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범의 패션 제안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을 보다 효과적으로 패션 스타일에 적용하려면? 겨우내 둘렀던 두꺼운 머플러를 버리고 실키한 소재의 아이템을 목에 두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아이템은 여자는 스카프, 남자는 넥타이다.

로맨틱한 꽃 모양 패턴의 스카프를 두른 여자는 사랑스러워 보이고, 봄기운을 가득 담은 파스텔 톤 넥타이를 맨 남자는 지적이면서 세련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올봄 더욱 신선하고 재미있는 효과를 주려면 이 두 아이템의 성별을 바꿔보길 바란다. 스카프 두른 남자, 넥타이 맨 여자는 묘하게도 남다른 개성을 표현하기에 도움이 될 테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연출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느낌을 줄까? 먼저 남자가 스카프를 두를 경우를 알아보자. 사실 남자들이 스카프를 두르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 유럽 등 패션 선진국 남자들에 비해 국내 남자들이 두른 스카프는 뭔가 1% 어색해 보이는 것이 사실.

주로 스카프를 두른 자신의 모습이 어색해 주변을 너무 의식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스카프를 두르고 있더라도 넥타이를 맨 것처럼 당당하게 행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다음 중요한 점은 느끼한 요소를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는 것. 담백한 화이트나 블랙 셔츠 안에 같은 톤의 스카프를 매치하거나, 너무 깊이 파이지 않은 라운드 넥 티셔츠에 크지 않은 스카프로 살짝 포인트를 주는 것이 정석이다.

이때 티셔츠 속으로 스카프를 너무 많이 집어넣으면 부담스러운 인상을 줄 수 있으므로 쁘티 사이즈의 폭이 좁은 정사각형 스카프를 권한다. 스카프는 실크 소재가 좋고 도트나 그래픽이 살짝 들어간 것을 착용하면 액세서리로서 충분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다.
[Fashion Tip] 스카프 두르는 남자, 넥타이 매는 여자
스카프를 두를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전체적인 피팅감이다. 헐렁한 바지나 재킷을 입었을 경우 스카프를 하면 부해 보일 수 있으므로 스키니하게 입은 날 스카프를 하는 것이 더 멋스럽다. 이때 뿔테 안경, 가죽 밴드 시계, 롤업 팬츠, 로퍼 등을 스카프와 함께 연출하면 주드 로나 애시튼 커처처럼 쿨한 남자로 완성될 것이다.

여자가 넥타이를 매는 것은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자칫 잘못 착용하면 남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스타일을 즐기는 여성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넥타이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는 여성성을 가미하는 것이 좋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라 제시카 파커는 핑크색 블라우스에 넥타이를 매 스타일리시하면서도 부드러운 매력을 잃지 않았다. 영화 속 코코 샤넬도 여성성 해방을 표현하며 보타이를 착용했지만 트위드 소재의 재킷과 여성스러운 스리피스 실루엣으로 당당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더했다. 이 외에 김남주, 구혜선 등 국내 손꼽히는 패셔니스타들도 시크한 매력을 살리기 위해 종종 중요한 자리에서 넥타이를 착용한다.

그렇다면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넥타이를 착용하는 것이 멋스러울까? 넥타이가 남성의 주된 아이템이긴 하지만 남자 셔츠를 입고 있는 여성이 섹시함을 주는 것처럼 의외의 모습을 어필하고자 할 때 착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즉 데이트나 미팅, 혹은 자신이 리더로 속해 있는 동아리의 중요한 날 등에 나갈 때 앞서 언급한 대로 여성스러운 소재나 디테일을 믹스&매치하고 넥타이를 착용해준다면 누구보다 이색적이고 시크할 것이다.


[Fashion Tip] 스카프 두르는 남자, 넥타이 매는 여자
이현범


‘anan’ ‘Esquire’ ‘Numero’ 등의 패션 에디터를 거쳐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케이블 채널 M.net의 ‘트렌드 리포트 필’에 출연 중인 만능 재주꾼이다. 키 작은 남자를 위한 스타일링 북 ‘키보다 커보이는 남자 스타일’의 저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