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650만 대 쏟아진다”…한국은? [비즈니스 포커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글로벌 출하량이 예상치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 기업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골드만삭스가 최근 발간한 피지컬 AI 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은 648만 대로 예상된다. 기존 전망치인 138만 대와 비교하면 약 4.7배 늘어난 수치다.

연도별 출하량은 2026년 7만5000대에서 2030년 89만 대, 2035년 648만 대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35년 출하량을 기준으로 한 시장 규모는 약 1380억달러(약 186조7500억원)로 추산됐다. 기존 전망치였던 약 380억달러보다 3.6배 커졌다.

골드만삭스는 전망치 상향 배경으로 피지컬 AI 기술의 발전과 생산 규모 확대를 꼽았다. 복잡한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 온 자동차산업이 휴머노이드의 초기 핵심 수요처이자 주요 생산 주체로 자리 잡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자동차 업계가 이미 대규모 생산시설과 글로벌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다.

부품 산업의 전환 가능성도 시장을 뒷받침할 요인으로 제시됐다. 전기차 전환으로 내연기관 관련 부품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자동차 부품업체가 보유한 모터·정밀가공 기술을 휴머노이드의 액추에이터와 감속기 등 구동 부품에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격 경쟁력 확보도 주요 변수로 꼽혔다. 양산이 본격화되고 부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골드만삭스는 지난 6월 휴머노이드의 평균판매가격(ASP)이 2025년 4만1800달러(약 5700만원)에서 2035년 2만1300달러(약 2900만원)로 49%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 현장에서 로봇 도입에 따른 투자비 회수가 가능해지는 수준까지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 기업에도 시장 확대가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기업이 완성 로봇 생산과 핵심 부품 공급 등으로 2035년 글로벌 휴머노이드 생산의 약 30%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공급망이 관여하는 휴머노이드 규모도 2030년 약 7만4000대에서 2035년 약 41만2000대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전기모터·센서·제어·정밀가공 기술도 휴머노이드 핵심 부품에 활용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일부 국내 기업은 비중국권 휴머노이드 부품 공급망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조규진 서울대 로보틱스연구소장은 “한국은 모터와 센서, MPU(프로세서) 등 휴머노이드 핵심 기술을 자체적으로 모두 확보한 몇 안 되는 나라”라며 “이들을 결합해 한국만의 휴머노이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연구기관과 대기업의 개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KAIST는 ‘파이봇(PIBOT)’을 통해 항공기 조종석 제어에서 나아가 해군 실증 테스트 등을 수행하는 실무형 제어 로봇을 연구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로봇용 액추에이터 개발에 나서며 최근 2종의 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9월 휴머노이드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하며 내년 1월 미국 CES에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승주 인턴기자 seungju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