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간 M&A로 인재영입 치열
조직 통째로 영입한 사례도
각 로펌은 법조계와 정치, 경제, 산업계 핵심 관료를 빨아들이며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컨설팅 조직으로 진화했고 로펌 간 M&A가 활발해지면서 인재 영입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복잡하게 얽힌 경영 리스크를 한꺼번에 풀어낼 수 있는 인적자원이 곧 로펌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세종, 올해 6개 조직 신설대형 로펌 중 전문조직 신설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세종이다. 세종은 올해 상반기에만 기업형사, 위기대응, 통상, AI, 노동, 거버넌스 등 기업 수요가 증가하는 6개 조직을 새로 꾸렸다.
로펌의 인재 영입은 단순한 인원 보강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조직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제도 변화로 신규 수요가 열린 헌법 분야와 규제 대응이 복잡해진 금융 분야에 인재 확보전이 집중됐다.
재판소원 제도 시행으로 새로운 법률시장이 열린 헌법 분야에서는 전직 헌법재판관과 헌법연구관 출신을 잇달아 영입했다. 광장은 헌재사무처장을 지낸 김정원 변호사를 필두로 헌법재판팀을 공식 출범시켰다. 율촌은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고문으로 영입해 기존 재판소원 태스크포스에 무게를 더했다.
세종은 헌재 수석부장연구관 출신 신동승 변호사와 부장연구관을 지낸 김현영 변호사를 영입했다. 화우는 헌재 선임연구관 출신 류지현 변호사를 각각 영입했다. 지평은 기존 헌법행정팀을 재판소원센터로 확대 개편했고 바른도 재판소원대응전담팀을 신설했다.
금융·경제규제 분야에서도 감독당국과 경제부처 출신 인재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했다. 기업 내부통제와 가상자산, 기업결합, 공정거래, 조세 등 기업의 규제 리스크가 복잡해지면서 로펌의 영입 경쟁도 법조 전관에서 경제정책과 감독 실무를 아는 인재로 확장되고 있다.
김앤장은 올해 4월 기존 내부통제팀과 자금세탁방지팀을 통합·확대해 ‘금융리스크컨설팅센터’를 출범시켰다. 센터에는 변호사와 회계사, 금융·IT 전문가 등 업계 최대 규모인 100여 명이 참여한다. 센터장은 국내 주요 회계법인에서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컨설팅을 이끈 전종무 회계사가 맡았다. KPMG에서 약 20년간 지배구조·리스크·컴플라이언스(GRC) 조직을 이끈 문철호 전무도 합류해 내부통제 컨설팅 역량을 보강했다.
김앤장은 글로벌 조세 분야의 조직도 확대했다. 2022년 설립한 ‘신국제조세연구소’를 올해 ‘글로벌조세대응센터’로 개편해 국제조세와 통상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범위를 넓혔다.
광장은 올해 금융당국과 산업 현장을 두루 경험한 인재를 대거 영입했다. 금융규제팀 공동팀장인 신상록 변호사는 금융위 자본시장조사총괄과장을, 한서희 변호사와 안병남 수석전문위원은 각각 금감원 가상자산검사·감독 준비단과 가상자산감독총괄팀장을 지냈다. 채문석 고문은 금감원에서 제재심의와 은행검사 업무를 담당했다. 정완규 전 여신금융협회장과 최대현 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도 고문으로 합류했다. 공정거래 분야에서는 공정위 심판관리관과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을 지낸 오규성 변호사를 영입했다.
세종은 지난해 지철호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과 임성빈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영입한데 이어 올해 민병진·조효제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이충연 전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본부장을 영입했다. 공정거래와 조세에 이어 금융감독, 거래 분야까지 경제규제 인력의 외연을 넓힌 것이다.
율촌에는 국무총리실 출신 박창호 고문과 한국산업은행 출신 이영재 고문에 이어 금융감독원과 두나무를 거친 이영혜 변호사가 합류했다. '블루오션' 재판소원·방산 인재영입 속도로펌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방산 역시 고위 관료 영입 경쟁이 치열했다. 세종은 김정수 전 해군참모총장과 이창희 전 국방기술품질원장, 강중희 전 방위사업청 항공기사업부장을 잇달아 영입했다. 초대 공군검찰단장을 지낸 김영훈 변호사를 중심으로 군 지휘체계부터 무기체계 품질관리, 방산사업 집행까지 아우르는 방산·국방팀을 구축했다.
광장은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지평은 방위사업청 계약관리본부장과 미래전력사업본부장을 지낸 손형찬 고문을 영입해 글로벌방산안보팀의 자문 영역을 국방계약·방위사업 자문 영역으로 넓혔다. 화우는 방위산업체 출신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공공계약센터를 출범했다.
팀 통째로 영입한 화우·지평영입 단위도 개인에서 조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미 손발을 맞춰온 변호사와 고문, 전문위원, 회계법인 출신 컨설턴트를 팀 단위로 확보해 새로운 사업 조직을 곧바로 출범시키는 사례다. 화우는 지난 2월 금감원 자금세탁방지실장 출신 박상현 고문과 함께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AML 컨설팅팀을 통째로 영입했다
지평도 2024년 덴톤스 리 법률사무소 노동팀을 이끌던 김용문 변호사를 비롯해 변호사와 외국변호사, 고문, 전문위원 등 8명을 팀 단위로 영입했다. 이를 통해 노동송무 중심의 기존 역량에 인사·노무 자문과 산업안전, 중대재해 대응 컨설팅을 한꺼번에 보강했다. 지평은 앞서 법무법인 넥서스의 이준혁 대표변호사를 포함한 부동산금융 전문변호사 12명을 영입해 부동산 실물거래와 리츠, 개발사업 자문 분야를 강화하기도 했다.
한 대형 로펌의 경영담당 변호사는 “기업이 로펌에 기대하는 역할은 소송 대리와 법률 해석을 넘어 정책·산업·기술 리스크를 함께 풀어내는 종합 컨설팅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런 역량은 단기간에 내부에서 키우기 어려운 만큼 전문 인재를 영입하거나 강점을 가진 로펌끼리 손을 잡아 규모의 경제를 이루를 방식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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