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벤처캐피털, 한국에 몰려온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VC)들이 한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벤처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을 탐방하기 위해 서울에 오는 실리콘밸리의 VC 임직원들이 늘고 있다. 서울에 법인·사무소를 내고 스타트업 전문투자펀드를 조성하는 곳도 있다.

뷰티 전자상거래업체 미미박스에 최근 2950만달러를 투자한 포메이션8, 굿워터캐피털 등이 대표적 사례다. 콜택시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회사인 리모택시도 빅베이슨캐피털로부터 100만달러 투자를 받았다. 실리콘밸리 VC들이 한국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는 건 모바일 기반이 탄탄해 사업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서다. 또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해외진출 열기가 뜨거운 점도 투자유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벤처기업에 반한 실리콘밸리


쿠팡, 옐로모바일 등 투자 유치

실리콘밸리 VC들이 한국 스타트업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작년 말 전자상거래업체 쿠팡과 모바일서비스업체 옐로모바일이 비교적 잘 알려진 실리콘밸리 VC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이후부터다. 쿠팡은 세콰이어캐피털에서 1억달러를, 옐로모바일은 포메이션8에서 1억500만달러를 유치했다.


배기홍 스트롱벤처스 대표는 “쿠팡이 세콰이어캐피털과 블랙록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실리콘밸리의 유명 VC들의 투자가 늘면 벤처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하려는 곳이 늘어나면서 일부 스타트업은 한 번에 여러 VC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직장평가 플랫폼을 만든 잡플래닛이 알토스벤처스, 퀄컴벤처스, 본엔젤스 등에서 90억원의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한국 스타트업 전용 펀드 조성

한국 스타트업 전용 펀드를 조성하는 실리콘밸리 VC도 여럿 나왔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창업투자·보육기관)인 500스타트업스는 구글캠퍼스 서울에 입주, 최근 한국 스타트업 투자 목적으로 ‘김치펀드’를 조성했다. 실리콘밸리VC 알토스벤처스도 지난해 6000만달러(약 63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트랜스링크캐피털도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펀드를 조성 중이다. 허진호 트랜스링크캐피털코리아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6개월 전에 한국 법인을 세웠다”며 “자금을 유치하는 대로 성장성 있는 스타트업 투자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시아 진출 확대 노려

페녹스, 트랜스링크, 포메이션8, 블루런 등 실리콘밸리 VC들은 한국 스타트업 투자를 계기로 아시아 지역 진출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밸리에서 마땅한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한 일부 벤처 자금이 아시아 시장 교두보로 한국 스타트업에 우선 투자하고 해당 스타트업과 공동으로 중국 등지에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VC들이 실리콘밸리 내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시장 진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권혁태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대표도 “구글캠퍼스가 서울에 들어온 것은 단순히 한국 스타트업 투자 목적이라기보다는 서울을 아시아 진출 교두보로 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추가영/박병종 한국경제신문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