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29년 간 디자인 전문가로 근무...올 10월 제8대 부산디자인진흥원장으로 취임
제조업 발전, 관광 자원 보유한 부산, 디자인 메카로 자리매김 목표
디자이너들이 비즈니스 창출할 수 있는 생태계 마련
올 10월 제 8대 부산디자인진흥원장으로 취임한 강필현 원장은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29년 간 디자인 정책 등 산업 전반의 문제를 디자인으로 풀어낸 자타공인 디자인 전문가로 꼽힌다. 강 원장은 건국대와 고려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고, 네덜란드 EDC(European Design Center) 스페셜 코스를 졸업했다. 1992년부터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성장본부장, 전략연구실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한 디자인 정책개발 전문가인 그는 취임사에서 “부산디자인진흥원과 같은 공공서비스를 지향하는 진흥조직은 성과창출이 핵심으로 부산 디자인산업계가 기대하고 응원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기관의 모든 구성원이 전문 역량을 지속가능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구성원 개인과 기관의 비전 공유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부산이 국내 디자인 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 강필현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29년 간 근무하시다가 올 10월 부산디자인진흥원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그동안 디자인산업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부울경 지역에서 실질적 성과창출을 할 수 있는 기 회가 마련돼 매우 감사드립니다. 제 경험과 노하우를 그대로 살려 부 울경 디자인 산업에 도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전략연구실장, 혁신성장본부장 등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주요 보직을 맡으셨는데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으시다면요.
“그동안 디자인기업육성과 디자이너와 기업의 역량강화, 미래가치창 출 디자인연구, 사회문제해결을 위한 디자인정책 도입, 국민디자인 단 등 디자인산업성장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들을 단계 별로 추진해 왔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축적돼 2019년 일자리위원회 에서 관계부처 통합으로 ‘디자인주도 일자리창출’ 정책을 발표하고,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것이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고 기억에 남습니다.”
부산디자인진흥원은 부산을 비롯해 부울경 지역 내 디자인 산업 거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역할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90년대까지 디자인 분야는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수단으로 발 전했습니다. 이후 고객이 경험하는 가치를 디자인하는 부분까지 역 할이 확대됐죠. 특히 2000년대 초부터 공공부분에서 디자인 분야를 통해 사회구성원과 국민을 위한 다양한 공공재와 사회서비스모델을 디자인해 제공하고 있고요. 또 IBM, P&G 등 글로벌 기업들은 디자인 분야를 기업혁신과 미래시장을 창출하는 수단으로 디지털 기술과 융합해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글로벌 공유서 비스 기업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의 혁신시장창출 사업모델을 만든 기업의 CEO 또한 디자이너 출신이 많습니다. 디자인산업은 이러한 산업과 사회에서 인간을 위한 가치를 창출하고 그 역할을 담당하는 산업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부산은 디자인주도의 미래가치창출에서 최적화된 거점지역이죠. 서비스를 비롯해 제조, 해양, 유통, 문화 관광 산업분야가 융합하는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 바로 부산 입니다. 특히 부산 시민과 사회의 디자인 의식은 국내 최고 수준입니다. 그 사례로 현재 행정안전부에서 진행 중인 국민정책디자인단에 부산시가 참여해 최우수상, 우수상 등의 수상 성과를 꾸준히 내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부산디자인진흥원은 부울경 지역의 디자인산업을 고도화 할 수 있는 산업과 기술 간 융합디자인 정책과 시민이 행복한 공공서비스디자인 정책을 실증할 계획입니다. 궁극적으로 사회구성원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부산디자인산업으로 고도화 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부산디자인산업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준비 하는 것이 저, 그리고 진흥원의 역할입니다.”
“부산 시민과 사회의 디자인 의식은 국내 최고 수준··· 디자인 메카 부산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공의 지치지 않는 지원 필요”
부산을 국내 디자인산업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지금 부산은 지역적으로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부산과 울산·경남을 포함해 부울경이라고 하는데요. 부울경의 특징은 제조업이 발전한 지역이고, 더 나아가 유통의 요충지로서의 역할도 가능합니다. 특히 부산은 관광 자원을 보유한 도시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게임, 박람회 등 다양한 글로벌 행사들이 부산에서 개최되고 있습니다. 물론 디자인 산업은 사람 중심의 비즈니스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기업도 아주 유능한 디자이너가 다른 곳으로 가버리면 그 기업의 가치는 확 줄어들 수밖에 없죠. 대표적으로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애플의 부사장이었던 조나단 아이브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라고 말할 정도로 디자이너의 가치는 큽니다. 이러한 디자인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부산에 있는 디자인 인력들과 디자인 전문기업, 그리고 외부의 우수한 디자이너들이 부산에서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기조에서 진흥원은 내·외부 디자인 인력에 성공에 대한 도전을 계속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물론 예전에는 일시적 개발비를 지원해주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디자인 기반의 제품, 서비스를 흥행시킬 수 있도록 잘 연결시키고, 투자 채널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몇 년 전부터 진흥원에서는 예비·초기·재창업·도약기 창업기업의 지원사업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주도 창업의 중요도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현재 우리나라의 창업정책은 기술기반의 창업에 집중해 왔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글로벌 스타트업 사례도 마찬가지 이지만 신 시장창출 사업모델과 상품을 선행디자인하고, 고객의 검증을 통해 실질적인 기술융합과 투자가 진행돼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례들이 많이 있습니다. 향후 우리나라가 미래를 선도하는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주도의 창업정책을 구체화해야하며, 모든 창업정책에 디자인 분야의 역할을 필수적으로 반영해야 합니다. 저는 2019년 디자인과 지능화기술(AI, NFT, Big Data 등)이 융합해 섬유, 봉제 산업을 혁신하는 ‘스타일테크’ 정책을 도입해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스타일테크 사업에 참여한 스타트업들은 총 3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즉, 개인이나 팀의 기술기반 창업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발전해 디자인과 타 분야가 융합해 미래가치창출 사업모델을 디자인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투자와 관련기업들의 참여를 촉진하는 생태계 창출 중심의 창업정책이 디자인 주도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츠 분야,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삶의 경험 제공··· 새로운 경험을 주는 스포츠 모델과 상품을 디자인하는 역할 담당해야”
스포츠산업에도 디자인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포츠 산업과 디자인을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현재 우리는 고령화와 산업지능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과거의 스포츠 산업은 특정 분야로 인식돼 왔죠. 그러나 인류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는 것에 관심이 커지고 수명이 연장되는 사회에서 스포츠 분야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삶의 경험을 제공하는 분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디자인 분야는 그동안 헬스케어를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건강을 증진 시키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스포츠 모델과 관련 상품을 디자인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즉 사회구성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스포츠서비스모델 디자인을 담당해야 하죠. 또 산업지능화 사회는 그동안 우리가 물리적으로 제공한 다양한 노동과 일자리를 대신하는 수단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러한 시대에 인간에게 필요한 새로운 경험 가치를 스포츠 산업을 통해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그동안 인간공학적인 스포츠 상품을 디자인하는 단계에서 새로운 스포츠서비스모델과 인간의 건강한 삶 을 유지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단계로 발전해야 합니다.”
지방 청년들의 취·창업 문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부산도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청년 취·창업 문제를 디자인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은 직장 상사나 사회 선배들과 생활하며 경험으로 취득하는 삶의 지혜와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과거보다 매우 적은 것이 현실이죠. 반대로 온라인상에서 개인의 의사표현을 자유롭게 펼치며 살아온 세대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대의 청년들의 일거리나 일자리는 과거 패러다임으로 정의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부산을 비롯한 지방 청년들의 일거리와 일자리창출을 위한 맞춤형 미래 취·창업 모델이 필요한 때입니다. 즉, 청년이 갖고 있는 지능화기술 기반의 사회적 가치의 요구를 스스로 사업화 할 수 있는 커리어패스 서비스모델을 맞춤형으로 디자인해야 합니다. 특히 디자인 분야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자신의 미래를 디자인 사고로 구체화할 수 있는 역량과 경험을 우선 제공해야 하죠. 그리고 디자이너와 협업하거나 시장가치를 창출하는 디자인과정에 참여해 과거 직장과 사회선배 들에게서 얻은 다양한 성공과 실패의 경험적 지식을 축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좀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이지만 디자인 분야가 청년의 성장과정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본적인 역량이 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영국의 경우 4단계의 교육과정에 모두 디자인 활용교육이 포함돼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까지 디자인응용 방법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죠.”
해외에서는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창업기업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반면 해외에 비해 국내 디자인 기반 창업 기업 수가 적은 느낌인데요. 국내 디자인 기반 창업이 적은 이유, 그리고 확대 방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앞으로 우리나라도 디자인 기반 창업이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가 잘 아는 ‘배달의 민족’ 창업자인 김봉진 대표 역시 디자이너입니다. 인공지능의 추론엔진을 융합해 색상과 의복디자인을 제안하는 서비스 기업 ‘옴니어스’ 또한 디자인 기반 기업이죠. 또 얼굴의 피부 상태를 측정해 화장품, 피부과 등 다양한 추천 서비스를 지원하는 스타트업인 ‘룰루렙’도 디자인 기반 창업기업이고요. 이러한 성공모델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만큼 디자인 주도의 창업정책과 문화가 확산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부산 시민이 행복하고 지역 기업이 수익 창출할 수 있는 디자인지원시스템 구축 필요···부산시민디자인단 통해 시민이 원하는 불편함을 디자인으로 해결하는 윈-윈구조 마련”
얼마 전 취임사에서 공공서비스를 지향하는 진흥원의 핵심은 성과창출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어떤 방식으로 성과창출을 하실 계획인가요.
“단계별 성과가 있습니다. 우선 역량단계인데요. 부산디자인기업과 디자이너 그리고 시민들이 디자인 수요와 공급 역량을 고도화 해 부산산업과 사회에서 우수한 디자인을 요구하고, 또 공급할 수 있는 성과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공서비스와 비즈니스에 대한 성과입니다. 즉 부산시민이 행복해 하는 공공서비스디자인을 제공해야 합니다. 부산의 미래 산업을 창출하는 특화된 사업과 서비스모델을 디자인해 공급하고 부산소재 기업들이 수익을 창출해야 합니다. 이러한 성과들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부산시와 기업 및 시민이 참여하는 다양한 디자인지원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추후 그러한 결과들이 유지될 수 있는 제도와 법이 신설되면 궁극적인 성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구체적으로 부산시민이 공공서비스디자인을 어떻게 제공해야 할까요.
“우선 시민들이 원하는 공공부문의 디자인을 요구하고 투자를 유발할 수 있는 부산시민디자인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부산시민디자인단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생활 반경 내에서 바꿔야할 애로사항이 있으면 디자인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죠. 십여 년 전부터 행정안전부에서 국민디자인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각 지자체 내 시군구동별로 분리한 적은 없습니다. 그 사업을 롤모델로 삼고 진흥원이 시민 속으로 더욱 들어가 사업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디자인 중심으로 시민들의 불편을 개선한다면 디자인산업에도 예산이 투입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생기는 것이죠.”
디자인 정책개발 전문가로도 유명하신데요. 현재 우리나라의 디자인 정책은 어느 수준까지 왔다고 보시나요.
“우리나라의 디자인정책 역사는 50년을 넘었습니다. 부산디자인진흥원 또한 약 15년의 역사를 갖고 있죠. 여기서 매우 중요한 사실은 국민들의 디자인 요구가 점점 확산되고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동아시아에서 충분히 디자인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특히 디지털기술과 융합하는 디자인 분야는 과거 시장경제 논리로 디자인 수준이 평가되는 것에서 발전해 국가를 구성하는 지역사회 주민들의 삶의 만족 수준까지 평가가 가능하게 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디자인 정책은 글로벌 리더십을 갖출 수 있는 단계에서 노력 중인 것으로 판단합니다. 처음에 말씀 드렸지만 여기서 핵심 과제는 대한민국디자인산업 고도화를 어떻게 달성하느냐에 성과가 달려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진흥원에서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스포츠산업 창업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스포츠 산업은 어떻게 발전해야 할까요.
“과거 스포츠산업이 간접경험과 직접경험 그리고 엔터테인먼트가 융합되어 형성되었다면, 미래의 스포츠산업은 우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사라질 것이며, 개인의 취향과 맞춤형으로 심화될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민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대한 물질, 비물질 가치에 대한 디자인을 하는 부분은 매우 중요한 영역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능화기술을 융합해 경험디자인 분야의 역량을 고도화하고, 개인의 생애주기에 참여하는 맞춤형 스포츠서비스 모델을 디자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올 하반기부터 임기가 시작되었는데요. 임기 내 꼭 이루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지속가능한 부산의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부산디자인산업육성의 기반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기술과 산업 간 디자인융합 지원모델을 준비할 계획입니다. 또한 부산시민이 공공서비스 디자인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과 거버넌스 협력기반을 준비할 계획입니다. 즉, 부산시민이 누려야 할 디자인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면 제 임기가 지나더라도 부산시와 진흥원의 역할은 계획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khm@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