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전 부르는 무기패러다임 시프트 ⑥
올해 전 세계 국방비 3조 달러 넘어 … ‘복지·평화배당금’ 종언, ‘전쟁배당금’ 시대로

1차 대전 전야 방불케 하는 군비 증강 경쟁 [홍영식의 이슈 워치]
다시 열전(熱戰)시대다. 탈냉전, 평화의 시대가 끝나고 전 세계가 상시 전쟁의 시대로 접어든 양상이다. 노르웨이 오슬로국제평화연구소(PRIO)가 6월 발표한 ‘세계 분쟁 동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발생한 국가 간 무력 분쟁은 8건, 어느 한쪽에 국가가 연루된 분쟁도 65건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다. 이로 인해 24만여 명이 사망했다. 우크라이나전이 4년 넘게 이어지고 이란전도 끝이 안 보인다. 이스라엘과 이란·하마스·헤즈볼라 전쟁, 수단·미얀마·예멘·시리아 내전, 아프카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 충돌, 카슈미르를 둘러싼 인도와 파키스탄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대만해협 무력 충돌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미국 일극 국제질서가 약화되면서 전쟁과 분쟁은 다극화, 다면화되고 있다. 미국에 의존하던 국제안보 환경이 유럽과 중동, 아시아 등 소다자주의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안보 각자도생 시대를 맞아 주요 국가들의 국방비 증가율은 냉전 이후 최대를 가록하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2조8870억달러로 사상 최대다. 올해 3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 백악관은 1조5000억달러 규모의 2027 회계연도(2026년 10월∼2027년 9월) 국방 예산을 추진하고 있다. 전년도보다 약 40% 증가했다. 2차 대전 이후 최대 수준의 증액이다. 국방비 ‘2000조 시대’가 멀지 않았다.
트럼프 압박, 유럽 군비 대폭 증액·징병 실시

유럽도 군비 증강 경쟁에 나서고 있다. 유럽은 2차 대전 후 재건이 급급해 미국에 안보를 크게 의존했다. 마셜 플랜도 민수산업이 우선이고 방위산업은 뒤로 밀렸다. 냉전기에 와서야 유럽은 독자 방산에 나섰다. 그러나 냉전이 끝나자 국방비를 대폭 축소하고 다시 미국에 안보를 기대면서 유럽 방산은 침체했다. 냉전기 3~6%를 차지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럽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율은 2000년대 1.2~1.5%까지 떨어졌다. 안보는 도외시한 채 복지, 교육 등 부문 지출을 늘렸다. 안보 비용 대신 복지·평화배당금을 톡톡히 누린 것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토 탈퇴를 시사하고 독일 주둔 미군 감축과 국방비 증액을 압박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러시아의 다음 타깃은 발트3국이란 얘기가 나돌면서 자강 고삐를 죄고 있다. 유럽의 지난해 국방비는 전년보다 14% 늘어났다. 독일의 재무장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독일군을 유럽 최강 군대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독일은 2026년 국방비를 25% 늘린 1082억유로를 배정했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최대 8000억유로를 동원하는 재무장 계획을 발표했다. 1500억유로 규모의 자체 무기 공동 구매 대출 프로그램도 출범시켰다. GDP 대비 직접 군사비 3.5%, 안보 인프라 구축 등 간접 투자비 1.5% 등 계획도 내놨다.

유럽은 군사비 재원 마련을 위해 복지 분야 지출을 줄이고 있다. 핀란드는 2027~2030년 재정계획에 의료·사회복지 분야 5억4000만유로 규모의 세출을 삭감했다. 대신 국방 분야에 11억3000만유로를 추가로 배정했다. 프랑스도 올해 국방비를 13% 늘리는 대신 복지 분야 지출을 줄였다. 복지·평화배당금에서 전쟁배당금으로 방향 전환한 것이다. 다만 제대로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복지 삭감에 따른 국내 반발이 적지 않다. 병력 확충에도 나서고 있다. 덴마크와 노르웨이는 남녀 징병제를 도입했고 스웨덴은 내년에 이를 실시하기로 했다. 크로아티아는 징병제를 복원했고 독일도 징병제 부활 논의를 하고 있다.
일본, 살상무기 수출 허용·전쟁 가능 국가로

일본은 재무장에 나선 모습이다. 방위 예산을 2026 회계연도에 9.4% 늘린 9조4000억엔을 책정했다. 사상 처음 9조엔 벽을 넘은 것이다. GDP 대비 약 1.9%로 2027년 2%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장거리 미사일과 방공망 확충, 드론과 무인 체계 증강, 차세대 전투기 개발 등 중국과 북한 위협 대응에 집중 투자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원칙적으로 금지됐던 살상무기 수출을 허용하는 방위장비 이전 3원칙과 그 운용지침 개정을 단행했다. 구난, 수송, 경계, 소해(바다 기뢰 등 위험물 제거)라는 목적에 방위장비 수출을 제한해오던 것에서 원칙적으로 무기 수출이 가능한 나라가 됐다. 전쟁 가능 국가를 위한 평화헌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에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과 SM-6 미사일 발사 체계인 타이폰을 장기 배치하기로 했다. 중국을 사정권에 둔 것이다. 비핵 3원칙(보유·제조·반입금지)도 흔들리고 있고 사나에 총리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도 시사했다.

중국도 국방 증강에 적극적이다. 올해 국방 예산 규모는 전년 대비 7.0% 증액한 1조9095억위안이다. 사상 최대 규모이며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중국은 ‘2027년 건군 100주년 핵심 전력 완성’ 및 ‘2035년 군 현대화 달성’을 목표로 항공모함을 비롯한 군함·잠수함 건조, 육해공 기반의 핵전력 3축 체계 구축,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등에 집중하고 있다. 건조 중인 중국의 항공모함은 미국 신형 포드급 항모보다 더 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원자력 추진을 포함해 모두 9척의 항모를 2030년대 중반까지 배치할 계획이다. 중국판 이지스함 등 각종 군함들이 조선소에서 찍혀나오듯 하고 있다. 중국은 군함 수에서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감시와 전투 의사 결정 및 무기 역량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위협에 맞서 대만은 올해 국방 예산을 전년 대비 약 22% 늘린 9495억 대만달러로 책정했다. GDP 대비 3.32% 수준이다. 대만은 2030년까지 GDP 대비 5%를 국방비에 투입한다는 목표다. 북한은 ‘핵무력의 실전화 및 고착화’, ‘재래식 전력의 현대화’ 두 축으로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핵 운반 수단으로 미국 본토 타격용 대륙간탄도미사일(화성-19형 등), 주일 미군기지를 겨냥한 중거리 탄도미사일(화성-10 등), 한국 공격 수단인 KN 계열 및 초대형 방사포 등을 실전 배치했다. 현대전의 핵심인 전자전 및 감시 역량을 강화한 지휘·전술 체계 개편, 해군 함정 현대화와 드론 증강도 서두르고 있다.

상대에 뒤처지는데 대한 두려움이 군비 증강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마치 제1차 세계대전 직전 영국과 독일, 러시아 등의 군비증강 경쟁을 보는 것 같다. 국제질서 유지자 역할을 해 온 미국은 안보 부담을 동맹에 지우고 있다. 미국의 안보 우산 속에서 누린 ‘평화배당금’의 종언이다. 한국도 미국의 확장 억제에만 기댈 수 없다. 핵 대응을 비롯한 안보 자강을 갖추지 못하면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게 냉엄한 현실이다. 더군다나 핵 확산 고삐도 풀리고 있고 AI 장착 무기 등으로 ‘전쟁 패러다임 시프트’ 시대를 맞고 있다.(⑦회에 계속)

홍영식 한국핵안보전략포럼 운영위원(전 한국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