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꿈과 경제

[경제학 특강] 당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라
“성공하려면 좋아하는 일을 하라.” 많이 들어본 말일 것이다. 그런데 정말 이 말이 맞을까. 가장 좋아하는 일이 컴퓨터 게임이라면, 계속 컴퓨터 게임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집 안에서 빈둥거리며 TV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 일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그건 분명 아니다. 좋아하는 일만 하는 사람은 그 일을 잘할 수 있겠지만, 그래서 ‘기인열전’이나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TV 프로그램에 소개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취미 활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세상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타인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해야 한다. 내가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것을 공급하고, 상대방에게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공급받으며 사는 것이 분업화된 사회의 본모습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은 타인의 필요를 잘 충족해줄 때 찾아온다. 재물이든, 명예든, 권력이든 다른 사람들에게서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본래 남이 필요로 하는 일은 신이 날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늘 직장에 다니며 불평을 쏟아내고, 사업을 하면서도 때려치우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성공을 하지 못한다. 그저 그렇게 살다가 생을 마치고 만다.

무슨 일이든 잘하려면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하고 그러려면 그 일을 좋아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본래 좋아하던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사람은 성공의 가능성도 높다. 컴퓨터 게임 마니아가 프로게임단에 발탁된다면 그 일로 크게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아이가 커서도 자기 작품을 팔 수 있을 정도로 미술 시장이 크다면 그림으로 대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교세라 그룹의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좋아하는 회사에 가서, 희망하는 부서에 배치되고,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1만 명 중 한 명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 9999명은 원하지 않는 직장에서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이 세상의 원리다.

성공의 여부는 그 현실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달려 있다. 싫어하는 일이니 죽지 못해서 억지로 한다면 성공은 물 건너간다. 수많은 사람이 그렇게 살기 때문에 금요일 오후면 마음이 푸근해지고, 일요일 저녁이면 내일 출근할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자기 앞에 놓인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인다. 일하는 것이 즐겁고, 성공에 대한 기대감에 늘 가슴 부풀어서 지낸다. 무슨 일이든 그런 사람에게는 성공의 길이 활짝 열려 있다.

이나모리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추구하는 것은 유토피아를 찾는 것과 같다. 유토피아는 화려하지만, 현실에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래도 유토피아를 현실에서 이루고 싶다면, 지금 자신 앞에 놓인 일을 먼저 사랑하라.”

마음먹는다고 싫던 일을 좋아할 수 있을까. 필자의 경험으로는 그렇다. 본래 필자가 좋아하는 일은 책 읽고 글 읽는 것이었다. 필자가 정말 싫어하는 것은 사람들을 만나고 설득하는 일이었다. 필자가 유학까지 가서 박사학위를 받았던 것도 혼자서 살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그러나 원하는 대로 살 수 없는 것이 세상이다. 2003년 자유기업원장이라는 CEO를 맡게 됐고, 해야 할 일은 사람들을 만나서 설득하는 것이었다. 필자가 싫어하는 일이다 보니 조직은 정체와 침체를 거듭했다.

그러다가 2009년 5월 9일, 하는 일을 좋아하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고 난 후 서서히 필자 자신이 바뀌기 시작했다. 조금씩 나타나는 성과도 사람 만나는 일을 더욱 즐기게 만들었다. 이제 필자는 필자의 일을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마음먹으면 싫던 것도 좋아질 수 있다.


[경제학 특강] 당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라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숭실대 법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등에서 시장경제를 연구했으며, 2004년부터 자유기업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일러스트 김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