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파이(수라즈 샤르마)의 가족은 국내 상황이 불안정해지자 캐나다 이민을 준비한다. 이들은 동물들과 함께 캐나다행 배에 오르지만 예상치 못한 폭풍우에 휩쓸려 파이를 제외한 모두가 숨을 거둔다. 파이가 오른 구명보트에는 파이뿐 아니라 얼룩말과 하이에나, 오랑우탄, 벵갈 호랑이가 동행한다.
[영화] ‘인생’을 말하는 진짜 3D 라이프 오브 파이 外
시간이 흐르고 배고픔에 허덕이던 동물들은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하고, 마침내 보트에는 파이와 호랑이만 남게 된다. 파이는 보트에서 발견한 생존 지침서를 바탕으로 호랑이와의 공존을 시도하며 바다에서 살아남는 법을 하나씩 배워간다. 이 놀라운 여행은 227일간 계속된다.

‘아바타’ 이후 쏟아져 나온 3D 영화를 보며 번번이 ‘속았다’라고 느낀 관객이라면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다시 한 번 그때 그 순간의 경이로움을 경험할 것이다.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의 3D 기술은 캐릭터들이 화면에서 ‘가끔 튀어나오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바다의 압도적인 황홀경 앞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그 감정을 관객에게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한 매우 효과적인 도구로 사용된다. 인간이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거대한 파도와 바람의 흐름, 장난치듯 구명보트 위를 건너뛰는 고래의 경이로움, 구명보트 주변에 모여들어 바다를 하나의 거대한 램프처럼 바꿔버리는 무수한 해파리들, 파이가 잠시 머무르는 기이한 섬의 유일한 생명체 미어캣 무리가 생생하게, 다큐멘터리를 보듯 입체감을 가지고 화면을 충만하게 장식한다. ‘보여주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3D 기술은 그 자체로 훌륭한 스토리텔링의 방식임을 실감하게 한다.

하지만 굳이 3D 기술이 아니라도 ‘라이프 오브 파이’는 그 자체로 근래 영화에서 경험하기 힘들었던 어떤 정신적인 힘을 느끼게 한다. 단순히 신이 존재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의지가 어떤 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전혀 다른 존재인 야생의 동물과 인간 사이에서 분명하게 형성되는 공존의 장은 무엇인지, 우리는 자연스럽게 인생의 목적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얀 마텔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를 ‘브로크백 마운틴’ ‘색, 계’의 이안 감독이 영화화했으며 2013년 아카데미 영화제 주요 부문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달의 추천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
감독 김성훈
출연 김래원, 이성민, 조안, 지대한
[영화] ‘인생’을 말하는 진짜 3D 라이프 오브 파이 外
한때 촉망받던 뮤지컬 감독 유일한(김래원)은 아동뮤지컬을 전전하면서 재기를 꿈꾸고 있다. 허세와 속물근성으로 똘똘 뭉친 그에게 브로드웨이에 진출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다. 블라인드 테스트로 아역배우와 함께 팀을 이뤄 참가하는 뮤지컬 오디션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하지만 유일한의 짝은 천상의 목소리를 타고났지만 비주얼, 춤 실력, 배경 같은 건 전혀 없는 다문화가정 출신 영광(지대한)이다.



잊혀진 꿈의 동굴
감독 베르너 헤어조크
출연 베르너 헤어조크, 도미니크 배피어, 찰스 파디
[영화] ‘인생’을 말하는 진짜 3D 라이프 오브 파이 外
1994년 프랑스 남부 아르데스 협곡, 3만2000년 전 인류의 꿈을 고스란히 간직한 신비로운 동굴이 발견된다. 탐험대장의 이름을 따 쇼베 동굴로 명명된 그곳에는 멸종된 희귀동물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린 300여 점의 원시 벽화가 펼쳐져 있다. 세계적인 거장 베르너 헤어조크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동굴 촬영을 허락받아, 3D 영상을 통해 인류 최초의 아티스트들의 작업을 환상적으로 담아냈다.



잭 리처
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
출연 톰 크루즈, 로자먼드 파이크, 로버트 듀발
[영화] ‘인생’을 말하는 진짜 3D 라이프 오브 파이 外
오후 5시, 퇴근을 맞아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군중에게 한 사내가 무차별 총격을 가한다. 무고한 시민 5명이 희생당하고, 모든 증거는 한 명의 용의자에게 모인다. 용의자가 남긴 메모에는 “잭 리처(톰 크루즈)를 데려오라”고 적혀 있고, 이 소식을 들은 전직 군수사관 잭 리처는 용의자와 오래전 얽혔던 사건을 떠올린다. 리 차일드의 베스트셀러 ‘잭 리처 시리즈’ 중 9편 ‘원 샷’을 영화화한 작품.



글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