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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600만원의 맨몸 신화, 동남아 친환경 에너지 거인으로 우뚝 [김종화 에버켐 회장]
1999년 아시아를 덮친 외환위기의 거센 풍랑은 잘나가던 종합상사 주재원의 운명을 하루아침에 뒤바꿨다. 소속 기업의 워크아웃과 철수 결정으로 김종화 에버켐그룹 회장의 손에 남은 것은 단돈 600만원의 퇴직금이 전부였다. 모두 귀국길에 오를 때 그는 홀로 말레이시아에 남는 벼랑 끝 승부수를 던졌다. 동남아시아 경제의 역동성과 세계 최대 규모인 팜유(Palm Oil) 산업의 잠재력을 직관했기 때문이다. “위기 속에 위대한 기회가 있다”는 신념으로 2000년 무역회사를 설립한 그는 특유의 집념과 신뢰를 무기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아우르는 독보적인 비료 무역 강자로 성장하는 기적을 썼다.

단순한 무역업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은 김 회장의 다음 시선은 ‘친환경 에너지’를 향했다. 팜 농장을 누비며 수질 오염과 온실가스의 주범인 팜유 폐수(POME)의 심각성을 목격한 그는 이를 미래 먹거리로 전환했다. 폐수에서 발생하는 고순도 메탄가스를 포집해 청정 수송용 연료로 바꾸는 ‘바이오 LNG’ 사업으로 기업 체질을 완전히 뜯어고친 것이다. 한국의 강소기업 기술과 동남아의 풍부한 바이오매스를 결합한 이 순환경제 모델은 선진 시장의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 그는 원자재 유통을 넘어 글로벌 탄소 발자국을 지우는 친환경 에너지 디벨로퍼로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영속 기업을 향한 치열한 도전은 첨단 테크놀로지, 헬스케어, 부동산 자산 운용 등 글로벌 포트폴리오 구축으로 이어졌다. 팜 원유를 활용한 건강기능식품 개발로 글로벌 웰니스 시장을 공략하고 쿠알라룸푸르 도심의 랜드마크 타워를 인수해 양국 경제 협력 거점까지 마련했다. 나아가 김 회장이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성과를 나누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다. 한인회장, 한국상공회의소 회장 등을 역임하며 교민 권익 신장에 헌신한 공로로 2025년 대통령 단체표창을 이끌어냈다.
퇴직금 600만원의 맨몸 신화, 동남아 친환경 에너지 거인으로 우뚝 [김종화 에버켐 회장]
하지만 그의 가슴을 가장 뜨겁게 하는 것은 이국땅에서 고군분투하는 청년 기업가들이다. 자본도 인적 네트워크도 없이 낯선 거리에서 눈물 짓던 20여 년 전 자신의 모습이 오롯이 겹쳐 보였기에 그는 유망한 스타트업에 직접 엔젤 투자를 단행하며 후배들의 든든한 방파제를 자처하고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는 향후 사재와 기업 이익을 합쳐 ‘글로벌 한인 청년 기업가 지원 재단’을 공식 설립한다는 담대한 비전을 품고 있다. 단순한 장학 사업을 넘어 현지 법률 장벽과 초기 자금 부족으로 좌절하는 청년 창업가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육성하는 글로벌 인큐베이팅 플랫폼을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해외 시장에 뿌리내린 청년 기업가 한 명이 수백 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격을 비약적으로 높인다”는 그의 굳건한 철학이 무한 경쟁 시대에 진정한 기업가 정신의 숭고한 표상으로 빛나고 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