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뛰는 건 끝"...로봇 시장, '손'의 전쟁
로보틱스 역설, 이른바 ‘모라벡의 역설’이 있다. 인간에게 쉬운 일이 로봇에게는 어렵고, 반대로 복잡한 계산같은 어려운 일이 로봇에게는 쉽다는 것이다. 걷고 뛰는 단계를 넘어 정교한 손동작을 구현하는 일이 로봇 시장의 주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QY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멀티 핑거 로봇 핸드 시장 매출 규모는 2024년 9270만달러에서 2031년 50억3817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5~2031년 연평균 성장률(CAGR)은 68.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로봇 핸드는 가정용으로 활용도가 높다. 황보제민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는 “가정에서는 접시를 잡은 채 세제 펌프를 누르거나, 청소기를 쥔 채 버튼으로 강약을 조절하는 것처럼 정교한 손 기술이 있으면 로봇이 유연하게 작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장에서도 로봇 손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인텔로에 따르면 제조업체들은 촉각 센서를 단 로봇으로 정밀 조립 생산성을 최대 40%까지 끌어올리고, 불량률을 15~20%에서 2% 미만으로 낮추고 있다.

자본시장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올 상반기 글로벌 휴머노이드 출하량 1위를 기록한 애지봇(AgiBot)에서 분사한 로봇 손 스타트업 애지링크(AgiLink)는 설립 150일 만에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3800억원)를 넘기며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 최초 고자유도 로봇 손 양산 체제를 구축한 중국 링커봇(LinkerBot)도 지난 4월 기업가치 30억달러(약 4조1500억원)를 인정받았으며, 다음 라운드에서는 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벤처기업에서도 관련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테솔로는 5개 손가락과 20개 관절을 갖춘 로봇 핸드 ‘DG-5F’를 확보했다. 로보스타는 협동로봇용 그리퍼와 로봇 핸드, 라온테크는 반도체 이송용 로봇 핸드를 보유하고 있다. 에이딘로보틱스는 촉각·힘토크 센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시장은 커져 가지만 로봇 손을 만드는 것은 여전히 '고난도' 과제다. 황 교수는 "(손은) 근육과 관절이 많은데 정작 크기는 작다 보니, 좁은 공간에 모터와 관절, 센서를 모두 넣어야 한다”며 “부품이 작아질수록 고장이 잘 나고 만들기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지난해 로스앤젤레스 행사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처럼 손을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려운 기술적 과제라고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시장 주도자가 정해지지 않은 핸드·그리퍼 분야에서 국내 중소·벤처기업이 기술력을 확보하고 실증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연구개발과 사업화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승주 인턴기자 seungju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