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권 파워 '세계 2위'… 미국은 10위로 밀렸다
한국이 세계 여권 파워 2위를 유지했다. 20년 새 세계 11위에서 공동 2위까지 올라선 것이다. 반면 한때 세계 1위였던 미국은 20년 만에 공동 10위까지 내려앉았다.

국제 투자이민 컨설팅 업체 헨리앤드파트너스가 21일(현지 시각) 발표한 '2026년 7월 헨리여권지수'에 따르면 한국 여권은 비자 없이 방문하거나 도착비자를 받을 수 있는 국가·지역이 188곳으로 집계돼 일본, UAE와 함께 세계 공동 2위에 올랐다. 싱가포르는 192곳으로 1위를 유지했다.

헨리여권지수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비자 정보를 바탕으로 전 세계 199개 여권이 227개 국가·지역에 얼마나 자유롭게 입국할 수 있는지를 비교해 이동 자유도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올해는 지수 발표 20주년을 맞아 지난 20년간의 변화도 함께 분석했다.

특히 미국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미국은 2006년 덴마크, 핀란드와 함께 세계 공동 1위 여권을 보유했지만 올해는 공동 10위로 내려앉았다. 현재 미국 여권으로 비자 없이 방문하거나 도착비자를 받을 수 있는 곳은 180곳으로 20년 전보다 50곳 늘었지만, 다른 국가들의 외교력 강화와 비자 협정 확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동 순위를 포함하면 현재 미국보다 앞선 국가는 36개국에 달한다.

반면 아시아 국가들은 순위가 크게 뛰었다. 싱가포르는 20년 전보다 비자 면제 국가·지역이 70곳 늘어나며 세계 1위를 유지했고, 한국은 2006년 115곳에서 올해 188곳으로 73곳 증가해 일본, UAE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특히 UAE는 지난 20년 동안 비자 면제 국가·지역을 153곳 늘리며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헨리앤드파트너스는 이번 조사에서 여권 경쟁력 확대와 세계 평화 수준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세계평화지수를 발표하는 경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세계의 평화 수준은 12년 연속 악화됐으며, 국가 간 무력 충돌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조사 대상 163개국 가운데 119개국의 평화 수준이 2008년보다 낮아졌고, 최근 5년간 해외 분쟁에 관여한 국가는 103개국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헨리앤드파트너스는 평균 비자 면제 국가·지역이 2006년 58곳에서 올해 108곳으로 늘어나는 등 글로벌 이동성은 꾸준히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여권 경쟁력이 단순히 평화 수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도 설명했다. 지난 20년간 헨리여권지수와 세계평화지수를 비교한 결과 두 지표는 전반적으로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외교력과 지정학적 영향력, 경제력, 국제 협력 수준 등이 여권 경쟁력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과 미국이다. 한국은 세계평화지수 57위였지만 여권 경쟁력은 공동 2위를 기록했고, 미국은 세계평화지수 134위에도 불구하고 여권 경쟁력은 공동 10위를 유지했다. 헨리앤드파트너스는 이들 국가가 오랜 기간 축적한 외교적 신뢰와 경제적 영향력, 국제 협력 관계가 여권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티안 H. 케일린 헨리앤드파트너스 회장은 "여권 경쟁력은 한 국가의 지정학적 자본을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지표 가운데 하나"라며 "강력한 여권은 무역과 투자, 안보, 협력 측면에서 다른 국가들이 파트너로 삼고 싶어 하는 국가에 주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동의 자유는 국제사회가 해당 국가와의 관계를 얼마나 중요하게 평가하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라고 덧붙였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