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브이로그] 2021년을 회고하며
[한경잡앤조이=심민경 그립컴퍼니 매니저] 2021년을 돌아본다. 나의 2021년을 대표하는 세 가지 키워드가 딱 떠오른다.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꼽으려고 한다면 바로 그건 '이직’이다.이직은 준비 과정만큼이나 적응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훌륭한 팀과 문화 덕에 무사히 적응했다. 회사에 가는 게 즐겁고, 한 해를 돌아보며 회고할 수 있는 여유까지 생겼으니 말이다.누구나 이직을 하지만, 누구나 한다고 해서 이직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다. 내가 했던 일을 정리하는 일부터 인터뷰에 올라가는 과정, 조직과의 작별, 새로운 조직에서 새 옷을 맞춰 입는 과정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요구했다. 나를 끊임없이 어필하고, 증명해야 하는 과정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과정 그 자체이니까.
“정말 이게 너야?”, “진짜 이 일을 하고 싶은 게 맞아?”,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그 어떤 회고보다, 나 자신을 각성하게 만드는 계기가 바로 이직이었다. 어쨌든 내게는 대단한 도전이었다.
두번째 키워드는 '성장’이다. 조직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이 비례할 순 없다는 슬픈 사실을 알기에 조직이 거듭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홀로 조바심이 났다. 내가 설 자리가 없어질까 고민했던 순간도 있었다. 그렇지만 새로운 다짐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성장하자고, 그리고 적극적으로 나누고 이야기하자고.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실행과 결과에 대한 나눔. 나의 시도가 다른 동료에겐 (길은 아니더라도) 실마리가 될 수 있도록 흔적을 남기는 일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동료에게 도움이 된다면 공유하는 것은 일도 말하고 싶지만, 흑역사를 자랑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실패를 공유한다는 것은 크나큰 용기가 필요했고, 이렇게 글로 고백하는 것도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J커브의 아름다운 성장을 보인 해는 아니었지만, 부단히 성장하려 애썼던 한 해였다.
세 번째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다. 뜻하지 않은 행운을 일컫는 말. 생각해보니 키워드와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기회는 특별한 순간을 골라 찾아오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올해 크게 깨달았다. 글을, 새로운 사람을, 일하고 싶은 곳에서 모두 내게 어떤 신호탄도 없이 자연스레 찾아왔다. 다른 해보다 유독 기회가 많았던 이유가 있었다. 올 초에는 다른 해와는 다르게 특별 다짐을 했으니까. 나만의 안전지대 (safety zone)에서 벗어나 뭐든 시도하고 부딪혀 보겠다는 마음가짐이 내게 세렌디피티를 안겨주었다. 과거의 나라면 여러 핑계를 대고, 과소평가하며 몸을 사렸겠지. 어쩌다 작은 성취가 쌓이니 이는 자아 효능감 상승으로 이어졌다. 다음을 긍정적으로 기약할 수 있는 건강한 마음근육을 키웠달까. 내년에도 기회가 온다면, 주저하지 않고 도전해볼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 것만으로 사실 뿌듯하다. 세 가지 키워드를 이야기할 수 있게 해준 가장 큰 공은 사실 기록이다. 텍스트 브이로그가 되었든, 블로그가 되었든, 일기장이 되었든 기록 덕에 다양한 기회와 연결될 수 있었고, 성장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잘 써보고자 하는 욕심도 있었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했던 날도 숱하다. 있어 보이려는 것과 솔직함 사이를 고민하다 결국에는 솔직함이 내겐 더 어울린다 생각했고, 글 속에 담긴 숨길 수 없는 나 다운 모습이 결론적으로는 많은 것을 남겼다.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서 그런 것인지, 그 덕에 내 글을 읽어준 사람들의 소중한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부끄럽지만 참으로 감사했다.
2022년의 키워드는 무엇이 될까. 아직 더 진지한 고민은 하지 못했지만, '기록’이라는 키워드를 계속해서 가져가고 싶다. 2021년에는 가녀린 선언에 불과했다면, 내년에는 선언을 넘어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 주체적으로 살아보겠다. 생각이 기록이 되고, 기록이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삶을 꿈꾼다. 할 수 있겠지?
심민경 씨는 어쩌다 첫 직장으로 스타트업을 선택하게 되어 스타트업 문화에 빠진 5년차 직장인. 현재 라이브커머스 회사 그립컴퍼니에서 사업개발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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