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돈 쏟더니 직원엔 “떠나라”...빅테크의 성장 역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시장 선점을 위한 인프라 투자와 대규모 구조조정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에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도 인력은 줄이는 역설적인 행보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전체 직원 22만3000명의 약 27%에 해당하는 6만여 명에게 자발적 퇴직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대상에는 윈도와 엑스박스, 재무·인사뿐 아니라 AI 서비스인 코파일럿 관련 조직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미 콜먼 MS 최고인사책임자는 “이번 제안은 회사 밖에서 새로운 미래를 고려하는 직원들이 지원을 받으며 퇴사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한다”며 “참여 조직에도 변화하는 인력 수요에 맞춰 인력을 조정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력 조정과 별개로 실적은 성장세다. MS는 지난 7월 실적 발표에서 2026회계연도 매출이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고 밝혔다.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MS가 제시한 올해 연간 자본적지출 전망치는 약 1750억달러다.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데이터센터와 연산장비 확충이 주요 투자 과제다.

결국 이번 감원은 경영난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기보다 기존 조직의 몸집을 줄이면서 AI 등 핵심 사업에 자원을 집중하려는 전략적 구조조정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비슷한 움직임은 빅테크 전반에서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메타는 지난 5월 전 세계 직원의 약 10%를 감원하고 직원 7000명을 AI 기반 업무 방식과 관련한 새로운 과제로 재배치하는 조직 개편에 나섰다. 이러한 인력 재편 속에서도 AI 투자는 확대하고 있다. 회사가 최근 제시한 올해 자본적지출 전망치는 1350억~1450억달러다.

아마존 역시 감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약 1만6000개 일자리를 줄이는 조직 개편에 나선 데 이어 이달 7일에도 전자상거래를 담당하는 스토어 부문을 중심으로 추가 감원을 발표했다. 아마존은 당시 사업 우선순위를 더 잘 실행할 수 있도록 조직 구조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올해 약 2000억달러의 자본적지출을 계획하는 등 AI 인프라를 비롯한 미래 사업에는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오라클은 AI 도입이 인력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명시했다.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정규직 직원은 약 14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약 2만1000명 줄었다. 회사는 경영진과 제품, 사업 전략의 변화 등과 함께 AI 기술의 도입·적용을 인력 감축 요인으로 제시했다.

다만 모든 감원을 AI가 사람을 대체한 결과로 볼 수는 없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이달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급증한 주문에 대응하면서 직원 수를 크게 늘렸다고 설명했다. 과잉 채용의 조정과 기존 사업의 효율화도 감원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빅테크의 인력 구조조정은 단순한 고용 축소를 넘어 기업의 성장 공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업 확장이 인력 증원으로 이어지던 기존 공식에서 벗어나 AI에 자본을 집중하면서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