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만큼 무시무시한 연기 ‘소름 돋네’ 파이터

권투선수 미키 워드(마크 월버그)는 ‘돈 받고 져주는’ 경기만 하다가 이제 비로소 제대로 싸워보려고 한다. 그의 영웅은 역시 권투선수 출신인 형 디키 에클런드(크리스찬 베일)다. 한때 미국의 전설적인 복서 슈가 레이를 녹다운시킬 정도로 전도유망했지만, 지금은 마약에 빠져 허송세월하는 디키는 미키에게 번번이 실망만 안겨준다.

억센 어머니 앨리스(멜리사 레오)는 디키의 망나니 같은 삶을 애써 외면하며 미키의 희생을 강요한다. 그 무렵 술집 웨이트리스 샬린(에이미 애덤스)과 사랑에 빠진 미키는 점점 족쇄처럼 느껴지는 가족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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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터’는 2009년 대런 아로노프스키와 미키 루크의 합작품 ‘더 레슬러’의 영광을 고스란히 재현할 만한 작품이다. 혹은 보잘것없는 무명 배우였던 실베스터 스탤론이 직접 각본과 주연을 겸하면서 상상치 못한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한 ‘록키’의 의붓 형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가난한 아일랜드 이민자 가족에서 태어났고, 돈을 벌기 위해선 몸을 쓸 수밖에 없는 백인 하층민이 어떻게 스스로를 단련하는지에 관한 놀라운 드라마기도 하다.

영화는 2001년 미키 워드와 당시 라이트 웰터급 챔피언이던 셰어 니어리의 경기에서 끝난다. 그저 그런 선수 취급을 받던 미키 워드가 단숨에 전 세계 복싱계의 신데렐라로 등극한 놀라운 경기, 모든 기술을 쏟아부으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음으로써 결국 링의 승자가 되었던 첫 번째 순간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사실 미키 워드의 가장 유명한 경기는 2002년부터 2003년까지 아르투로 가티와 세 번에 걸쳐 벌인 기념비적인 시합이다. 엄청난 난타전이 벌어진 세 번의 경기가 끝날 때마다 두 선수 모두 병원으로 실려가 물리적인 부상뿐 아니라 심리적 트라우마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그러나 감독 데이빗 O. 러셀은 스타 권투선수의 드라마틱한 승승장구에 초점을 맞추려 하지 않았다. 디키와 미키 사이의 차이점,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는지 여부가 어떻게 두 사람의 행로를 바꿔버렸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상처를 극복해 두 사람 모두 자기혐오가 아닌 자기존중의 방식을 터득했는지에 집중한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무시무시한 연기야말로 이 영화의 핵심이다. 반듯하고 냉철한 이미지로 자리를 굳힌 크리스찬 베일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불같고 제멋대로이며 망상 같은 자기 과신에 빠져 있는 디키를 온몸으로 열연한다.


레드 라이딩 후드

감독 캐서린 하드윅
출연 아만다 사이프리드, 게리 올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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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형제의 동화 ‘빨간 망토’가 늑대인간 전설과 만났다. ‘트와일라잇’ 1편을 성공적으로 영화화했던 캐서린 하드윅이 다시 한 번 10대 판타지 로맨스를 음울한 고딕물과 결합시켰다.

아름다운 소녀 발레리(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마을의 아웃사이더 피터와 부잣집 아들 헨리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 무렵 붉은 달이 뜨는 밤마다 어둠의 숲에 사는 늑대인간이 마을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굿모닝 에브리원

감독 로저 미첼
출연 레이첼 맥애덤스, 해리슨 포드, 다이안 키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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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어디나 방송가 풍경은 비슷한 것 같다. 24시간 아이디어 싸움, 철야는 기본, 게다가 악마 같은 상사까지. 학벌과 경력 모두 시원찮은 베키(레이첼 맥애덤스)는 어렵게 메이저 방송국에 취직한다.

그녀가 맡은 프로그램은 시청률 최저의 모닝쇼 ‘데이브레이크’. 베키는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전설의 앵커 마이크 포메로이(해리슨 포드)를 영입하지만 그것은 일생일대 최악의 선택이었다.


파수꾼

감독 윤성현 출연 이제훈, 서준영, 박정민, 조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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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부산 국제영화제와 2011년 로테르담 국제영화제를 휩쓴 한국 독립영화의 걸작. 영화는 고등학생 기태(이제훈)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기태 아버지(조성하)는 아들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기태의 친구들을 찾아나선다.

한때 기태와 동윤(서준영), 희준(박정민)은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은 절친한 친구였으나 사소한 오해와 자존심 싸움이 겹치면서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글 김용언 씨네21 기자 eun@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