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결정 당시 사건엔 신법 적용해야
[법알못 판례 읽기]
헌법재판소는 2024년 4월 이 민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올해 3월 기여분을 인정하는 쪽으로 민법이 바뀌었다. 이렇게 개정된 민법은 언제부터 적용할 수 있을까.
최근 부모를 모신 대가로 받은 재산을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서 제외하는 조치는 2024년 헌재가 관련법에 대해 위헌 결정할 당시 법원에 계류 중이던 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2억은 부모 부양의 대가?
2022년 11월 부모 A 씨가 사망하면서 자매 관계인 B 씨와 C 씨 사이 다툼이 벌어졌다. A 씨의 재산은 세 자녀에게 각 3분의 1씩 상속됐다. 그런데 A 씨가 남긴 재산은 약 31만원의 예금 채권뿐이었다. B 씨는 A 씨가 생전 C 씨한테 1억9803만원을 증여한 게 생각났다. 이에 B 씨는 이 돈도 분할 대상 재산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 씨는 2023년 본인 몫 유류분을 달라며 C 씨를 상대로 상속재산 반환청구 소송을 냈다. 유류분이란 피상속인(부모 등)의 의사와 무관하게 상속인이 받을 수 있는 유산의 최소 비율을 뜻한다. 특정 상속인이 유산을 독차지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1977년에 도입됐다.
유류분 기준 금액은 고인이 사망할 당시 남긴 재산뿐 아니라 생전에 가족 등에게 미리 준 재산을 모두 더해 계산된다. B 씨가 “A 씨가 C 씨에게만 준 약 2억원을 형제자매끼리 다시 나눠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런데 C 씨도 할 말은 있었다. C 씨는 27년간 A 씨를 부양했기 때문이다. 요양병원비나 휴대폰 요금 등도 다 C 씨가 냈다. C 씨는 “부모가 이 돈(약 2억원)을 증여한 것은 특별한 부양 내지 기여에 대한 대가의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1심은 B 씨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만 해도 재산분할 과정에서 부모를 부양한 자녀의 기여분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C 씨가 B 씨에게 2300만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항소심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 재판부는 “C 씨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론 C 씨가 통상의 수준을 넘어 망인(A 씨)을 특별히 부양했다거나 망인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만약 C 씨의 기여분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번 사건에선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판결 당시(2025년 12월)엔 부모를 부양한 자의 기여분을 유류분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심은 C 씨가 B 씨에게 2595만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참고로 반환 금액은 아래와 같은 계산법을 통해 산출됐다. 재판부는 A 씨가 2016년에 C 씨에게 준 1억9803만원의 현재 가치를 2억1632만원으로 봤다.
물가상승 등을 감안한 수치다. A 씨가 남긴 예금채권까지 더하면 유류분 기초재산은 2억1664만원이다. B 씨의 유류분율은 6분의 1(법적 상속분의 절반)이다. 2억1664만원을 6으로 나눈 값은 3610만원이다. 여기에 B 씨가 받은 순상속액(15만원)과 C 씨로부터 변제받은 1000만원을 빼면 2595만원이 나온다.
대법 “위헌성 없는 신법 적용”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헌재가 고인을 오래 부양한 상속인의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던 민법 1118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건 2024년 4월이다. 헌법불합치란 위헌 법률을 즉각 무효화할 경우 예상되는 사회적 혼란을 막고자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해당 법을 한시적으로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이에 따라 민법 1118조도 2025년 12월까지 유지됐다.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등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한데 대한 보상으로 이뤄진 증여’를 유류분 산정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 민법은 올해 3월 시행됐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구법이 아니라 위헌성이 제거된 신법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헌재가 구법 조항의 위헌성을 확인했음에도 일정 시한까지 계속 적용을 명한 것은 유류분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근거를 계속 유지할 필요성 때문”이라며 “기여분이 전혀 고려되지 않아 기여 상속인의 정당한 이익이 침해되는 기본권 침해 상태를 개선 입법 시행 시까지 계속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또한 “개선 입법의 소급 적용 여부와 범위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재량에 달린 것”이라며 “구법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적어도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에 비록 위헌 제청 신청은 하지 않았더라도 구법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되어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선 소급효가 미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 5월 20일 B 씨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돋보기] ‘불효자’에 대한 유류분 제외도 소급 적용
2024년 헌법재판소는 패륜 행위를 한 상속인에게 유류분을 인정하던 민법 조항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2024년 헌재 결정 당시 법원에 계류 중이던 사건에 이 개정 민법도 적용할 수 있다고 최근 판단했다. A 씨는 2021년 아버지가 사망한 후 재산 대부분을 상속받았다. 그러자 형인 B 씨가 본인 몫 유류분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B 씨는 아버지를 장기간 유기하고 재산을 횡령한 적이 있었다. A 씨는 형은 패륜 행위를 저질렀고 자신은 아버지를 부양한 만큼 유류분을 반환할 수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원심은 B 씨 손을 들어줬다. 옛 민법 조항을 따라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던 중 2024년 4월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은 민법 1112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패륜 상속인에게도 유류분을 인정하는 건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올해 3월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상속인에 대해 공동상속인 등의 청구로 가정법원이 상속권 상실을 선고할 수 있도록 민법이 개정됐다.
대법원은 개정 민법을 이번 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에 구법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되어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선 헌법불합치 결정의 소급효가 미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개정법에선 ‘공동상속인은 부양의무 위반 등 행위를 한 사람이 상속인이 됐음을 안 날부터 6개월 안에’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 청구를 해야 한다. 이에 따라 A 씨처럼 유류분 다툼을 진행 중인 공동상속인은 올해 9월 16일까지 관련 청구를 해야 한다.
이인혁 한국경제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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