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잡앤조이=이도희 기자/김해인 대학생 기자] ‘탈 다이어트란 말 그대로 다이어트로부터 탈피하는 것이다. 먹고 싶은 것을 가리지 않고 무작정 먹는 것이 아닌 그동안 느껴왔던 체중 증가에 대한 스트레스, 칼로리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몸매, 체중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몸은 습관처럼 늘 칼로리를 확인하며 살찔까 봐 두려움에 떤다. 도대체 왜 우리는 다이어트에서 벗어날 수 없을까.

[탈 다이어트 ①] 혹시 당신도 '아가리어터'? 평생 숙제 '다이어트 해결법' 있을까

너도, 나도 우린 ‘아가리어터’

‘아가리어터’는 아가리와 다이어트를 합친 말로 입으로는 늘 다이어트를 외치지만 다이어트를 항상 실패하는 사람을 뜻한다. 예를 들어 맛있는 햄버거를 먹으면서 체중 증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과 같다. 아가리어터가 생겨난 이유는 다이어트에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다이어트를 항상 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항상 날씬함에 대한 욕망을 버리지 못할까.


“그냥” 곧 개강이라서, 여행을 가야 해서, 소개팅해야 해서, 아니면 친한 친구가 다이어트하니까. 건강에 문제가 없는 정상 체중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늘 다이어트 압박을 받는다. 스무 살 때 다이어트를 시작한 A 씨(24)는 당시 158cm에 52kg이었는데 45kg 되는 것이 소원이라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A 씨는 다이어트 이유에 대해 ”특별히 큰 이유는 없고 그냥 살면서 한 번쯤 가녀린 몸을 가져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유 없이 말라지고 싶은 욕망. 그런데 정말 ‘그냥’일까? 그냥 안에는 마를수록 에쁘다는 믿음이 있다. 마를수록 예쁜 옷을 입을 수 있고 마를수록 사진은 예쁘게 나온다.

프리사이즈, 사실은 프리티 사이즈

말라야만 예쁜 옷을 입을 수 있는 현실.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사이즈라고 알려진 ‘프리’사이즈의 옷은 사실 예쁘다고 생각되는 몸매의 사람만 입을 수 있는 ‘프리티’ 사이즈다. 한 쇼핑몰의 프리사이즈를 입고 있는 모델은 160cm에 42kg으로 저체중에 해당한다. 아래에 보이는 잠옷은 FREE사이즈 잠옷으로 44부터 66까지 입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진짜 66사이즈가 입을 수 있을까. 아래의 사진은 진짜 66사이즈의 사람이 FREE사이즈 잠옷을 입은 모습이다.


[탈 다이어트 ①] 혹시 당신도 '아가리어터'? 평생 숙제 '다이어트 해결법' 있을까

쇼핑몰의 모델이 입은 FREE 사이즈 잠옷.(사진출처=쇼핑몰 제이나나)



[탈 다이어트 ①] 혹시 당신도 '아가리어터'? 평생 숙제 '다이어트 해결법' 있을까

66사이즈가 입어본 FREE 사이즈 잠옷.

프리사이즈가 맞지 않을 때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할까. 평소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B 씨(21)는 “옷이 맞지 않을 때, 옷이 작은 게 아니라 내가 큰 거 같다”며 “그럴 때마다 불안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B 씨는 작은 옷을 환불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에 대해 “다이어트 성공을 위한 자극제로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그런데 정말로 우리가 뚱뚱해서 옷이 작은 것일까.


[탈 다이어트 ①] 혹시 당신도 '아가리어터'? 평생 숙제 '다이어트 해결법' 있을까

성인 여성 바지 사이즈와 아동 바지 사이즈 비교.



한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성인 여성 스키니 S 사이즈의 허리 단면은 27.5cm이다. 그리고 한 아동용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주니어 스키니의 M 사이즈(17호)의 허리 단면도 똑같이 27.5cm이다. 참고로 주니어 M 사이즈의 권장 연령은 11세~12세이다. 여성의 옷이 얼마나 작은지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은 영원하니까! 나의 인생샷을 위해

우리가 다이어트에서 벗어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에는 ‘인생샷’에 있다. 인생샷이란 인생에서 찍은 사진 중에 최고로 꼽을 만큼 잘 나온 사진을 말한다. 아름다운 풍경, 좋은 분위기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예쁘게 나오는 내 모습이다. C씨(24)는 여름 휴가 때 휴양지로 유명한 코타키나발루에 가서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 5kg을 감량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남들이 SNS에 올리는 수영복 사진에 자극을 받아 여행 가기 전까지 서브웨이 샐러드를 먹으며 다이어트했다”라며 “이왕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이라면 더 예쁘고 날씬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탈 다이어트 ①] 혹시 당신도 '아가리어터'? 평생 숙제 '다이어트 해결법' 있을까

C씨의 코타키나발루 여행 사진

우리가 남기고 싶은 또 다른 인생샷은 바로 바디 프로필이다. 바디 프로필이란 자신의 몸을 드러내며 찍는 사진으로 보통 운동선수나 헬스트레이너들이 많이 찍었지만. 최근에는 2030세대 일반인들도 찍는 추세다. 올여름 바디 프로필을 찍는 게 목표인 이미진 씨(30)는 “지금이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젊은 날”이라며 “처음에는 무기력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바디 프로필을 찍으려 했지만, 지금은 욕심이 생겨 건강미 있는 복근을 담아내려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바디 프로필 전 다이어트는 거의 필수 사항처럼 여겨진다.


그는 “사진에 선명한 근육을 담기 위해 일명 ‘닭고야 식단(닭가슴살·고구마·야채)’을 하고 있다”며 “특히 바디 프로필 촬영 디데이 앞자리가 '3'으로 바뀐 시점부터는 지방으로 먹던 치즈, 아몬드, 요거트마저 끊었다”라고 말했다. 바디 프로필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식단조절이라 밝힌 그는 “참는 연습을 많이 하다 보니 이제는 생야채도 드레싱 없이 먹을 수 있는 수준이 됐다”라고 한다.


[탈 다이어트 ①] 혹시 당신도 '아가리어터'? 평생 숙제 '다이어트 해결법' 있을까

바디 프로필을 위해 1:1개인 운동 지도를 받는 이미진 씨.


[탈 다이어트 ①] 혹시 당신도 '아가리어터'? 평생 숙제 '다이어트 해결법' 있을까

바디 프로필을 위한 이미진 씨의 식단.


신체의 건강을 위한 식단조절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과도한 식욕 억제는 독이 되어 돌아온다. 건강미(美)를 추구하는 우리는 사실 건강보다 미가 중요한 게 아닐까. 주객이 전도된 과도한 다이어트는 우리의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음 편에서 다뤄볼 예정이다. 다음 편은 ‘다이어트의 부작용, 식이장애’에 관한 내용이다. 우리가 아가리어터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다이어트를 그만두는 것이다.


tuxi0123@hankyung.com

[탈 다이어트 ①] 혹시 당신도 '아가리어터'? 평생 숙제 '다이어트 해결법'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