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주주환원’ 합격점 양종희 회장 우위
사실상 마지막 도전 이재근 전 국민은행장
영남권 출신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눈길

양종희 우위 속 이재근, 권광석 도전장 KB회장 누구?[김보형의 뷰파인더]
총자산 830조원의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 차기 회장 후보군이 3명으로 압축됐다. 양종희 KB금융 회장과 이재근 KB금융 글로벌·자산관리(WM)·중소기업금융(SME) 부문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등 3명이 최종 후보균(2차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현직인 양종희 회장에게 내부(이재근)와 외부(권광석) 후보가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이 변수로 꼽혔지만 발표가 늦어지면서 KB금융 회장 선임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투명한 일정 공개 돋보여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8월 27일 차기 회장 후보군 6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한 뒤 2차 숏리스트를 이들 3명으로 압축했다고 밝혔다. KB금융 회추위는 지난 6월 2일 차기 회장 선임 절차 시작(롱리스트 12명)을 알리면서 1차 숏리스트 6명 선정(7월 3일)부터 2차 숏리스트 3명 확정(8월 27일)에 이은 최종 후보 1인 선정(9월 11일)까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일정을 미리 공개했다. KB금융의 이번 조치는 금융지주의 ‘깜깜이’ 회추위 문제를 개선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이 언론을 통해 외부에 일정을 공개한 것 자체가 투명하고 공정한 선임 절차의 첫 단추”라고 평가했다.

KB금융 회추위는 공개한 일정대로 9월 11일 양종희 KB금융 회장과 이재근 KB금융 WM·SME 부문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등 최종 후보 3명을 대상으로 추가 심층 면접을 진행한 뒤 차기 회장 후보 1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최종 후보가 관련 법령에 따른 자격 검증을 통과하면 10월 2일 회추위와 이사회 추천을 거쳐 1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된다. 현 양 회장의 임기는 11월 20일까지다.

○양종희 ‘리딩금융’ 압도적 실적

금융권에서는 실적과 주주환원 성과 등을 감안할 때 양종희 회장의 연임에 무게를 싣고 있다. KB금융은 양 회장 취임 이듬해인 2024년 금융지주 최초로 순이익 ‘5조 클럽’ 입성을 시작으로 작년에도 순이익 5조원(5조8430억원)을 달성하며 줄곧 ‘리딩금융’(순이익 1등 금융지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KB금융은 올해 상반기에도 3조8846억원의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올 연간으로는 순이익 6조원 돌파도 유력한 상황이다. KB국민은행 출신이면서도 KB손해보험 대표(2016~2020년)를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KB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이익 기여도를 44%까지 끌어올린 점도 돋보이는 부분이다.

KB금융은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주주환원율 52%를 달성했다. 주주환원율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통해 주주 몫으로 돌아간 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양 회장 취임 당시 5만원대였던 주가는 현재 17만원을 웃돈다. 80%에 가까운 외국인 주주들이 양 회장 체제에 만족하는 이유로 꼽힌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 연임 안건 문턱을 높이더라도 양 회장 연임 안건의 주주총회 통과가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상법상 ‘일반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의 과반수(50%)가 찬성하면 통과되는 금융지주 회장 연임 안건을 출석 주주 3분의 2(66.7%) 이상 찬성을 요구하는 ‘특별결의’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지주 IR 담당 임원은 “양 회장은 출석 주주 4분의 3 이상(75%)이 찬성이 필요하도록 법을 고치더라도 손쉽게 문턱을 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총에 앞서 KB금융 차기 회장 후보 1인을 선출하는 회추위 구성도 현직인 양 회장에게 우호적이라는 평가다. 조화준 위원장을 비롯한 최재홍·차은영·이명활·김성용·김선엽·서정호 이사 등 사외이사 7명으로 꾸려진 회추위원 중 4명(차은영·이명활·김선엽·서정호)이 양 회장 취임 이후 합류했다.

○이재근 ‘재무통’ 검증된 은행장

이재근 부문장은 KB국민은행장(2022~2024년)을 지낸 KB금융 내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꼽힌다. 이 부문장은 지주와 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내며 양 회장의 전임인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의 신임을 받았다. KB국민은행을 ‘리딩뱅크’(순이익 1등 은행)로 도약시켰다는 점에서 경영 능력은 검증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양 회장 취임 이후 KB금융이 지주 부회장제를 폐지한 만큼 과거에 비해 지주 부문장의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2023년 KB금융 회장 선임 당시엔 내부 출신 숏리스트 4인 중 3인(양종희·허인·이동철)이 지주 부회장이었고 2차 숏리스트 3인 중 2인(양종희·허인)이 이름을 올린 끝에 양 회장이 선출됐다. KB금융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윤 전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육성한 3년 전 양종희·허인·이동철 부회장과 달리 현재 이재근 부문장은 실무형 경영진에 가깝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부문장 입장에서는 이번이 사실상 KB금융 회장에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양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경우 KB금융 내 핵심 경영진도 세대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재근 부문장을 비롯해 이창권 미래전략부문장, 김성현 CIB마켓부문장 등 3부문장 체제도 바뀔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재관 KB국민카드 대표와 정문철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 등이 후보로 꼽힌다.

○권광석, 영남권 4대 금융지주 회장

외부 후보인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은 4대 은행장 출신의 중량감을 갖춘 인물로 꼽힌다. 우리은행에서 인사, 조직, 전략, 홍보, 외환, 투자 등 핵심 업무를 두루 맡았다. 우리은행 IB그룹장과 우리PE자산운용 대표를 지내는 등 자본시장 경험도 갖추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도 지냈다. 정재계의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도 권 전 행장의 강점으로 꼽힌다. 민주당 계열 인사들과의 친분도 두터운 편으로 알려졌다.

권 전 행장은 2024년 DGB금융지주(현 iM금융지주) 차기 회장 최종 후보 3인에도 포함됐다. 울산(학성고) 출신으로 영남권 인사라는 점도 눈길이 가는 부분이다.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영남권 출신이 없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전북 전주)은 전주고를 나왔고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전북 임실)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전남 보성)도 출생지는 호남이다. 진 회장(덕수상고)과 임 회장(영동고)은 중·고등학교는 서울에서 나왔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충남 부여)은 충청 출신이다.

KB금융이 공정한 경쟁 차원에서 외부 후보자에게 불리함이 없도록 한 점도 권 전 행장에게 긍정적인 요인이다. KB금융 회추위는 내부 경영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는 한편 외부 후보자에 대해 인터뷰 기회를 두 차례로 늘리고 인터뷰 시간도 내부 후보자보다 더 주기로 했다. 그럼에도 조직 이해도 측면에서는 양 회장과 이 부문장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KB금융의 ‘KB’는 모태인 국민은행(Kookmin BanK)의 영문 표기(KB)에서 따왔다. 그런데 최근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선 KB금융을 ‘코리아 뱅크(Korea Bank)’라고 부른다고 한다. 국책은행인 한국은행의 영문 표기인 ‘뱅크 오브 코리아(Bank of Korea)’와 헷갈릴 정도다. KB금융이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사라는 의미로 읽힌다. 차기 KB금융 회장의 어깨가 그만큼 무겁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