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2022년부터 착공 물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2022년에는 예년에 비해 24%나 줄어든 2만5146채에 그치더니 2023년에는 무려 49%나 줄어든 1만7074채에 그쳤다.
아파트는 착공에서 입주까지 3년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2022년 착공 물량은 2025년 입주 물량에, 그리고 2023년 착공 물량은 2026년 입주 물량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현재의 입주 부족 현상은 3년 전에 이미 결정된 일이었다.
내년 입주 물량에 영향을 주는 2024년 착공 물량은 월평균 2만 2469채로 예년에 비해 32% 줄어든 수준이다. 그런데 2023년 착공 물량이 예년에 비해 49%나 줄어든 것에 공급 부족 상황이 다소 해결됐다고 해석하면 곤란하다.
부족 물량이 늘어나는 속도가 완화되었다는 것이지 부족한 상태가 해갈되는 추세로 넘어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부족분이 누적되면서 시장에서 공급 부족에 의한 부작용이 올해보다는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2025년이나 2026년에 들어와서도 착공이 늘어나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2025년 착공 물량은 월평균 2만123채로 예년에 비해 39%나 줄었고 2026년 착공 물량도 7월까지 실적이지만 월평균 1만7326채로 48%나 줄어들었다.
2022년부터 2024년 착공 물량은 이전 정부의 책임이라고 볼 수 있지만 2025년과 2026년 착공 물량은 현 정부의 책임이다. 현 정부에 들어와서도 공급은 늘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과거에 비해 착공 물량이 이렇게 크게 줄어들었고 이를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2년부터 2025년까지 지난 14년간 아파트 매매가가 전년 대비 하락했던 연도는 5년이고 상승했던 기간은 9년이다. 상승했던 9년 동안 상승률이 3% 미만이었던 해는 5년이고 3% 이상이었던 해는 4년이었다.
그런데 아파트 값 상승률과 아파트 착공 물량은 유의미한 상관 관계가 있다. 집값이 하락했던 5개년의 평균 착공 물량은 29만4746채였다.
집값이 상승했지만 3% 미만의 상승률을 보였던 5개년의 평균 착공 물량은 35만5246채였다. 아파트 값이 전년 대비 3% 이상 올랐던 4개년의 평균 착공 물량은 43만8057채였다.
집값이 많이 오른 해에는 착공 물량이 늘어나고 집값이 적게 오르거나 심지어 떨어진 해에는 착공 물량이 줄어드는 현상을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민간에 의존하는 아파트 공급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우리나라의 아파트 공급은 민간 부문에 의존한다. 2012년 1월부터 2026년 7월까지 공공에 의한 공급은 123만 채에 그친 반면, 민간에 의한 공급은 563만 채에 이른다. 전체 착공 물량 중에서 민간의 비중이 82%에 달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확정된 예산으로 지어지는 공공 부문과는 달리 민간 부문은 철저하게 수익에 따라 움직인다. 쉽게 말해 아파트를 지어서 수익이 날 것 같으면 누가 말리더라도 민간 건설사는 아파트를 지으려 할 것이고 손해가 날 것 같으면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착공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뜻이다.
정부에서 집값 안정을 목표로 하면, 다시 말해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하면 분양을 받으려는 사람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평생을 모은 자산에 빚까지 얹어서 높은 가격에 분양을 받았는데 그 집값이 떨어진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분양을 받고자 하는 사람이 줄어들면 미분양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발생하면 공사비는 계속 들어가지만 분양 대금을 회수할 수 없기 때문에 건설사는 자금난에 봉착한다. 결국 건설사의 입장에서는 분양에 자신이 없으면 착공 시기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된다.
더구나 건설사가 용기를 내서 미분양의 가능성을 무릅쓰고 아파트를 착공하려고 해도 (주택 경기가 좋지 않을 경우) 금융기관에서 PF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건설사가 부도가 나면 대출금을 회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22년부터 착공 물량이 크게 줄어든 이유는 윤석열 정부가 무능해서도 아니고 태업을 해서도 아니다. 2022년부터 집값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현 정부가 들어선 2025년 이후에도 착공 물량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같은 이유다. 여기에 현 정부는 집값을 떨어뜨리겠다고 공언을 하고 있으니 재건축이나 재개발과 같이 대부분의 물량이 조합원에게 이미 분양된 공사를 제외하고는 신규 분양에 나서는 건설사가 줄어드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이유로 착공이 줄어들면 몇 년 후에는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집이 부족하다는 아우성이 나오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수요와 공급에 민감한 임대 시장에서부터 공급 부족 현상의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이것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다. 가격을 통제하면 공급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 시장의 무서운 원리라 하겠다. 프랑스 혁명 이후 정부에서 우유 가격을 통제하자 우유 생산 농가가 줄어들면서 오히려 우유 가격이 폭등한 것과 같은 이치라 하겠다. 가격을 통제하면 공급은 줄어든다
이번에는 비아파트 부문의 공급에 대해 살펴보자.
비아파트 부문의 공급 축소는 더 심각하다. 아파트의 경우 2022년부터 2026년 7월까지 월평균 착공 물량은 과거 10년(2012~2021년)에 비해 38% 정도 줄어들었다.
그런데 빌라를 포함한 비아파트 주택의 경우는 과거 10년 평균치에 비해 2022년부터 2026년 7월까지 월평균 착공 물량이 71%나 줄어들었다. 아파트 착공 물량이 줄어든 것 이상의 착공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2022년부터 불거진 전세사기 문제이다. 전세사기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빌라에 전세로 살려는 세입자들이 줄어들게 되고 빌라 임대가 어렵게 되자 빌라를 사서 세를 놓으려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빌라를 사려는 사람이 줄어들자 빌라를 지으려는 사람도 줄어들게 된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 강화이다.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지자 보증보험 한도를 낮추는 등의 조치가 잇따르게 되었다. 이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수록 빌라의 수요가 줄어들고 당연히 공급도 줄어드는 것이다.
시장경제하에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 때문에 손실이 날 것으로 생각되면 아파트이든 빌라이든 착공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것이 유리하다. “집값은 잡아야 되고 이를 위해 공급은 늘려야 된다”는 정부의 생각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를 알 수 있다. “공급이 늘면 집값은 잡힌다”라는 상식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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