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대기업 LVMH 주가는 올초 대비 25% 이상 주저앉았다. 한때 900유로에 접근하던 주가는 400유로대에서 거래된다. 케링그룹 주가 역시 올초 대비 18% 이상 빠졌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까지 덮치면서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업계의 분위기는 하반기부터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 명품 소비가 회복세로 바뀌고 있어서다. 또 브랜드 간 실적 격차도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올해를 ‘안정기로 접어드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 2026 하반기 트렌드 1. 개인 명품, 점진적 회복세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가 이탈리아 명품 제조업체협회 알타감마와 2026년 하반기 명품 산업 시장 전망 보고서를 발간했다.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2026년 전 세계 명품 소비는 1조4400억~1조4700억유로(2500조~26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 최대 2% 성장이다. 하반기부터 소비자들의 구매가 늘어나면서 시장이 안정화되기 때문이다.
개인 명품 시장은 2024년 3640억유로에서 지난해 3580억유로로 소폭 줄었지만 올해 3730억유로(약 661조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북미 시장에서 새로운 고객을 대거 확보하고 중국의 회복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북미 지역의 변화가 주목할 포인트다. 미국에서는 의류·가방뿐만 아니라 뷰티 제품의 명품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 명품 브랜드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15% 성장했다. 성장을 주도하는 것은 MZ세대다. 베인앤드컴퍼니는 “중상류층 명품 소비 증가율이 고소득층의 2배에 달한다”고 전했다.
중국 분위기도 좋다. 1분기 중국 온라인 명품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최대 35% 늘었다. ◆ 2026 하반기 트렌드 2. 스포츠에 대한 관심, 이제 필수로스포츠를 활용하는 사례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1년간 스포츠 이벤트를 후원한 명품 브랜드는 전체 시장의 80% 이상이다. 베인앤드컴퍼니는 “매출 성장보다는 문화적 신뢰도와 인지도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하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명품이 스포츠를 활용하는 이유는 젊은층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주요 경기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을 통해 전 세계로 송출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브랜드 노출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스위스 명품 브랜드 롤렉스가 가장 적극적이다. 롤렉스는 요트, 모터 스포츠, 골프, 테니스, 승마 등에 대한 후원에 나서고 있다. 2013년부터 11년간 후원해온 포뮬러1(F1)에 대한 후원은 2024년 중단하자 LVMH 태그호이어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 역시 지난 5월 F1 프랑스 레이싱팀 알핀의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2027 시즌부터 ‘구찌 레이싱’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게 된다. 구찌 최고경영자인 프란체스카 벨레티니는 “구찌 레이싱은 단순히 레이스 트랙에서의 존재감을 넘어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브랜드를 어디로 이끌고 가고자 하는지를 보여주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샤넬은 2024년 브랜드 설립 114년 만에 처음으로 스포츠 스폰서십을 발표했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간 보트 경주에 대한 후원이었다.
이 같은 전략은 바뀌는 ‘경험 중심의 명품’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스포츠는 경험 중심 마케팅에 가장 효과적인 통로로 꼽힌다. 스포츠 경기 관람 등을 통해 접하는 브랜드 이미지는 구매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맥킨지는 “감정적 연결이 지위보다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주요 요인”이라며 “경험은 점점 더 제품과 경쟁하며 소비자의 선택적 지출을 좌우한다”고 내다봤다. ◆ 2026 하반기 트렌드 3. 럭셔리 산업까지 침투한 AI인공지능(AI)은 소비자의 명품 구매에도 영향을 미쳤다.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개인 고객들이 AI를 통해 명품 브랜드를 발견하고, 비교하고, 구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명품 소비자 50% 이상이 구매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명품 소비자 4명 가운데 1명은 브랜드와 제품을 찾는 데 AI를 사용하고 있으며 소비자의 30% 이상은 제품 비교에 AI를 활용한다.
베인앤드컴퍼니는 “소비자들이 AI를 활용하는 플랫폼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발견하고 구매 결정을 검증하는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AI를 활용하지 않는 브랜드는 뒤처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여러 브랜드가 AI를 활용해 쇼핑 경험을 개인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LVMH는 명품 침체기를 극복하기 위해 AI 투자를 늘렸다. 공급망 계획, 가격 책정, 제품 디자인, 마케팅, 개인화 등에 AI를 활용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게 목표다. LVMH IT 및 기술담당 이사인 프랑크 르 모알은 “명품 시장은 모두에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샤넬과 케링그룹(구찌 모회사) 역시 고객들의 경험을 고도화 하고 초개인화를 위해 AI에 투자하고 있다. ◆ 2026 하반기 트렌드 4. 명품의 새로운 트렌드, 고급 호텔·개인 요트명품 정의가 소유의 개념에서 경험으로 달라진 것도 트렌드다. 휴가 기간이 포함된 올 하반기에는 그 변화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소비자들이 경험에 대해 갖는 선호도는 상품에 대한 선호도보다 1.5배 높다. 베인앤드컴퍼니는 이를 두고 “문화적 변화”라고 설명했다.
경험 분야는 대부분 성장세다. 고급 호텔, 개인 요트, 프리미엄 크루즈 등은 신규 고객을 꾸준히 확보하고 있다.
미술품 시장 역시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재조정으로 성장세를 회복하고 있다. 실제 지난 5월 미국 뉴욕 주요 경매에서 약 25억달러의 매출이 발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배 수준이자 3년 만의 최고 실적이다.
반면 기존에 명품으로 분류돼온 자산들은 영향력을 잃고 있다. 고급 자동차는 전기차 전환 트렌드에 판매 부진을 겪고 있으며 고급 와인 역시 젊은 세대의 무알코올 유행에 소비가 둔화하는 분위기다. 고급 가구 시장 역시 부동산 거래 감소로 코로나19 기간보다 상대적으로 성장이 줄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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