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출동-LG전자 잡(Job)캠프 모의 면접

내가 입사하고 싶은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직접 모의 면접을 해준다면? 목소리에서부터 자세, 표정, 발언 내용을 평가해주고 지원 상담까지 곁들인다면? 그리고 한 달 뒤 실제 면접장에서 그 면접관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난 9월 19일 서울 신촌의 민들레영토에서 LG전자의 캠퍼스 리크루팅 ‘LGE 잡캠프’ 행사가 열렸다. 선배와의 일대일 취업 상담, 자소서 클리닉, 임원 특강, 채용설명회 등 바쁘게 이어진 행사에서 단연 만족도가 높았던 행사는 면접관이 직접 참여한 모의 면접 코너. ‘연습 같지 않은 연습’ 기회를 얻기 위한 취업준비생들의 발길이 끝없이 이어진 행사장을 찾았다.
[뽑히는 면접의 기술] 미래의 면접관을 ‘한 달’ 먼저 만난다?!
“이 쪽으로 오세요. 모의 면접 시작하겠습니다.” 대기 장소에 앉아 있던 3명의 지원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손에는 지원 분야와 직무, 이름과 학과, 어학 점수 및 공모전 수상 경력 등을 기록한 ‘모의 면접용 이력서’가 들려 있었다.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세미나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지원자들을 안진상 인재개발실 과장과 류정필 한국마케팅본부 과장이 환한 웃음으로 맞이했다. “반갑습니다. 여기 앉으세요.”

“자, 자기소개부터 해볼까요.” 마주 보고 앉은 면접관과의 거리는 고작 1미터 남짓. 두 면접관의 표정은 여유로운 데 반해 지원자들은 어색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자기소개를 시작하자 목소리가 달달 떨리는 지원자,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지원자, 미리 생각해둔 자기소개를 잊어버려 눈만 깜빡이는 지원자… 각양각색의 지원자와 이력서를 번갈아 보며 자기소개를 듣던 면접관이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A씨는 사교성이 부족한 편인가요? 마케팅 직군에 지원하셨는데 마케팅이면 그런 역량이 필요하거든요.”

무표정으로 말하던 한 지원자가 돌발질문에 깜짝 놀라 머리를 긁적였다.
[뽑히는 면접의 기술] 미래의 면접관을 ‘한 달’ 먼저 만난다?!
실제 면접관이 평가하는 ‘적나라한 나의 모습’

본격적인 질문이 시작되자 세미나룸의 공기는 더 차가워졌다. 류정필 과장은 이 긴장감을 깨트리려는 듯 부드러운 질문으로 입을 열었다.

“B씨는 자격증이 아주 많네요. 한자도 잘하시고 자산관리사, 유통관리사는 지원하신 분야에서 아주 반기는 자격증입니다. 혹시 마케터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미리 준비를 해오신 건가요?”

“처음엔 대학 편입에 가산점이 된다고 해서 따두었는데 취업에도 도움이 된다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솔직한 대답에 면접관들이 잠시 멈칫했다. “음… 그렇군요.”

“C씨는 경제학과인데 마케팅에 관심이 많나요?” 이어서 질문을 받은 지원자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네, 저는 상품기획이나 시장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분석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데 교내 기업분석 대회에서도 마케팅 툴을 다루었고….” “혹시 사용할 줄 아는 툴이 있나요?” “네, BCG….” “BCG는 너무 기본적인 툴이고 혹시 다른 게 있나요?” 면접관의 지적에 대답하던 지원자의 얼굴이 붉어졌다.

면접관들은 적절히 코멘트를 하며 지원자들을 격려했다. “C씨는 어깨를 조금 펴시는 게 좋겠어요.” “B씨는 옆 사람 이야기를 전혀 듣고 있지 않네요.”

“A씨는 표정을 좀 더 밝게 해주세요.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셔야지요.” 지적을 받은 지원자들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내내 조심스럽게 답변을 이어가던 한 지원자는 “회사에 대해 많은 조사를 해온 것 같다”는 칭찬에 표정이 금세 밝아졌다.
[뽑히는 면접의 기술] 미래의 면접관을 ‘한 달’ 먼저 만난다?!
면접이 중반부에 이르자 지원자들을 당황케 하는 질문도 이어졌다. “만일 상사가 불합리한 일을 시킨다면 어떻게 할 건가요? 상사에게 복종하는 것도 회사 문화지만 이 일을 하기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당혹스러움이 지원자들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일단 상사가 시키는 대로 해야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상사가 된다면 그런 일을 하지 않도록 바꾸어 보겠습니다.” 한 지원자의 대답에 말꼬리를 잡는 질문이 시작됐다.

“불합리하더라도 상사가 시키는 대로 따라가겠다? 너무 패기가 없는 거 아닌가요?” “회사 전체에 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한 것이라면 다른 상사에게 상담을 요청하겠습니다.”

“그렇다면 고자질을 하겠다는 얘긴가요?” “회사 전체에 문제가 될 정도의 일이라면 그것이 고자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간신히 압박 질문을 빠져나간 지원자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20여 분의 시간이 지나고 안진상 과장이 입을 열었다. “B씨는 옆 사람이 이야기를 할 때 자기 생각에 빠져 있네요. 옆 사람이 이야기를 할 때는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주는 게 좋습니다.” “C씨는 예상 못했던 질문이 나왔을 때 표정 변화가 많이 있었어요. 면접관 앞에서는 그런 생각을 표출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엔 지원자들이 질문할 차례. 한 지원자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까 저에게 마케팅 툴에 대해서 물어보셨는데 그게 중요한가요?” “학술 용어를 너무 쉽게 쓰지 마세요. 잘 보이려는 욕심에 전문 용어로 포장하다가 오히려 면접관에게 꼬리를 잡히기 쉽습니다. 단어는 신중하게 쓰세요.”

처음 질문을 받았던 지원자도 손을 들었다. “처음에 자격증에 대해 물어보셨을 때 제가 잘못 대답한 거죠?” “네, 좋지 않은 답변이에요. 기대했던 면접관들이 실망하게 됩니다. 상권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는 것을 조금 더 이끌어내서 대답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면접관들이 보는 건 지원자들의 애티튜드예요.” 지원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뽑히는 면접의 기술] 미래의 면접관을 ‘한 달’ 먼저 만난다?!
일대일 코칭 “피 같은 조언”

“그럼 모두 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30여 분의 시간이 지나고 모의 면접장을 빠져나온 지원자들은 모두 상기된 표정이었다. 모의 면접에 처음 참가했다는 김지은(서울시립대 경제 4) 씨는 “내가 지원한 직종의 면접관을 만나서 부족한 부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홍연아(한국기술교육대 컴퓨터공학 4) 씨 역시 “상반기 면접에서 탈락한 이유를 명확히 알지 못했는데 오늘 지적받은 점들을 바탕으로 연습하면 될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철종(성균관대 러시아어문 4) 씨도 “더 많은 것을 준비하지 못하고 임한 것이 아쉽다”며 “앞으로 취업 스터디를 하면서 좀 더 탄탄하게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틀 동안 진행된 LG전자 잡캠프에서 모의 면접에 참여한 이는 150여 명. 안진상 과장은 “모의 면접에서 만난 이들 중 좋은 인상을 남긴 사람은 실제 면접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모의 면접에 왔다는 것 자체로 본인의 열정은 인정받은 것”이라며 “너무 외운 듯 이야기를 하기보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LG전자 채용팀의 김주희 사원은 “선배 사원들이 일대일로 코칭해주는 이번 리크루팅 행사의 콘셉트에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며 “LG전자만의 채용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내년 상·하반기에도 더 발전된 형태의 잡캠프 행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