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삼수 끝에 합격…“도전할수록 노하우가 쌓이더라”
CJ푸드빌 이혜선
입사 : 2012년 6월 25일
소속 : CJ푸드빌 외식 R&D 교육과정
학력 : 경희대 조리과학과 졸업
학점 : 3.71(4.5 만점)
토익 : 910점
자격증 : 유통관리사, 사무자동화산업기사, MOS MASTER, TESOL, 양식조리기능사, 한식조리기능사
해외연수 : 호주 어학연수 1년
교내외 활동 : 학생회, 교내 봉사 동아리
수상 및 인턴십 경력 : 없음



삼고초려(三顧草廬)는 고용인(employer)의 입장에서 인재를 영입할 때 자주 쓰이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 반대로 피고용인(employee)이 세 번의 끈질긴 지원 끝에 취업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CJ푸드빌 신입사원 이혜선 씨의 이야기다. 2009년, 2010년 두 번의 낙방에도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그 경험을 살려 올해 당당히 입사에 성공했다. 자신이 꿈꾸던 곳에서 일을 즐기고 있는 그는 지금 누구보다 행복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삼수 끝에 합격…“도전할수록 노하우가 쌓이더라”
외식 서비스 기업 CJ푸드빌의 대표 브랜드 빕스(VIPS) 목동점. 이혜선 씨가 입사 후 연수기간을 거쳐 현장 교육을 받고 있는 곳이다. 3개월간 매장에서 교육을 마치고 나면 직무별 부서 배치를 받는다. 매장 업무가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씨는 “내가 할 외식 R&D(연구개발)가 매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현장 시스템을 알아가는 중이라서 재밌기만 하다”고 웃으며 답했다.

외식 R&D의 주요 업무는 외식 관련 브랜드의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개선하는 것이다. 메뉴 개발이라는 주 업무 외에도 새 메뉴의 마케팅 및 운영까지 포함하는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한다. 이 씨가 외식 R&D 진출을 생각하던 대학생 시절 마케팅·컨설팅 관련 수업을 많이 수강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경희대 조리과학과를 졸업했다. 어려서부터 유독 TV 요리 프로그램을 좋아할 정도로 요리에 관심이 많아 조리과학고등학교로 진학했다. 대학에서도 조리과학을 전공하며 진로를 구체화했다. 특히 빠르게 바뀌는 외식 트렌드 속에서 다른 문화의 음식에 우리 문화를 접목시키는 것이 신기했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CJ푸드빌이다.

“우리나라에 외식업체는 많아요. 대학 때 채용 설명회도 많이 열렸고요. 그런데 중요한 건 대부분 외국 브랜드라는 거예요. CJ푸드빌은 14개 브랜드 중 하나 빼고 토종 브랜드라서 우리나라의 정서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개발하는 시스템을 갖춘 곳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게 제가 원하는 일이기도 했고요.”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삼수 끝에 합격…“도전할수록 노하우가 쌓이더라”
낙방 경험에서 자신의 약점 찾아

고등학교 때 이미 조리 관련 자격증은 땄기 때문에 조리 기술에 대해서는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조리를 한다고 해서 나머지가 부족하다면 나만의 메리트가 없어진다고 생각했다. 다른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스펙이 필요하다는 결론이었다. 이 씨는 외식 관련 경험과 기본 교양을 쌓는 데 주력했다.

컴퓨터 자격증과 영어교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또 경험을 중요하다고 생각해 갤러리 카페, 떡 카페 등 새로운 외식 트렌드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경험을 쌓았다. 특히 2008년 6개월 동안 인사동의 떡 카페에서 일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떡을 빚기도 하고 팔기도 하는데 인사동이라 그런지 외국 손님이 많았어요. 그 사람들이 물어보는 것들, 예를 들어 떡이 뭔지, 도라지가 뭔지 설명하다 보니 음식의 트렌드와 마케팅에 대해서 조금씩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2009년 처음으로 CJ푸드빌에 입사지원서를 보냈다. 결과는 서류 전형 탈락. 이듬해 1차를 통과할 이력서를 만들어 다시 도전했다. 서류 심사를 통과했으나 2차 인·적성 시험에서 고배를 마셨다.

“너무 긴장했지 뭐예요. 그 해에 갑자기 유형이 바뀌는 바람에 더 당황했어요. 천천히 풀 수 있는 문제인데 읽는 속도도 느려지고 눈에 안 들어오더군요. 다시 실패 요인을 분석했어요. 아무래도 책을 많이 봐야 읽고 생각하는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겠더라고요.”

인·적성 관련 문제집은 보지 않았다. 한 번의 경험으로 유형은 예측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시사와 트렌드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이것이 인·적성 시험뿐 아니라 면접 때까지 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절치부심하고 도전한 세 번째 지원에서 서류 심사와 인·적성 모두 무난히 합격했다. 특히 인·적성 시험에서는 도중에 ‘그래, 이런 문제도 있었지’ 할 정도로 여유가 넘쳤다. 남은 것은 두 차례의 면접뿐이었다.



면접관이 원하는 ‘고객의 생각’을 얘기하라

CJ푸드빌의 면접 과정은 크게 심층 면접과 임원 면접으로 나뉜다. 심층 면접에서는 토론과 협상, 직무 테스트를, 임원 면접은 인성 면접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심층 면접에서는 인수합병 시나리오와 방송국과의 광고 제휴 협상을 주제로 팀별 토론과 마케팅 관련 개별 발표가 있었다. 이 씨는 “팀 토론 중에는 발언 기회를 조율하고 균등하게 하는 데 애썼는데, 면접관이 토론에 참여하는 방식이 아니어서 팀의 그런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보고 점수를 주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외식 R&D가 일반 사무직과는 업무가 다른 만큼 같은 날 치러진 직무 테스트는 가장 중요한 시험이었다. 직무 테스트는 전날 통보받은 과제를 발표하는 방식이다. 이 씨에게는 빕스의 오렌지 아보카도 샐러드와 피자 한 종을 먹고 장점과 개선사항을 말하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이 시험에서 그는 최고점을 받았다.

“조마조마했어요. 다들 구체적으로 얘기하는데 저는 짧게 핵심만 얘기했거든요. 메뉴들이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만들어진 건데, 입사도 안 한 제가 분석하기보다는 그냥 고객 입장에서 느끼는 것을 어필했어요. ‘여기에 뭐가 들어가고 어떤 맛이 나는데 고객이 느끼기에 이럴 것이다. 이런 점을 접목하면 만족감이 오를 것이다.’ 이렇게 필요한 요소만 얘기한 것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임원 면접에서는 가치관과 최근 외식 트렌드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지원요건이 학사 이상이긴 하지만 메뉴 개발을 하기에 학사는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어떤 노력을 했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이 씨는 “조리를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해 대학에서는 마케팅과 운영으로 눈을 넓혔기 때문에 부족하겠지만 금방 따라갈 수 있다”며 대학 생활 동안 쌓은 경험을 강조했다. 면접관과 지원자 모두 만족할 만한 답변이었다.

이 씨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아무리 취업이 어렵더라도 많이 도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도전하는 과정 자체가 경험이 되고, 그 경험이 쌓여 나중에는 자신에게 선택의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제 주위에도 한두 번 떨어졌다고 ‘나는 왜 안 될까’라면서 좌절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건 인생에서 일부분일 뿐이잖아요. 저 역시 계속 떨어졌지만 입사하고 싶다는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계속 지원해서 성공했고요. 친구들도 안 될 줄 알았는데 결국은 해냈다고 대단하다고 하더라고요. 이처럼 성취감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본보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 원하는 직장이 있다면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글 함승민 기자 sham@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