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폭염에 냉방시장 ‘들썩'...삼성·LG부터 JP모건까지 주목
연일 40도를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이 유럽 전역을 덮치면서 그동안 에어컨을 지구온난화의 주범이자 미국식 과소비의 상징으로 여겨온 유럽의 분위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현지 소비자들이 에어컨을 다급히 찾으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현지 특수를 누리는 가운데, 미국 월가의 거물 JP모건까지 프랑스 냉방 기업 인수전에 뛰어들며 유럽 냉방시장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1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유럽의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은 약 20% 수준에 불과하다. 프랑스 역시 최근 수요가 늘고 있음에도 보급률은 25% 안팎에 머물러 있다. 비교적 서늘했던 기후와 자연 환기를 선호하는 문화, 환경 보호를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맞물린 결과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폭염이 일상화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도로가 녹아내리고 사망자가 속출하자 냉방기기 사용에 부정적이던 프랑스 환경주의 진영에서도 “이제는 에어컨 없이 살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프랑스 정치권에서도 냉방 정책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급증한 에어컨 수요의 최대 수혜자는 중국 가전업체들이었다. 역사적 건축물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높은 인건비, 임대 주택 개조 제한 등으로 인해 벽을 뚫는 고정식 에어컨 설치가 쉽지 않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설치가 간편한 중국산 이동식 에어컨이 현지 시장을 빠르게 장악한 것이다.

한국 가전업체들 역시 유럽 냉방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LG전자는 실외기 설치 부담이 없는 맞춤형 이동식 에어컨을 앞세워 현지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밀려드는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경남 창원 에어컨 생산라인을 예년보다 앞당긴 4월부터 풀가동하고 있다. 실제로 올 6월 남유럽과 서유럽을 중심으로 두 자릿수 이상의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역시 유럽 냉방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스웨덴의 글로벌 공조기업 ‘플랙트그룹’ 인수를 추진하며 현지 거점 확보에 공을 들여온 삼성전자는 고효율 히트펌프 기술과 탄소중립 기준에 맞춘 친환경 프리미엄 제품군을 전면에 내세웠다. 설치 제약은 최소화하면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라인업으로 유럽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글로벌 자본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1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JP모건은 프랑스 냉난방 공조기업 아이덱스(Idex)를 최소 35억 달러(약 5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아이덱스는 파리 핵심 업무지구 라데팡스의 냉난방 시스템을 운영하는 알짜 기업으로 평가된다.

유럽이 냉방을 단순한 선택이 아닌 필수 인프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개인 소비자는 에어컨을 찾고 글로벌 투자자들은 냉난방 인프라 기업 확보에 나서는 등 유럽 냉방시장이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