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람 집토스 쌍문점 지점장
‘대한민국은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대와 집중도가 높다. 요즘같이 집값 변동이 높은 시기가 오면 각종 미디어에서 부동산 이슈로 도배될 정도다. 특히 대선을 비롯해 굵직한 선거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최우선 공약으로 나오는 이 부동산의 열기는 해가 갈수록 높아져만 간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관심의 대상인 부동산.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도전하는 이들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한 해 2만 명 넘게 합격자가 배출되는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에 응시하는 이들은 매회 10만에서 20만 명 사이로 30대에서 50대 사이에선 꿈의 자격증으로 불린다. 인생 2막을 꿈꾸며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장도 커지는 추세다. 단일 자격증 시험 중 가장 응시인원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공인중개사 시험은 수학능력시험과 토익, 9급 공무원과 더불어 4대 시험으로 불리고 있다. 최보람 집토스 쌍문점 지점장 역시 10여 년 간 백화점에서 근무하다 2020년 공인중개사에 도전해 성공한 케이스다. 지난 3년 간 부동산 시장의 최고점부터 쇠퇴기까지 경험한 최 지점장을 만나 공인중개사의 세계를 들어봤다. 공인중개사는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
“공인중개사는 인간의 3대 요소인 의·식·주 중 일반인의 접근이 어렵지만 큰 영향을 미치는 주거분야의 전문가라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예비 임차인의 예산에 맞는 집을 설계 및 탐색해주는 일이죠. 사실 집을 구하는 분들 중에서도 본인이 어떤 집을 원하는지 잘 모르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그분들과 함께 실제 매물을 확인하고 최종계약까지 마무리 짓는 일입니다. 덧붙인다면 신규매물 확보를 위한 온·오프라인 임장활동, 임대인·임차인 간의 계약 조율 및 관리, 임대관리, 광고 플랫폼 관리 등의 업무를 하는 직업입니다.”
집토스 쌍문점 지점장이신데, 이 지역의 부동산 특징이라면 어떤 것들이 있나요.
“저희 지점은 쌍문3동에 위치해 있는데, 이 동네 자체가 인프라 형성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편이에요. 교통이 편리하고 지역이 한적해 주거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죠. 다른 지역에 비해 신축건물이 많고, 주변에 고려대·성신여대 등 캠퍼스도 있어 젊은층의 유입도 꽤 있습니다.”
쌍문동하면 드라마에도 나온 동네로 유명하잖아요.
“맞아요. ‘응답하라 1988(tvN)’을 이곳에서 촬영했죠. 그리고 쌍문동은 ‘둘리의 고향’이기도 해요. 여기서 길 따라 조금만 가면 우이천 앞에 둘리 벽화 거리가 있어요. 둘리가 빙하타고 내려오다 영희에게 발견된 곳이 이곳이에요.(웃음)
“공인중개사는 근무지 외 매물도 취급할 수 있어···하루 50통 이상 전화오며 고객 상담해”
쌍문점이면 쌍문동과 그 일대 매물만 취급하는 건가요.
“그렇진 않아요. 저희도 쌍문동에 있지만 주변 창동을 비롯해 서울 전지역을 맡기 위해 열심히 다니고 있어요. 원룸의 경우엔 부동산 주변을 많이 알아보시지만 빌라·아파트·상가의 경우엔 지역 구분 없거든요.”
인터뷰 중간에도 전화가 쉴 새 없이 오네요. 보통 하루에 전화가 몇 통이나 오나요.
“개인용, 업무용으로 두 대를 사용하는데, 하루에 보통 50통 이상 오는 것 같아요. 업무용 휴대폰에 회사 대표전화번호를 연결시켜놔서 더 많이 오기도 해요.” 주로 어떤 내용의 전화인가요.
“방을 찾는 고객들의 문의 전화가 대부분이에요. 그 중에서는 민원콜도 오는데, 그래도 다행히 악성민원은 없어요.”
공인중개사의 하루일과는 어떤가요.
“저희는 출근이 10시까지인데, 다른 직원들보다 조금 일찍 출근해서 하루를 준비해요. 전날 공지사항과 고객 문의사항을 체크하고, 요즘엔 부동산 정책이 급변하다보니 매일 상황을 체크하고 있어요. 종종 본사에 보고해야할 서류 및 데이터들을 정리하고, 틈틈이 임장을 다니면서 신규 매물을 확보하고 고객 미팅을 하다 보면 퇴근시간이 되는 것 같아요.”
“공인중개사에게 임장은 가장 중요한 업무, 수시로 임장을 나가 신규 및 기존 매물 확인해야 고객에게 정확하게 정보 전달 가능”
정확히 임장이 뭔가요.
“임장은 고객이 오기 전 공인중개사가 먼저 매물을 확인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임장을 가는 이유는 공인중개사라 하더라도 처음 가는 집의 컨디션을 잘 알진 못하거든요. 그래서 몇 번 방문해 어떤 상황인지를 체크하고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 드리는 거죠. 어떻게 보면 임장은 공인중개사의 역할 중 하나예요.”
최근 ‘구해줘 홈즈’ 등 집을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많아졌어요. 그만큼 집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고 볼 수 있는데, 관련 프로그램이 영업에 도움 되나요.
“그럼요. 공인중개사 입장에선 ‘구해줘 홈즈’ 같은 프로그램이 많을수록 좋아요. 왜냐하면 집을 보러 오는 고객들이 어떤 집을 원하는지 모르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본인이 원하는 집의 형태를 알아갈 수 있으니 많아지면 좋겠죠.”
공인중개사는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2020년 11월부터 시작했으니 햇수로 4년 됐네요. 그해 10월에 시험에 응시해서 합격해 바로 시작했어요.”
“20대 초반부터 10여 년 간 백화점 명품매장에서 근무, 인간관계 회의감 들어 공인중개사 도전···5개월 간 일일 15시간씩 공부하며 준비”
<공인중개사 시험 과목>
구분 | 시험과목 | 문항수 | 시험시간 | 시험방법 |
제1차시험 (2과목) | 1. 부동산학개론(부동산감정평가론 포함) 2. 민법 및 민사특별법 중 부동산 중개에 관련되는 규정 | 과목당 40문항(1~80번) | 100분(9:30~11:10) | 객관식 5지 선택형 |
제2차 시험 1교시(2과목) | 1.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령 및 중개실무 2. 부동산공법 중 부동산중개에 관련되는 규정 | 과목당 40문항(1~80번) | 100분 (13:00~14:40) | 객관식 5지 선택형 |
제2차 시험 2교시(1과목) | 1. 부동산공시에 관한 법령(부동산등기법,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및 부동산 관련 세법 | 40문항(1~40번) | 50분 (15:30~16:20) | 객관식 5지 선택형 |
“고등학교 졸업 후 20대 초반부터 백화점 명품매장에서 일했어요. VIP 고객을 대상으로 화장품을 판매했었는데, 근무 특성상 아침 일찍 출근해 늦게까지 일하고, 주말도 거의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나를 소비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무렵, 주변 인간관계도 좁아지는 느낌을 받으면서 나를 좀 더 발전시키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어요.”
수많은 직업 중 공인중개사를 선택한 이유가 있었나요.
“개인적으로 대면 영업이 잘 맞다고 생각했는데, 이걸 유지하면서 나를 좀 더 발전시키는 일을 찾다가 공인중개사로 목표를 세웠죠.” 공인중개사 시험이 어렵기로 유명한데, 준비하는데 어렵진 않았나요.
“너무 힘들었죠. 특히 암기과목은 너무 안 외워져 울면서 외우다시피 공부했어요. 시험을 준비한 5개월 간은 집밖에 나가질 않고 하루 15시간 이상 공부했던 것 같아요.”
당시를 복기해보면 합격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중요한 건 책상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끈기와 주변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굿 센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요. 주변에서 정말 많은 유혹이 있었지만 꿋꿋이 참아냈죠.(웃음)”
일반 부동산이 아니라 ‘집토스’에서 시작하셨어요. 집토스에 지원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걱정이 앞섰어요. 뉴스에서 ‘부동산이 10만 개 이상 생겨났다’, ‘치킨 집 보다 부동산이 많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과연 시험에 합격은 했지만 이 많은 경쟁을 뚫고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었던 거죠. 당시 기획부동산이 문제가 되면서 제대로 된 직장을 어떻게 찾을지가 고민이었고, 시험공부만큼이나 제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직장을 찾는 데 시간을 많이 쏟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집토스를 알게 됐는데,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스타트업이 무섭게 성장하는 걸 지켜봤죠. 집토스에 대해 조사하면서 더욱 매력을 느껴 바로 지원하게 됐어요.”
“학원가는 시간 줄이기 위해 인강으로 공부, 자격증 공부 외에도 부동산 정책, 상식, 경제 흐름 등을 공부해야···부지런함과 끈기는 꼭 갖춰야 가능”
하루 15시간 이상 공부를 했다고 말씀하셨는데, 공인중개사가 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우선 자격증 시험 준비를 위해 학원을 알아봤어요. 처음엔 오프라인 학원을 알아봤는데, 시험 준비 기간이 그리 많지 않아 온라인 강의로 준비했어요. 아무래도 학원가는 시간이나 진도율 조절을 위해 온라인 강의를 들었는데 결론적으론 아주 잘한 선택이었죠. 개인적으론 공인중개사가 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 그 이후였어요. 눈 뜨면 바뀌는 부동산 정책이나 부동산의 흐름을 꿰뚫기 위해서 늘 뉴스를 체크하고, 관련 책을 보면서 공부해야했죠. 지금도 뉴스는 습관처럼 찾아보고 있어요.” 공인중개사가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여러 조건들이 있지만 부지런함과 끈기는 꼭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인중개사는 자격증 취득이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현장에서 더욱 깊은 공부가 필요한 직업이죠. 말씀드린 정부 정책이나 각종 은행 대출과 보증보험,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공부를 해야만 고객을 응대할 수 있어요. 그리고 조건이 까다로운 고객이 왔을 때 금방 포기해 버린다면 공인중개사 스스로 성장하기 어려워요. 임장이나 고객응대도 포기하지 않고 끈기있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나 더 꼽자면 ‘멘탈’인데요. 일의 특성상, 고객에게 성심성의껏 대했는데, 다음 날 다른 부동산에 가셔서 계약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럴 땐 일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털어내고 일어설 수 있는 멘탈이 아주 중요합니다.”
열심히 상담하고 발품 팔아 집을 소개했는데, 막상 다른 부동산을 통해 계약하면 멘탈이 흔들리기도 하겠어요.
“속상하죠. 최선을 다했는데, 다른 부동산에서 계약했다는 건 저희보다 더 좋은 매물이 있었을 수도 있고, 제가 못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 순간 주저앉는다면 발전은 없죠. 스스로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이 직업의 매력은 무엇일가요.
“배움의 정체가 없다는 점 아닐까 싶어요. 자격증을 취득해도 배워야 할 분야가 너무 많아 매너리즘에 빠질 여유조차 없다는 게 장점이 아닐까 해요. 그리고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늘 새롭다는 점, 정년이 없다는 점도 장점이죠.(웃음)”
반면 단점은요.
“아무래도 집(방)을 계속 보러 다녀야 하는 직업이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외근을 나가야 한다는 점, 체력적으로 부담되기도 해요.”
공인중개사는 고소득자로 알려져 있어요. 수입은 어떤가요.
“실제 꽤 소득이 높은 편이에요. 처음 중개를 시작했을 땐 대기업 사원 이상 벌었어요. 솔직히 기혼여성 입장에선 이 정도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직업,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공인중개사의 특징 중 하나인데, 놀려고 하면 한없이 놀 수 있는 반면, 바쁘려고 하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직업이에요. 가만히 있으면 높은 소득을 절대 받을 수 없는 직업이기도 합니다.”
공인중개사의 비전, 어떻게 보시나요.
“중개업은 점점 더 고도화 될 겁니다. 포털사이트나 유튜브, 방송 등 수많은 매체를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불명확한 정보가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어 일반인들에겐 공인중개사와 같은 전문가가 필요한 상황이에요. 다만, 집토스와 같은 비슷한 형태의 법인 부동산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1인 부동산은 매물의 양, 업무용 전산, 활용할 수 있는 광고 플랫폼의 제한 및 심지어 근무 환경까지 비교될 수밖에 없어 개인 부동산과 법인 부동산간의 양극화는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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