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브이로그] ‘마르하반’ ‘센베노’로 인사하는 동료들과 일하기
[한경잡앤조이=조아라 하이메디 매니저] 경력직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은 나에게 기대보다 걱정을 안겨줬다. 코시국에 안정적인 회사를 버리고, 가뜩이나 어렵다는 곳으로 이직을 하다니 말이다. 이실직고하자면 주변의 만류 때문에 고용계약서를 쓴 이후에도 고민이 이어졌다.‘가? 말아?’
짧고 깊은 고민의 정답은 '가보자'였다. 그렇게 D-day가 찾아왔다.
“마르하반~”, “센베노”, “쁘리벳”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자 “마르하반~”, “센베노” 등 생전 첨 들어본 외국어들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귀여운 꼬부랑 머리에 큰 눈을 가진 이집트인, 금발에 하얀 피부를 가진 우즈베키스탄인, “저는 몽골 사람이에요”라고 말하기 전까지 한국인인 줄만 알았던 몽골인 등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동료들이 반갑게 맞이해 줬다. 외국인 환자와 한국 병원을 연결해 주는 스타트업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외국인들과 함께 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다행인 것은, 외국인 동료 모두 한국말을 나보다 더 잘한다는 것이었다. (세종대왕님, 역시 한글은 가장 아름다운 언어입니다. 정말 최고입니다.) ‘2019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 약 50만명’
모든 신입 직원이 입사 첫날 듣는다는 ‘한국 의료관광 산업’에 대한 교육을 듣고 ‘K-의료’에 대한 ‘국뽕’을 제대로 맞았다. 의료 수준은 미국, 독일과 견주어도 손색없고 치료비는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아 한국으로 치료받으러 오는 외국인이 정말 많다는 걸 알았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에는 한국 의료를 이용한 외국인이 50만명에 육박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인으로서 당연하게 누리던 높은 의료 수준과 탄탄한 의료 보험에게 마음속으로 감사의 절을 100번쯤 올렸다.
여기서 잠깐, 치료를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은 한국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보험 혜택 없이 우리가 내는 치료비보다 더 많은 의료비를 지불하는데, 그래도 미국과 독일보다 훨씬 저렴해 경쟁력이 뛰어나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가 많으니 다양한 국적의 동료가 많은 것이 이해가 됐다. 의술이 한국만큼 발달하지 못해 현지에서는 치료받기 어려운 환자들이 한국에 와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건강한 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는 동료의 이야기는 한 번 더 국뽕이 차올랐다.
첫 번째 과제, '몽골 원격진료 프로모션'
그렇게 회사와 외국인 동료들에게 적응한지 한 달이 지났을까, 나에게 미션이 떨어졌다. 코로나19로 한국에 오지 못하는 몽골 환자들을 위한 원격진료 프로모션이었다. 몽골은 의료 시설이 부족하고 서비스가 열악해 암, 뇌질환과 같은 중증 환자들은 한국 등 의료 선진국에서 수술 받길 원한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의료관광 비자를 발급받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환자들이 많다. 그들이야 말로 ‘원격진료’가 필요한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치료가 필요한 몽골 환자를 찾아 한국 의료진과 원격진료를 연결해주고 필요하면 ‘한국에서의 치료가 꼭 필요하다’는 소견서를 전달해 건강한 삶을 되찾아 주자는 목적으로 프로모션을 기획했다.
몽골은 전체 인구의 90%가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빈부격차가 커 아이가 아픈 경우 페이스북을 통해 모금을 하는 경우도 있어 우선 페이스북을 활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몽골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몽골에서는 의사가 수기로 진단서를 쓰는 것', '검사 영상을 파일이 아니라 CD로 받는 것' 등 생각보다 열악한 몽골의 의료 환경에 호기롭게 맡은 원격진료 프로모션이 시작도 하기 전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만 같았다. 스타트업, 말로 듣던 대로 새로운 것 투성이다. 조아라 씨는 한국의 대형 병원에서 5년간 마케팅 담당했던 경험을 살려 외국인 환자 유치 스타트업 하이메디에 입사했다. 현재 한국의 첨단 의료 기술을 필요로 하는 외국인 환자를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기획해 외국인 환자와 한국병원을 연결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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