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재테크도 옛말?...에르메스마저 리셀가 '뚝'
명품 불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에르메스의 위상이 시험대에 올랐다. 높은 웃돈이 붙던 버킨백의 재판매(리셀) 가격이 하락한 가운데 주가 약세와 매출 성장세 둔화까지 겹치면서 사업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증권사 번스타인이 경매 거래를 분석한 결과 올해 3분기 에르메스 ‘버킨25’의 평균 리셀 가격은 정가의 약 1.7배 수준을 기록했다. 2022년 고점 당시 2.6배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프리미엄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시장에 풀린 매물도 늘었다. 투자은행 UBS는 세계 중고 시장에 등록된 버킨·켈리백 매물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6~7배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어 이달 초 에르메스의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했다. 중고 공급 증가가 희소성에 기반한 사업 모델을 약화시키면 에르메스가 수요와 경기 변동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리셀가 하락은 에르메스의 매출 구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통상 에르메스의 대표 상품인 버킨백을 구매하기 위해선 스카프·의류·신발 등 다른 제품의 구매 실적을 쌓아야 한다. 그러나 되팔 때 기대할 수 있는 차익이 줄면 다른 상품까지 사들이며 가방을 확보하려는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

주가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에르메스는 지난 23일 파리증시에서 전 거래일보다 3.96% 하락한 1238.5유로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초 기록했던 최고가(2104유로)와 비교하면 약 41% 하락한 수치다.

매출 성장세도 둔화했다. 에르메스가 22일 발표한 올해 3분기 매출은 약 41억유로로 환율 영향을 제외하면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 다만 직전 분기 증가율(6.7%)을 밑돈 수준이며 금융정보업체 비저블알파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5.2%)에도 미치지 못했다.

버킨백 수요 자체가 무너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버킨백과 켈리백 등을 포함하는 가죽·마구 부문의 3분기 매출은 환율 영향을 제외한 기준으로 10.8% 증가했다. 반면 기성복·액세서리는 2%, 시계는 6% 감소했다. 핵심 가방 사업의 성장에도 다른 품목의 부진이 전체 실적에 부담을 준 셈이다.

중고 거래가가 여전히 정가를 웃돌고는 있지만 과거와 같은 높은 차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에르메스가 가방 사업의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다른 품목 수요를 회복할 수 있을지가 향후 실적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악셀 뒤마 에르메스 회장은 실적 발표에서 장인 중심 사업 모델에 대한 확신을 강조하며 장기적인 성장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