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의 경계를 허무는 셰프, 본질과 대중성 사이의 균형 과제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2’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 하는 손종원 셰프. 사진=연합뉴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2’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 하는 손종원 셰프. 사진=연합뉴스
오늘날 K-푸드는 타국의 리더들과 예술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강력한 소프트파워로 자리 잡았다. 최근 한국 미식 업계에서 뜨거운 조명을 받는 인물 중 한 명은 손종원 셰프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과 배우 맷 데이먼, 샤를리즈 테론 등 내로라하는 할리우드 거물들이 방한과 동시에 그의 레스토랑을 찾았다는 소식은 오늘날 K-미식의 위상이 어디까지 확장됐는지를 단적으로 증명해준다.

특히 놀런 감독의 생일 기념 만찬에서 영화 ‘오디세이’의 핵심 상징인 트로이 목마를 차용해 오마주한 디저트를 선보인 일화는 그가 단순히 미각적 만족을 주는 단계를 넘어 식탁 위에서 영화적 서사와 감동을 완벽하게 직조해내는 천재적 기획력의 소유자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나아가 청와대 상춘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와의 국빈 만찬을 주도하며 국가적 의전의 중책을 전면에서 완수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그가 이미 일개 레스토랑의 헤드 셰프라는 울타리를 넘어 한국의 고유한 식문화를 세계무대에 각인시키는 트렌디하고 강력한 문화적 사절이자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구축했음을 의미한다.

그에게 미식은 단순한 영양 섭취의 수단을 넘어 언어와 국경의 장벽을 가볍게 뛰어넘어 인간의 오감을 교감시키고 마음을 깊숙이 연결하는 우아하고 강력한 현대적 소통의 언어인 셈이다.
8월 2일 영화 ‘오디세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맷 데이먼, 샤를리즈 테론, 엠마 토마스 프로듀서가 손종원 셰프의 레스토랑을 찾았다.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X
8월 2일 영화 ‘오디세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맷 데이먼, 샤를리즈 테론, 엠마 토마스 프로듀서가 손종원 셰프의 레스토랑을 찾았다.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X
Appearance
민트색 앞치마에 담긴 철학, 절제와 신뢰의 조형미


손종원 셰프의 스타일은 ‘절제’와 ‘전문성’의 조화를 기반으로 한다. 방송에서는 블랙을 비롯한 베이지 컬러의 앞치마도 종종 하지만 그의 시그니처 앞치마 컬러는 민트색이다. 주방 복장의 권위적 엄숙함을 파스텔톤의 친화력으로 치환하며 그가 지향하는 소통형 리더십을 시각화한다.

상황에 따른 복장의 변주 또한 치밀하다. 격식이 요구되는 청와대 만찬에서는 단정한 조리복 위에 민트를 레이어드해 평화로운 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일상과 화보에서는 톤온톤 셋업을 활용해 전문적인 단호함과 예술가적 유연함을 동시에 투영한다. 이는 기능적 요구를 충족하면서도 대중적 매력을 확보하는 고도의 연출이다.

학계가 일컫는 ‘시각적 일관성의 전략적 변주’처럼 그는 상징적 도구를 고수하되 색감과 매칭을 조율해 자신의 정체성을 재정의한다. 이러한 방식은 대중에게 신뢰를 부여하는 동시에 요리사를 넘어 하나의 트렌드 세터로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세심한 연출력은 그의 요리 철학을 더욱 선명하게 빛낸다.
손종원 셰프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생일을 기념해 영화를 상징하는 트로이 목마를 모티브로 특별 제작한 디저트를 선보였다.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X
손종원 셰프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생일을 기념해 영화를 상징하는 트로이 목마를 모티브로 특별 제작한 디저트를 선보였다.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X
Behavior
주방 안팎을 넘나드는 태도, 신뢰를 쌓는 현장성


그의 행동 양식은 ‘현장성’과 ‘진심’으로 요약된다. 흔히 셰프들은 주방에 갇혀 있기 마련이지만 그는 경기장의 시구자로서, 때로는 영화감독의 생일을 챙기는 기획자로서 주방 밖으로 과감히 나선다.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의 시구 사례는 그가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 대중과 접점을 만들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한 달간 피칭 수업을 받는 성실함은 그가 단순히 요리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주체적으로 탐구하는 입체적인 인물임을 증명한다.

마크롱 대통령 만찬에서도 그는 메뉴를 설명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는 요리사가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 요리라는 매개체를 통해 대화를 끌어내는 ‘호스트’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에게 행동은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상대방과 호흡하기 위한 적극적인 제스처라고 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가 4월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친교 만찬에서 손종원 셰프의 음식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 부부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가 4월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친교 만찬에서 손종원 셰프의 음식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청와대
Communication
소통의 깊이, 요리라는 언어를 통한 서사


손종원 셰프의 소통 스타일은 ‘경험의 공유’에 집중된다. 그는 요리 결과물뿐만 아니라 그 과정, 그리고 즐기는 사람들의 반응을 세심하게 기록한다. 넷플릭스 등 예능 출연은 그의 소통 능력을 대중에게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경쟁 프로그램에서 그가 보여주는 태도는 자기 요리 철학을 굽히지 않으면서도 타인의 요리를 존중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방식은 요리사의 자존심과 타인에 대한 예의가 공존할 때 발생하는 깊은 신뢰감을 전달한다.

특히 ‘팀 오디세이’에 제공된 특별 디저트처럼 그는 상징물을 활용해 상대방의 문화와 취향을 정확히 저격하는 소통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에게 SNS는 단순한 홍보 수단이 아니라 요리 철학을 대중과 나누고 피드백을 수용하는 시스템이다.

더 높은 도약을 위해 극복해야 할 세 가지 과제

이제 손종원 셰프는 한국을 넘어 글로벌 미식 씬의 주역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거장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극복할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미디어 소비’와 ‘본질적 전문성’ 사이의 균형이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부수적인 활동에 에너지가 분산될 위험이 있다. 레스토랑의 맛과 퀄리티를 유지하는 것은 그가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다.

둘째, ‘개인 서사’를 넘어선 ‘시스템 구축’이다. 현재의 인기는 개인의 매력에 크게 의존한다. 한국 식문화를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그만의 노하우가 체계화돼 ‘제2의 손종원 셰프’를 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중성’과 ‘고급 미식’ 사이의 포지셔닝이다. 고급 레스토랑의 셰프이자 방송인인 그는 대중에게는 친근해야 하지만 고급 미식의 가치는 유지해야 한다. 이 모순적일 수 있는 두 가치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조화시킬 것인지가 그를 시대를 상징하는 ‘미식의 거장’으로 만들 분기점이 될 것이다.

그가 지금껏 보여준 치열한 고민을 바탕으로 이 과제들을 어떤 방향으로 수행할지, 그리고 K-미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어떻게 정립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