000만원 선을 돌파했다. 전국 평균 분양가 역시 3.3㎡당 2140만5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분양가가 급등하면서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더라도 초기 계약금과 중도금 대출 제한 등으로 인해 입주 전 수억원대 현금이 필요해졌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주택담보대출 문턱까지 높아지면서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당첨이 돼도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첨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청약통장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 가점은 2023년 56.17점에서 2024년 59.68점으로 오른 데 이어 지난해 65.81점까지 상승하며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부 인기 단지에서는 만점에 가까운 가점을 확보해야 당첨권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세 역시 청약통장 해지 행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이은 증시 랠리에 소외감(FOMO)을 느낀 청년층과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장기간 묶여 있던 청약 자금을 해지해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고분양가와 대출 규제, 낮은 당첨 확률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기약 없이 청약을 기다리기보다 수익률이 높은 자산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직장인 김모씨(25)는 "치솟는 분양가 때문에 당첨이 돼도 대출 감당이 안 되는데, 당첨 확률마저 하늘의 별 따기"라며 "몇 년간 묻어둔 청약통장을 해지해 최근 강세를 보이는 반도체주와 미국 빅테크주에 분산 투자했다"고 말했다.

청약통장 가입자 감소는 단순히 분양시장 위축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청약저축 자금은 국민주택채권, 정부 출연금 등과 함께 주택도시기금의 주요 재원으로 활용된다. 주택도시기금은 디딤돌대출과 버팀목대출,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금융과 공공주택 건설 사업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청약통장 이탈이 장기화할 경우 기금의 안정적인 재원 조달 기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