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브이로그] PRIIISM 필진이 꼽은 올해의 뮤지션

[한경잡앤조이=김철진 프립 매니저]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를 들여다 보는 건 취향을 통해 서로와 더 가까워진다는 것. 이 표현은 정말 자주 쓰면서도 쓸 때마다 좋습니다. 지난 3주 동안 플레이리스트를 나누며 음악 이야기를 할 수 있어 PRIIISM 필진 모두 즐거웠습니다. 깊은 음악 지식은 없지만, 좋아하는 것을 누구보다 떠벌리기 좋아하는 저희들에게 소중한 기회였어요.

올해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네요.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올 한해 정말 깊이 빠졌던 것은 또 무엇인가요? 음악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음식, 영화, 일, 책, 사람 등 여러분께서 2022년하면 떠올릴 수 있을만큼 좋아하고 사랑했던 것들을 되돌아보시고 정리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올해를 보다 소중하고 애틋하게 마무리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들 맘대로 뽑은 올해의 뮤지션 [스타트업 비긴어게인 시즌2]
사공(Sagong)
숑 : 연기대상이나 연예대상을 보면 하반기, 특히 4분기에 맹활약한 작품이 유독 후보에 오른다. 물론 객관적인 지표가 작동하기도 하겠지만 인간의 심리 상 대중에게도 연말과 멀어질수록 당시에 느꼈던 감흥이 한풀 꺾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의 뮤지션을 꼽는 나만의 연말결산에서는 어떠해야 할까. 비슷한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요즘 푹 빠진 음악일수록 더 깐깐한 눈으로, 아니 귀로 평가하기로 했다. 나의 올해를 대표할 만한 뮤지션이라니 더욱 공정과 신중을 더해야지.

그리하여 올해의 뮤지션으로 선정한 싱어송라이터 "사공(Sagong)"은 다름아닌 요즘 가장 열렬하게 즐겨 듣는 음악이기도 하다. 최근 자주 들었기 때문에 높은 평가를 준 건 아닐까 싶어 거듭 고민했지만 그의 음악은 녹음이 짙어가던 봄여름의 문턱에서도, 낙엽이 춤을 추던 가을에도 꾸준히 존재감을 빛냈다. 사공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쓸쓸하고 고독하다. 사계절 중 그의 무대를 단 하루 꾸릴 수 있다면 고민의 여지 없이 겨울 중에서도 가장 춥고 밤이 긴 어느 날이리라.

하루가 다르게 겨울이 깊어가는 요즘은 그가 작년 발매한 첫번째 정규 앨범 "Optimist"를 주로 듣지만, 올해를 통틀어 가장 자주 재생한 건 바로 ‘모래성’이란 곡이다. 우리가 만들던 모래성에서 누가 먼저 손을 뗐든, 그건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 그저 모래성일 뿐이다. 이따금 생업의 최전선이든 일상에서든 누군가에게 잘잘못을 가려야 속이 시원해질 것 같은 순간이 오지 않나. 그토록 턱끝까지 마음의 여유가 없던 순간마다 사공의 느긋한 목소리는 조급한 내 마음을 차분히 다스렸다. 그래 맞다, 어차피 모래성이잖아. 누구의 잘못인지 알아서 뭐 할 거야? 덕분에 마음이 벼랑 끝까지 섰던 여러 순간을 견뎌냈으니 올해 마음의 빚을 많이 진 뮤지션이라 꼽을 만하다.

우리들 맘대로 뽑은 올해의 뮤지션 [스타트업 비긴어게인 시즌2]
위켄드(The Weeknd)
콜리 : 올해의 뮤지션, 위켄드(The Weeknd)다. 최근 10년간 최고의 팝 뮤지션으로 주제를 바꿔도 좋겠다. 위켄드는 2015년 "Beauty Behind The Madness"부터 2021년 "After Hours"까지 정규 앨범 석 장을 모두 모국인 캐나다는 물론 빌보드와 영국 음악 차트 최상단에 올렸다. 앨범 판매량도 연거푸 1천만 장을 가볍게 뛰어넘는 괴력을 과시했다. 그런 위켄드가 올 1월 다섯 번째 정규 앨범 "Dawn FM"으로 돌아왔다.

'Out Of Time'은 "Dawn FM"의 세 번째 싱글로 발표된 곡이다. 음악에서 시티팝 뉘앙스를 느꼈다면 정확히 감지한 것이다. 이 곡은 일본 뮤지션 토모코 아란(Tomoko Aran)의 시티팝 명곡 'Midnight Pretenders'을 샘플링 했다. 덕분에 "Dawn FM"이 발매되었을 때 'Out Of Time'이 일본에서 유난히 주목 받았다고.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이 곡은 좋은 반응을 끌었는데 뮤직비디오에 배우 정호연이 출연하면서 인기에 쐐기를 박았다.

'Out Of Time' 가사는 지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다는 걸 알면서도 지난날 마음을 다 주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곡 전반에 묻어나는 애수는 코러스 부분의 팔세토(Falsetto), 그러니까 가성에서 절정에 달한다. "Dawn FM"이 가상의 라디오 채널이라는 콘셉트를 갖고 나온 앨범인 만큼, 'Out Of Time'에도 내레이션이 등장한다. 그 주인공은 위켄드와 같은 캐나다 출신 명 배우 짐 캐리(Jim Carey)다.

우리들 맘대로 뽑은 올해의 뮤지션 [스타트업 비긴어게인 시즌2]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
로이 : 올해도 부지런히 좋은 음악을 내준 수 많은 뮤지션 덕분에 호강하며 보냈다. 그 중에서도 한 분 또는 한 팀을 뽑기가 너무 어려워 빅데이터의 힘을 빌려 올해의 뮤지션을 선정했다. 애플뮤직에 따르면 내가 올해 들었던 뮤지션 수는 659명(팀)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재생횟수를 기록한 뮤지션은 다름 아닌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로 나타났다. 아케이드 파이어 중에서도 1집 "Funeral(2004)"의 첫 번째 트랙 'Neighborhood #1 (Tunnels)'였다.

아케이드 파이어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올해가 되서야 관심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듣게 되었다. 계기는 단순했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주인공 월터가 바깥 세상을 향해 떠나는 순간에 흘러나오는 곡이 아케이드 파이어의 'Wake Up'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 노래를 부른 뮤지션을 더욱 디깅(digging)해보고 싶은 마음에 아케이드 파이어의 모든 앨범을 들어본 것이다. 알고보니 영화 "Her"의 음악도 이들이 맡았다! (몰라봐서 미안!)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인디 밴드라는 수식어를 달게 된 것은 1집 "Funeral"의 공이 클테다. 미국 피치포크는 이 앨범을 2004년 최고로 뽑았다. 롤링스톤은 2000년대 최고의 앨범 6위로 찬사를 보냈다. 발매 18년이 지난 2022년 프리즘이 올해의 앨범으로 뒤늦게 선정해 본다. 앨범명(장례식)에서부터 유추할 수 있듯 이 앨범은 전체적인 분위기가 슬픔과 비애로 가득한데, 특히 'Neighborhood #1 (Tunnels)'는 울부짖는 듯한 보컬의 목소리와 드라마틱한 구성이 일품이다. (글을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아케이드 파이어의 프론트맨 '윈 버틀러'가 올해 성추문 스캔들 논란에 휩싸였다고 한다. 이미 대부분 사실을 인정했다고...)

김철진(로이) 매니저는 현재 스타트업에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로 일하고 있으며, 마음에 드는 음악을 듣고 주변에 나눠주는 것을 좋아해 동료 필진과 함께 뉴스레터 PRIIISM를 발행하고 있다. PRIIISM에서는 로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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