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제조업은 AI와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생산 공정을 자동화·최적화하는 차세대 제조 산업을 뜻한다.
지난 6월 ‘3대 메가프로젝트’로 한국의 AI 투자가 구체화됐다. 정부가 발표한 약 1461조원+α 규모의 투자가 향후 10년간 집행될 경우 한국은 1990년대 이후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 비중이 20%를 웃도는 투자 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사적으로 한국 경제는 GDP 대비 20%를 넘는 투자가 나타났던 시기에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중공업에서 첨단제조업으로 전환돼 왔다. 향후 AI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지금이 한국 경제가 첨단제조업에서 ‘지능제조업’으로 도약하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능제조’의 중심에 있는 AI DC(데이터센터) 산업은 전력과 용수가 풍부한 곳을 따라 이동한다. AI DC 투자는 현금 중심에서 레버리지 기반으로, 투자 주체는 빅테크에서 비(非)빅테크 기업으로, 투자 지역은 미국에서 미국 외 지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AI 기업들은 사용처와 입지조건을 고려해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데이터센터 투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왜 한국인가?
미국 전력 부족으로 글로벌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저렴한 전기요금과 풍부한 전력 수요,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춘 아시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2GW 이상의 신규 시설을 건설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조호르는 아시아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다.
조호르의 뒤를 이을 유력한 시장으로 한국이 꼽힌다. 한국은 안정적인 전력 계통과 정치적 안정성, 낮은 자연재해 위험을 강점으로 갖췄다. 무엇보다 전기요금이 말레이시아보다 저렴한 데다 정부 지원으로 추가 인하 가능성도 제기됐다. 수도권은 전력 공급 여력이 부족하지만 지방 변전소는 비교적 여유가 있다. 재생에너지는 전력구매계약(PPA)을 기반으로 단기 성장 모멘텀이 가장 강하고 신규 원전도 추가될 가능성이 높아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분기점이 될 것이다.
용수 문제는 물의 총량보다 분배가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AI 데이터센터는 드라이쿨러(Dry Cooler) 도입으로 물사용효율(WUE)을 개선할 수 있으며 낮은 건설비와 소버린 AI 육성 정책도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메모리 사이클은 어떻게 달라질까?
AI DC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대규모 메모리 수요가 사전에 확보되는 효과가 있다. 이에 따라 메모리 산업 특유의 호황·불황 사이클은 길어지고 가격 변동성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팹리스와 파운드리 업계는 ‘선주문·후생산’ 구조를 기반으로 실적 가시성과 가격 안정성이 높아 기업가치를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받았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는 ‘선생산·후판매’ 구조의 범용 제품 특성상 공급 부족과 과잉생산이 반복되는 사이클이 나타나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최근 메모리 업종은 미국 실적 시즌에 접어들며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의 현금흐름 악화 우려로 주가 조정을 받았다. 하지만 AI DC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사업이 아닌 사활 경쟁임에 주목한다. 머지않아 CSP 투자 의지를 재확인하고 메모리 구매 경쟁과 업체들의 주주환원 정책으로 투자심리를 회복할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브로드컴과 2000억달러 규모의 사업 협약을 발표했다. 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과 파운드리 협력이 목적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등을 대상으로 HBM4 공급가를 시장 평균 이상으로 견인하며 주도력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4분기 내 주주환원 정책이 재평가를 이끌고 빠르면 이번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가시화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영업이익 60조1000억원을 기록하고 세전이익은 코스피 상장사 최초로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기대 수준 대비 가격 상승률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단기적인 시각일 뿐이다. 최근 장기공급계약(LTA)과 지분 교환, 합작법인(JV) 설립 등 파트너십이 중장기 수요 예측력을 높이고 신규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SK그룹 최대주주 관련 이슈로 핵심 수익원인 SK하이닉스의 배당 확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오승주 인턴기자 seungjuoh@hankyung.com
© 한경매거진&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