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학부모“법적대응 불사”

“지원학과 연필로 쓰게 한 뒤

임의로 전공 바꿔 학생 배정”

학교측 “학부모와 합의했다”



스포츠학과 원서 냈는데 전기·경영학과 합격...제주국제대학의 ‘이상한 수시 선발’

한 지방사립대가 올해 체육특기생 수시모집에서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은 전공에 학생을 임의로 배정, 합격시켜 논란을 빚고 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학교 측은 사전에 합의된 대로 한 것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8일 제주국제대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이 대학 스포츠학과 수시모집에 지원한 체육특기생 113명 중 39명이 본인이 지원하지 않은 학과에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39명은 경영회계학과, 전기공학과, 금융기술학과, 일본문화콘텐츠학과 등 스포츠학과가 아닌 10개 학과에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5명씩 합격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국제대는 4년제 사립대로 야구, 축구, 카누, 하키 등의 운동부를 운영 중이다.


이들 학생에 따르면 원서접수 당시 학교 측은 온라인 접수 대신 수기로 원서를 작성해 내라고 안내했다. 학생들이 지원학과란에 연필로 적어 제출한 뒤 학교 측이 임의로 전공을 바꿔 적었다는 것이다.


한 학생은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했더니 원하지 않는 학과에 합격됐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들 학생이 합격한 학과들이 올해 신설됐거나 학생 수가 부족해 폐과 위기에 몰린 곳이라 의혹이 더 커지고 있다.


반면 학교 측은 이미 학생들과 합의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지원자가 스포츠학과에 들어가지 못하면 다른 과에 들어가서라도 운동을 하겠다고 해 원서를 받았다는 것이다. 입학처 관계자는 “운동부 감독 및 학생, 학부모들과 사전에 합의했다”며 “이제 와서 왜 말을 바꾸는지 모르겠다”고 학생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입시부정’이라며 법적 대응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부모는 “운동을 그만두게 될 경우 관련 전공을 통해 직업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스포츠학과를 지원했던 것”이라며 “수시에 합격했기 때문에 자퇴하지 않으면 다른 학교에 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이른바 ‘백지원서’를 받아 학생을 임의로 배정하는 것 자체가 명백한 불법”이라며 “관련 사항을 확인해 감사 착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