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브이로그] 좌충우돌 주택살이 도전기
[한경잡앤조이=김민경 밀리의서재 매니저] 어릴 적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다. 그래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네모난 내 방 장판 위에 엎드려 표지가 헤질 때까지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책을 통해(엄마가 싫어하는) 마법과 환상의 세계로 떠나곤 했다. 그 주인공들은 대개 집 안의 다락방이나 지하실에서 모험의 통로를 발견했으며, 굴뚝으로 우연히 들어온 요정이나 악당을 만나기도 했다. 그렇게 동화처럼 재밌는 일이 마구 생길 것만 같은 2층 집에서 살면 참 좋겠다는 게 나의 오랜 로망이었다.
의외로 남편도 나의 로망에 공감했다. (역시 모두 한번쯤은 마당 있는 집에서 사는 꿈을 꾸는 거였어!) 당시 둘 다 방송 관련 일을 하고 있어 보다 더 창의적인 영감을 얻고,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집을 꿈꿨다. ‘그런 집에 살면 굳이 카페 가고, 멀리 놀러 갈 필요도 없을 거야’라는 기대도 있었다. 결국 2년 월세 계약의 반이 채 안 되었을 무렵, 우리는 주택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작은 전세나 월세로 살아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양가 부모님은 걱정스러우셨나보다.
“전원주택은 나중에 보증금 돌려받기도 어려워” “전원주택은 나이 들어서 가야지, 젊은 애들한텐 안 맞아”
하긴 유튜브만 봐도 전원주택 절대 사지 말라는 콘텐츠가 넘쳐났으니 걱정하실 만도 하다. 우리도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었지만 한번 사는 거 하고 싶은 건 해봐야 하지 않겠나 싶었다.
“저희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 경험해봐야 아는 거니까, 2년만 살아볼게요!”
4-5개월간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에서 우리의 예산과 희망조건에 맞는 집을 매일같이 뒤졌다. 괜찮은 곳이 나오기만 하면 퇴근 후라도 부동산에 달려갔고, 주말에도 참 많이 집 보러 다녔더랬다. 당시 즐겨보던 MBC <구해줘 홈즈> 홈페이지에 진지하게 신청해보기도 했다. 처음에는 집을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참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주택은 전월세 매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 같았다. 그 가운데서 남편과 나는 의견 차이로 많이 부딪쳤다. 돈이 별로 없었기에 내가 원하는 조건은 작아도 수리가 잘 돼 있고 주변이 외지지 않은 집인 반면에, 남편은 낡고 오래돼도 마당이 크고 넓은 집을 원했다. 서로 설득을 하다보면 말다툼으로 이어지곤 했다.
더 행복해지려고 이사 결심을 했는데, 왜 우리가 싸우고 있을까. 그 사이 계약이 진행된 곳도 있었지만 결국 이런 저런 문제로 다 파토가 났다. 나는 점점 풀이 죽었다. 지금 사는 데 큰 불편함이 없고, 월세 계약도 충분히 남은 상태에서 괜히 유별난 척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해가 넘어가고 여전히 포기를 못한 나는 신규 매물을 훑어보고 있었다. 수개월간 숙련된 나의 레이더가 뭔가를 발견했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면 가능할 것 같은 금액에, 마당도 있는데다가, 바로 옆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다소 생뚱맞지만) 외지지도 않은 단독주택이 있었다! 보자마자 남편에게 외쳤다. “나 여기 살래!”

김민경 씨는 겁도 많고 꿈도 많은 직장인이다. 읽고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는 독서 콘텐츠 플랫폼 회사에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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