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고통스러운 일정을 감수하고 한국으로 달려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와이너리 관계자들이다. 9월 2일 칠레의 새로운 강자 ‘비노스 배티그 와이너리’의 공동창업자인 카를로스 데 카를로스가 서울을 찾았다.
카를로스는 “비좁은 비행기 좌석에 앉아 이틀간 버티기란 참으로 힘들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칠레 와인을 좋아하고 가장 많이 마신다. 이번 방문을 통해 칠레 트라이겐의 프리미엄 와인을 소개하고 싶어 육체적 고통을 기꺼이 무릅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노스 배티그의 와인은 기존 칠레 와인과는 다르다. 산미가 약하고 끈끈한 스타일의 단점을 과감하게 극복했다. 직접 마셔보면 생동감과 균형감을 훨씬 더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감 넘치는 설명이다.
시음은 먼저 ‘비노 데 비네도 샤도네이’부터 마셨다. 잔을 기울이자 강렬한 황금색이 ‘예언자의 나팔소리’처럼 다가왔다. 첫 모금에서 열대 과일 향이 단박에 잡혔다. 반면 오크 향은 끝 무렵에 희미하게 나타났다. 이어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산도가 입안에 가득 퍼졌다.
한 잔을 다 마시고 눈을 감았다. 신선한 과일 풍미가 강하게 느껴진다. 부르고뉴 샤도네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와이너리가 칠레 최남단에 위치해 서늘한 기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3개월 동안 모두 6회의 바토나주(효모 찌꺼기를 저어주는 프랑스의 전통 양조 기술)를 진행했다고.
다음은 ‘셀렉시옹 데 파르셀라스 샤도네이’. 한 단계 높은 등급의 와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깊고 절제된 맛과 향이 나타났다. 뭐라고 딱 표현할 수는 없지만 프리미엄 와인 분위기를 확실히 잡을 수 있었다. 가슴 깊이 파고든다. ‘샤블리나 뫼르소 스타일’이라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장기 숙성용이며 일본과 영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한국은 5번째 수입 국가다. ‘할인행사 때 잘만 고르면 가격과 품질에서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와인’ 이라는 것이 국내 수입사, 아영FBC 측의 설명이다.
이어 레드 와인 ‘비노 데 비네도 피노 누아’로 넘어갔다. 남성적이고 파워풀한 특성의 주브레 상베르탕 클론(디종 777)을 사용했다. 첫 모금에서 미국 오리건의 피노 누아 분위기가 잡혔다. 굳이 표현하자면 가죽이나 흙냄새 정도.
약 3시간에 걸쳐 진행된 시음회는 ‘비노 데 비네도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마무리지었다. 볼 넓은 잔에 코를 박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다 보면 멈추고 싶지 않을 정도다. 가슴을 찌르는 강렬한 향이 인상적이다. 드라이 파밍 농법을 적용한 고목에서 ‘타는 목마름’을 이겨낸 포도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환상의 콤비 프란시스코 배티그(Francisco Baettig)는 칠레의 전설적인 와인메이커다. 150년 역사의 비냐 에라주리즈에서 일하면서 명품 와인으로 유명한 ‘세냐’와 ‘비네도 차드윅’을 탄생시킨 주인공. 이들 두 사람의 출발은 칠레 와인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통한다. 가격 착하고 품질이 좋아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일단 한번 마셔보면 틀림없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김동식 와인 칼럼니스트,
국제와인전문가(WSET Level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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