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호 팍’은 강하고 오래간다

<YONHAP PHOTO-0226> Chan Ho Park #61 of the Los Angeles Dodgers pitches to the Colorado Rockies during the sixth inning at Dodger Stadium June 4, 2008 in Los Angeles, California.   Harry How/Getty Images/AFP    ==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 TELEVISION USE ONLY ==/2008-06-05 07:15:13/
<저작권자 ⓒ 1980-200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Chan Ho Park #61 of the Los Angeles Dodgers pitches to the Colorado Rockies during the sixth inning at Dodger Stadium June 4, 2008 in Los Angeles, California. Harry How/Getty Images/AFP ==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 TELEVISION USE ONLY ==/2008-06-05 07:15:13/ <저작권자 ⓒ 1980-200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그랬다. 예전부터 박찬호는 그냥 박찬호가 아니라 꼭 ‘찬호 팍’이라고 불러야 자연스러웠다. 자랑스러운 한국인 박찬호로, 메이저리거 찬호 팍으로 장장 17년을 달려온, 강하고 오래가는 형님의 기록을 되돌아보자.

16과 61 등번호와 관련한 야구 선수들의 에피소드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박찬호 선수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는 줄곧 16번을 달고 뛰었던 그가 LA다저스에서 61번을 달게 된 것은 당시 다저스의 노장 투수코치인 론 페라노스키의 등번호가 16번이었기 때문이다. 이 16을 뒤바꾼 것이 바로 오늘날까지 박 선수가 고수하고 있는 ‘61번’이다.

올해 양키스 팀으로 이적한 박 선수는 자칫 61번을 달지 못할 뻔했다. 양키스의 외야수 그레그 골슨 선수의 등번호가 바로 61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슨 선수가 오랫동안(무려 17년이다!!!) 61번을 달아온 박 선수를 배려해주어 앞으로도 계속 61번을 등에 맨 박 선수를 볼 수 있게 됐다.

0 평균 자책 0.00 야구 선수, 이것도 투수에게 가장 영광스러운 숫자라 할 수 있다. 우리의 박찬호 형님은 지난 2006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 대한민국 대표선수로 4경기에 출전, 10이닝을 던지며 평균 자책 0.00, 3세이브를 올려 늙지도 죽지도 않는 면모를 과시했다.

하지만 박 선수에게 ‘0’은 아쉬움의 기록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월드시리즈 우승 기회를 단 한 차례도 가져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300만 달러를 받았던 필라델피아 팀 대신 올해 연봉 120만 달러의 양키스 팀을 선택한 것도 바로 월드시리즈 우승 ‘0’에 대한 한을 풀기 위해서다.

<YONHAP PHOTO-0226> Chan Ho Park #61 of the Los Angeles Dodgers pitches to the Colorado Rockies during the sixth inning at Dodger Stadium June 4, 2008 in Los Angeles, California.   Harry How/Getty Images/AFP    ==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 TELEVISION USE ONLY ==/2008-06-05 07: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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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선발과 5선발 사이. 전성기였을 무렵에도 박 선수는 늘 그 어디쯤 있었다. 하지만 2선발이면 어떻고 5선발이면 어떠랴. 세계에서 가장 야구를 잘한다는 사람이 모여 있다는 메이저리그, 그 안에서 선발 투수로 활동하는 건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실제로 올해 3월 발표된 ‘다저스 2000년대 올스타 명단’에는 제5선발로 박 선수의 이름이 또렷하게 새겨져 있다. 2000년부터 2009년까지 LA다저스에 몸담았던 선수들의 성적을 포지션별로 평가해 작성한 이 올스타 명단에 박 선수는 케빈 브라운, 데릭 로 등과 함께 선발 투수로 이름이 올랐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2000년, 2001년에 박 선수가 거둔 눈부신 성적들이다. 지난 2000년 박 선수는 자신의 개인 통산 최다승 기록인 18승 10패, 평균 자책점 3.27을 기록했으며 2001년에는 15승 11패, 평균 자책점 3.50을 기록했다.

161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박 선수는 최고 구속 100마일(161km)을 찍었다. 1996년 LA다저스 시절이다. 젊고 강하고 빠르던 시절에 이룬 단 한 번의 기록이다. 하지만 이것이 박 선수의 최고 구속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

2009년에 이어 2010년에 들어서도 박 선수의 구위는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17년 차의 선수가 아직도 구속 95마일(153km)을 넘나드는 강속구를 팡팡 뿌리고 있다. 이쯤 되면 형님, 보약 한 재 제대로 잡수면 161km를 한 번 더 노려볼 만하지 않을까.

123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투수의 최다승 기록이다. 지난 2008년에 은퇴한 노모 히데오 선수가 달성한 기록이다. 하지만 이 기록은 조만간 깨질 게 확실시되고 있다. 7월 현재 박 선수가 총 122승을 기록하며 바짝 다가섰기 때문이다. 어쩌면 당신이 기사를 읽고 있는 이 순간 123의 기록은 이미 과거의 것이 돼 있을지도 모른다.

노모 히데오 선수는 이래저래 박 선수와 많은 인연을 가지고 있다. 박 선수보다 1년 늦게 LA다저스에 입단해 박 선수가 아깝게 놓친 등번호 16번을 달고 뛴 것을 시작으로, 한동안 한솥밥을 먹은 동료인 데다 메이저리그에서 흔치 않은 아시아 투수다 보니 두 사람의 이름은 오랫동안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곤 했다.

하지만 노모 히데오 선수의 현역 인생은 이미 마감한 지 오래고, 우리의 ‘찬호 형님’은 아직도 건재하다. “강한 사람이 오래가는 게 아니라 오래가는 사람이 강하다”는 진리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