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CF 촬영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고 잠적
방송국 측에서도 일일이 대응 및 파악 힘들어

각 에브리타임에 공유된 사칭범 사례 수집 내용.
각 에브리타임에 공유된 사칭범 사례 수집 내용.
[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최근 지상파 방송국 PD를 사칭해 광고 촬영할 여대생을 모집한다며 만남을 요구한 40대 남성이 적발됐다. 이렇게 특정 방송국 출신 PD, 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관련 업계 취업을 꿈꾸는 취준생들에게 돈을 뜯어내거나 만남을 요구하는 등의 '사칭·사기' 범죄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방송업계 취업 원하는 취준생 심리 이용한 '사칭 범죄'
자신을 PD, 작가 등 방송업계 종사자로 소개한 사칭·사기범들에게 당한 피해자들은 대부분 관련 업계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었다. 모델부터 아나운서 지망생, 대학생까지 피해자는 다양하다.

수법도 비슷하다. 이름을 알 만한 방송국, 에이전시 소속이라고 소개한 후 관련 업계에 대한 정보를 흘린다. 그리고는 지인을 소개해주거나 취업을 도와주겠다는 명목으로 금전을 받아 내거나 사적인 만남을 요구하는 것이다.

모델 지망생 한 모(28)씨는 “가짜 모델 에이전시도 많다. 촬영 기자, 장비까지 구축해 프로필 사진을 찍어준다는 명목, 소개비용 등 다양한 이유로 돈을 뜯어낸다”고 말했다. 모델 데뷔를 들먹이며 고가의 교육비를 받는 경우도 있다. 김 씨는 “모델 에이전시는 소규모도 많기 때문에 유령 회사와 소규모 회사를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방송국 작가는 "방송국이 워낙 많고 PD, 작가도 많기 때문에 사칭이 쉬운 듯 하다. 일반인들 중에서도 특히 업계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이나 취준생을 대상으로 관련 사건들이 일어난다"며 "주변 동기 중에서도 '이 사람이 너희 방송국에 일한다던데 아느냐'고 확인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프로그램, 방송국의 이름을 대는 경우 꼭 방송국에 연락해 해당 관계자가 있는지 여부를 먼저 확인해보기를 당부했다.

지상파 예능 PD 사칭해 ‘여대생’들만 만남 요구한 남성 덜미
최근 서울 소재 대학 여학생들에게 광고 촬영 등을 빌미로 만남을 요구했던 남성 역시 지상파 예능 PD를 사칭했다. 이 남성은 서울 소재 대학 언론 관련 학생회 관계자들에게 연락해 “코로나19와 관련된 공익광고 촬영을 하려고 한다. 광고 모델은 오직 여학생으로 구성할 예정”이라며 접근했다.

남성의 사칭 여부가 드러난 것은 학생들이 지인과 관련 상황을 공유하면서였다. 피해 학생들은 교무처를 통한 섭외 연락, 자신을 조연출이라고 소개한 남성의 중개라는 비슷한 패턴에 수상함을 느꼈다. 실제 해당 프로그램 PD에게 문의한 결과 남성은 PD의 이름을 도용한 사칭이었음이 밝혀졌다. 이에 피해 학생들은 방송국PD사칭피해대학생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구성해 피해학생들의 사례를 모으고 언론에 제보했다.

공대위에 따르면 접촉한 학생들은 약 10명으로 추산되며 현재도 지속적으로 여학생들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대위 관계자는 “피해 사례를 모으고 각 교무처에 전달해 추가적인 피해를 막고자 한다. 현재 사칭범은 피해자들의 이름, 연락처, 학교 등 개인 신상을 알고 있어 피해자들이 상당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더 많은 피해를 막기 위해 관련 상황에 대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모 방송국 관계자는 “섭외는 보통 프로그램 작가나 막내 PD의 몫이다. 메인 PD가 일반인을 섭외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보통은 회사 앞 카페에서 미팅 후 촬영 일자 등 자세한 사항은 회사에서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업계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의 경우 객관적인 판단이 힘들어 이러한 비슷한 수법에 넘어가는 듯하다. 방송국 내에서도 피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거나 대처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subinn@hankyun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