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부산마케팅본부 매니저김동환


2001년에 홍익대 경영학과에 입학해 10년 만인 2011년 2월에야 졸업장을 받았다. 학점은 3.1, 토익은 700점. 남들 다 가는 어학연수엔 관심조차 없었고, 취업에 필요하다는 자격증 하나 조차 없다. 수많은 기업이 운영하는 대외활동 경험도 전무(全無)하다.

이 스펙만 보면, 그는 참 대책 없는 대학생활을 했다. 공부를 대단히 열심히 한 것도, 자격증 취득에 열을 올린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학교 동아리 활동에 정신을 판 것도 아니다. 도대체 10년 동안 무엇을 한 것일까. 더욱 의아한 것은 이 스펙의 주인이 30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2010년 하반기 SK텔레콤 공채를 뚫고 슈퍼 루키가 되었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은 그의 어떤 면에 주목한 것일까.


취업문 뚫은 나만의 무기
- 다방면의 현장 경험
- 역지사지(易地思之) + 강한 실행력
-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래도 모르는 것은 질문하기
김동환 씨는?
학력
홍익대 경영학과 졸업 (2011년 2월)
학점 3.1점
토익 700점
어학연수 없음
자격증 운전면허



비영리단체 꾸리며 전방위 아르바이트

김동환 씨의 이력서는 흔히 보는 것과 좀 다르다. 잔글씨로 두 장을 꽉 채운 모양새가 차라리 리포트에 가깝다. 이 가운데 ‘경력사항’이 절반 이상의 분량을 차지한다. 반면 학력, 자격증, 외국어 등 스펙을 나타내는 항목은 간단하기 이를 데 없다.

이 불균형하게 보이는 이력서가 그의 정체(?)를 말해주는 결정적 단서다. 그렇다. 그는 학교 밖 세상에서 수많은 경험을 했다. 책상 앞에서 숫자로 만드는 스펙이 아니라 드넓은 사회에서 다양한 일에 도전하면서 계량화할 수 없는 스펙을 쌓은 것이다. 그리고 이력서에 그 모든 스토리를 압축시켰다.

그가 학교와 사회를 넘나들면서 만든 경험은 하나같이 흔치 않은 것들이다. 대형 할인점에서 샴푸 판매 도우미를 했는가 하면 로펌의 운전기사, 녹차 판촉사원, 텔레마케터 등 별별 일을 다 해봤다. 또 유통업체 영업관리를 맡기도 했고, 교육 관련 비영리단체를 운영한 경험도 있다. 패스트푸드업체 등 외식업계에서 아르바이트한 경력까지 더하면 그가 몸담은 분야는 아홉 가지에 달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도전하는 분야마다 돋보이는 성과를 냈고, 어김없이 승진 또는 근무 연장의 제안을 받았다는 점이다. 그를 높이 평가한 7명의 기업인이 흔쾌히 추천서를 써준 것도 이 때문이다.

처음부터 그가 세상 경험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군 제대 후 2006년 복학하기 전까지는 간간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평범한 대학생이었을 뿐이다.

“2학년에 복학한 후 열심히 공부만 했어요. 장학금도 받았지만 웬일인지 점점 위기의식이 느껴지더군요. ‘좋은 기업이 과연 나를 뽑을까’ 자문해보니 ‘아니다’라는 답이 나오는 겁니다. 학벌이나 영어 실력 등 어느 것 하나 특별히 매력적인 게 없었으니까요. 내가 인사담당자라도 나를 뽑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니 막막했지요.”

불안감이 커질 무렵 우연히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에 참여하게 됐다. 그곳에서 뒤통수를 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대학이 네 브랜드가 아니다. 네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라. 잘 안 되면 많은 경험을 하라. 네 자신을 발견하는 게 우선이다!” 당시 그가 힘들게 잡고 있던 화두와 정확하게 일치했다.

“강연을 연 엘리튜트라는 비영리단체에 힘을 보태고 싶었어요. 몇 달 만에 사무총장이라는 중책까지 맡게 됐죠. 30명의 대학생이 모인 단체를 6개월 만에 1300명 규모의 조직으로 키웠습니다. 청년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기업체 CEO에게 멘토링을 요청해 대화하는 기회를 만들었어요. 또 인턴십을 추진하는 등 다방면으로 뛰었습니다. 조직을 키우는 노하우,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 등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그는 기업의 리더들을 만날 때마다 질문했다. “명문대 출신의 고스펙 소유자, 그리고 비명문대 출신의 저스펙이지만 기업인들이 적극 추천하는 사람, 이 두 사람이 있다면 어느 쪽을 신입사원으로 택하겠습니까?” 놀랍게도 거의 모든 리더가 후자를 택했다고 한다. ‘스펙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진리를 확인하는 계기였다.



“역지사지 하면 답이 쉬워진다”

엘리튜트 활동을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했다. 학교는 쉴 수밖에 없었다. 텔레마케터로 일하면서 가장 높은 실적을 내 팀장으로 임명되기도 했고, 대형 로펌의 변호사 수행 운전기사로 일하며 법조인의 생활을 엿보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 협력회사에선 그에게 정식 입사를 제안했다. 녹차 영업을 담당하면서 제출한 아이디어가 매출 증대에 큰 역할을 했기 때문. 제안상, 실적우수상 등 알바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굵직한 상을 받을 정도로 돋보이는 활약을 했다.

“대형 할인점 내 네일아트숍에 시음용 제품을 제공해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리자는 제안을 했어요. 판촉 인력과 시음 용기 낭비를 줄이고 홍보 효과는 높이는 방안이었는데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일이 재미있어서 눌러앉을까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몇 년째 학교 밖을 떠도는 그를 걱정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일터에서도 “졸업을 하라”고 권하는 이가 많았다. 2010년 봄, 그는 학교로 돌아갔다. 하지만 과거처럼 막연한 위기의식이 들진 않았다고. 취업난은 더 심각해졌지만 그에겐 ‘경험’이라는 든든한 자산이 있었다.

때마침 SK텔레콤에서 ‘야생형 인재’를 중심으로 한 인재상을 정립하면서 자기소개서 위주의 서류 심사를 하겠다고 밝힌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이거다’ 싶은 감이 왔다고. 여러 일을 경험하면서 이력서를 수시로 업데이트해오고 있었던 그에게 꼭 맞는 전형이었다. 그는 여러 일을 하는 중에도 ‘뽑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를 관리하고 있었던 것.

2010년 SK텔레콤의 하계 인턴십에 도전한 그는 합숙 면접 등 다단계 전형을 거쳐 2011년 1월 최종 40명의 신입사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는 부산마케팅본부에서 인터넷, 전화, IPTV 결합상품 서비스를 담당하는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그에게 회사는 어떤 사람을 뽑느냐고 물었다. 그는 딱 두 가지로 요약했다.

“‘생각하는 힘’을 가진 이를 찾습니다. 생각을 하는 사람은 준비를 잘해요. 도저히 모르는 것은 물어서 해결해야 합니다. 예컨대 인턴십을 할 때 선배에게 잘 묻는 사람이 주목받아요. 그렇다고 무턱대고 질문하라는 게 아닙니다. 스스로 해결하는 노력을 하고, 그래도 안 되는 것은 물어서라도 해결하라는 뜻입니다. 두 번째는 역지사지 하는 자세입니다. 지원서를 낼 때 생각해보세요. 이 기업은 어떤 사람을 원할까. 이 시험에선 어떤 점을 주로 평가하려는 것일까. 상대방 입장이 돼보면 답이 쉬워지죠.”

그는 미래에 어떤 모습을 그리고 있을까.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청년들의 삶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든 내 경험이 후배들에게 이정표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믿고 따라가는 멘토, 선배, 교육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글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