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직업①] 드론 전문가


“실종 노인 드론으로  찾았죠”...은행 사표내고 대경대 드론과 입학


유학을 다녀온 후 금융권에 취업해 탄탄대로를 달리던 남자가 ‘하늘을 날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뒤늦게 드론 조종기를 손에 들었다. 좁은 사무실과 컴퓨터 모니터에 갇혀있던 그의 시선은 드론과 함께 더욱 넓은 곳으로 향하고 있다. 미래 유망 직업인 ‘드론 전문가’가 되기 위해 대학으로 돌아가 늦깎이 신입생이 된 안진현(27) 씨를 만났다.


안진현 씨는 지난해 대경대 드론과에 입학한 ‘늦깎이 신입생’이다. 호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명문인 호주국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남들처럼 평범한 직장 생활에 만족했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와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문득 사무실 안에 자신의 미래가 갇혀있는 것 같다는 답답함을 느꼈다.


‘드론’으로 선택한 두 번째 길


“그동안 잘 해왔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정작 내가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회사를 나와 뭘 하면 즐거울 수 있을까 생각하기 시작했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하늘’이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하늘을 좋아했고 하늘을 날고 싶다는 생각을 품어 왔다. 과학의 날 상상 그림 그리기 대회에서는 늘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그렸다. 어릴 때부터 미래에는 모든 교통 수단이 무조건 하늘을 날아다닐 것이라고 믿었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가슴 설?던 기억도 떠올랐어요. 그때 너무 신기해서 스마트폰을 만지느라 잠도 자는둥 마는둥, 음식도 먹는둥 마는둥 하며 며칠 내내 아무 것도 못 했어요. 기술 발달로 새로운 산업이나 기술이 생겨날 때 제가 관심을 가져왔다는 걸 깨달았어요.


‘하늘’ ‘교통수단’ ‘새로운 기술’ 모두 제가 그동안 공부해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야였죠. 전 제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를 모르고 있던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에 집중하고, 그것들을 연관시켜 보니 딱 ‘드론’이 떠올랐어요.”


그러나 정작 ‘드론’에 대해 잘 알지 못 했다. 그는 단순히 조종 자격증을 따는 것 말고 드론 제작 기술부터 하나하나 배우고 싶었다. 마침 지난해 대경대에 국내 첫 드론과가 문을 연다는 소식을 들었다.


경상북도 경산시에 있는 대경대 드론과는 국내 대학 최초로 설립된 드론 관련 전문 학과다. 지난해 학과 개설 당시 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30명의 신입생이 입학했고, 올해 신입생 모집에는 40명을 선발하는데 520여 명이 지원하며 경쟁률이 13대 1까지 올랐다.

처음 생긴 학과라 막연한 불안감도 있었다. 하지만 같이 입학한 동기 중에 안 씨처럼 다니던 직장이나 학교를 그만 두고 입학한 ‘U턴 입학생’이 네 명이나 됐다. 모두가 드론 시장의 밝은 미래를 확신했기에 한 선택이었다.


학과에서는 드론 비행 훈련을 통한 드론 조종법과 함께 드론의 구조와 프로펠러·모터·센서·외부 프레임 등 각 부품의 조립과 제작 과정을 모두 복합적으로 배운다. 드론 영상 촬영을 위해서는 영상 촬영 스킬 뿐만 아니라 영상 편집까지 할 줄 알아야 하고, 드론 레이싱을 하려면 드론 정비 기술도 갖춰야 한다.


처음 드론 조종기를 손에 잡았을 때는 조작 실수도 있었다. 항공 영상 촬영 수업 시간에 동기들과 함께 학교 전경을 담기 위해 교내 저수지 위에 드론을 띄웠다가 기체를 물에 빠트린 일도 있었다. 이후 전공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며 드론과 학생들의 실력은 나날이 발전해 갔다. 동기인 오정민 씨는 지난해 열린 ‘2016 경북콘텐츠코리아랩’ 드론공모전에 경북의 가을 풍경을 담은 영상을 출품해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안 씨는 이번 겨울에 동기들과 함께 스키장 여러 곳을 돌면서 항공 영상 촬영을 기획했다.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고 싶어 하는 수요가 많아 ‘오즈모’나 ‘매빅’과 같은 휴대성 높은 드론을 활용한 항공 영상 촬영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드론은 타 산업과 연결되고,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어 매우 잠재력이 크죠. 학교에서 동물 조련이벤트 학과와 함께 팬텀 4를 이용한 동물의 사회성 개선 실험에 참여했는데 연관이 없어보이던 드론과 동물을 접목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


드론을 이용해 경찰 수색 작업에 참여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9월 8일에는 대전지방경찰청으로 실종 신고가 접수된 70대 노인을 찾기 위해 4시간에 걸쳐 수색 작업을 벌였다. 고해상도 캠코더와 열화상 촬영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을 띄워 대구동구 화랑교부터 공항교 상공을 촬영한 후 해당 영상을 경찰에 보내는 방법으로 CCTV와 인력 동원 만으로는 찾기 힘든 실종자 수색 작업을 도왔다. 이러한 드론의 새로운 활용 경험들은 미래에 대한 그의 확신을 더욱 굳게 해주었다.


“실종 노인 드론으로  찾았죠”...은행 사표내고 대경대 드론과 입학


지난해에는 교육부가 주최한 ‘창업유망팀 300’ 경진대회에 참가해 ‘드론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제안해 전문대학 최초로 본선 진출 20개 팀에 선발되기도 했다.

드론을 필요로 하는 이용자와 드론조종사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주는 서비스였다. 이 역시 드론이 다양한 산업과 연결될 수 있다는 데서 비롯된 아이디어였다. 주어진 임무에 맞춰 때로는 엄청난 크기의 드론 동원할 수 있고, 때로는 실력이 매우 뛰어난 파일럿과 작업할 수도 있는, 간단하지만 활용도가 매우 높은 서비스다.

“재해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사람이 갈수 없는 지역에 접근하는 방법은 현재로는 드론이 유일해요. 그래서 야생동물 보호, 재난 구조 등 드론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창업을 구상중이죠.”

드론이 만들어낼 다양한 직업… 취업의 길도 '활짝'


창업 뿐만 아니라 취업의 기회도 늘어나고 있다. 안 씨는 이번 겨울 방학을 이용해 두 달간 경산의 한 초등학교 과학교실 수업에서 초등학생 30명을 대상으로 드론 강좌를 진행했다. 취미로 드론을 배우거나 드론 관련 직업을 갖기 위해 조종 자격을 취득하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어 드론 교육 관련 일자리도 많아질 전망이다.

또한 경찰청이 올 하반기부터 ‘기타 경력’ 경쟁 채용(322명)에 드론 등 첨단산업 수사 분야를 신설해 5명을 뽑을 예정이라 공무원 취업 길도 열린 셈이다.


지난해에는 KT가 국내 기업 최초로 드론 레이싱팀 ‘기가파이브’를 창단하는 등 레이싱 드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 레이싱 드론의 제작부터 각종 국내·외 대회에서 실력을 뽐낼 레이싱 드론 선수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드론 기술이 확대될 전망이다.

안 씨는 “영상촬영 업체나 농업 관련 분야에서 채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드론 정비 분야도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갈수록 진로의 폭이 넓어지고 있어 미래에 대한 특별한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드론에 대한 규제가 심한 편이다. 규정과 절차 등 제도화된 표준이 아직 없다는 문제점도 문제다.


“미국은 2012년 무인항공기 사용을 전면 허용했고, 다른 나라들도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입니다. 우리나라는 비행시간, 비행지역, 드론의 무게와 용도 등을 아직도 엄격히 규제하는데, 이것이 개선되면 드론 산업은 훨신 빠르게 발전할 겁니다.”

“실종 노인 드론으로  찾았죠”...은행 사표내고 대경대 드론과 입학


그러나 그는 ‘새로운 성장 동력’과 ‘미래 산업’이라는 말에 끌려 무작정 도전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안 씨가 평탄할 수 있었던 삶을 벗어나 만학도로 학교에 다시 입학하는 쉽지 않은 결정을 할 수 있던건 ‘드론’에 대한 관심과 열정,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드론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이미 포화된 다른 직업 시장과는 달리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열정과 관심을 갖고 드론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거예요. 저 역시 멋진 드론 전문가가 되겠습니다.”



드론이란


드론(Drone)은 조종사 없이 무선 전파의 유도에 의해 비행 및 조종이 가능한 비행기나 헬리콥터 모양의 무인항공기(UAV: Unmanned Aerial Vehicle)를 총칭한다.

드론 산업은 어디까지 왔나


현재 드론은 농업에서부터 산림·군사·엔지니어 분야, 컴퓨터 사이언스·상업용 물류서비스·재난구조·영화산업 분야 등까지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정식 등록된 상용화 드론은 2013년 189대에서 2014년 420대로, 드론 사용 사업 업체 수는 2015년 698개에서 지난해엔 1000여 개로 늘었다. 조종 자격 취득자 역시 같은 기간 872명에서 1300여 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관련 규제가 많은 분단국가의 특성상 국내 항공법은 무인비행장치를 이용한 사업을 ‘초경량비행장치 사용사업’으로 구분하고, 비료나 농약 살포 등의 농업지원, 사진촬영·육상·해상의 측량 또는 탐사·삼림·공원의 관측 등의 사업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 국내 항공법상 150㎏ 이하 드론은 서울 도심과 휴전선 인근·비행장·인구밀집지역 등 비행금지 장소가 아닌 곳에서 주간 시간대·고도 150m 이하·조종자의 가시 범위 내에서 운행할 수 있다.

드론 산업과 관련 직업의 미래 전망


국내 드론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1조 6000억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국내 드론조종사의 수요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미디어 분야에서는 드론이 이미 대세다. 이 밖에도 국경 감시, 불법 어로단속, 조난자 위치 파악 등 드론의 활용 범위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넓어지고 있다.

드론 조종사가 받는 수입은 상황마다 다르지만 테마 별로 대략 100만원에서 150만원 선이다. 미국의 경우 시간당 한화로 5만 5000원, 연봉 1억 1000만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민간에서도 드론의 활용도가 부쩍 늘면서 관련 업체에서 드론조종사의 채용이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 프리랜서의 형태로 근무하나, 향후 주요 군수·방위산업체들은 2020년부터 드론 주도권이 민간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관련 분야 채용이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드론 조종사가 되려면


국토교통부는 무인 비행장치 조종자 자격증명제를 시행하고 있다. 12kg 이상~ 150kg 미만이 산업용 드론으로 분류되고 있는데, 12kg 미만의 드론에 대해서는 자격증이 따로 필요 없다.

드론조종사로 일하려면 도로교통공단에서 초경량(무게 150㎏ 이하의 무인 비행장치) 비행장치 비행자격증을 받아야 한다. 실습 20시간, 이론 20시간의 교육을 받은 사람만이 자격증 시험을 볼 수 있다.

드론 교육은 대학이나 학원에서 받을 수 있다. 국가가 지정한 교육기관에는 무성항공, 성우엔지니어링, 카스콤, 아세아항공직업전문학교, 항공대 부설 비행훈련원 등이 있다.


글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