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10명 중 8명 이상이 해외 취업 원해···한국보다 업무환경 좋고 수평적 관계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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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잡코리아가 2030세대 구직자 2,100명을 대상으로 ‘해외 취업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84.9%가 기회가 된다면 해외 취업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2022년 자료를 보면 해외 취업 구직 등록 인원은 21,733명에 달한다. 코로나19를 거쳐 엔데믹 시대를 맞은 청년들은 다양한 경험을 위해 또다른 인생을 위해 해외 취업을 원하고 있다.

잡코리아의 ‘해외 취업 선호도’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해외 취업을 선호하는 이유로 △복지 및 근무 환경이 우수해서라는 응답이 33.7%로 가장 높았다. 이어 △영어 등 어학 실력 향상을 위해서가 30.1%로 2위를 차지했다. 이 외에는 △국내보다 높은 연봉 수준 때문(28.5%) △전문 기술 및 업무 능력을 키우기 위해(27.8%) △해외 취업경력을 통해 몸값을 높이기 위해(27.1%) △국내에서는 더 이상 취업 전망이 없기 때문(22.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회사의 노예가 될까 두려워.. 해외 취업 결심
설문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실제 많은 청년들이 외국어 실력 향상을 위해 해외 취업을 선택하고 있다. 중국의 한 무역회사에 다녔던 이정임(26) 씨는 전공인 중국어를 사용할 수 있고, 중국의 문화를 느끼기 위해 해외 취업을 결심했다. 호주 멜버른의 한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조관용(28) 씨 역시 영어 실력을 키우기 위해 호주로 떠난 케이스다.

노르웨이에서 테스트 개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박유민(34) 씨는 전문적인 지식을 배우고 경력을 쌓고자 해외에서 일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반도체 분야에서 일하던 중, 노르웨이 의 한 교수님의 연구 주제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는 “해당 주제에 대한 석사 과정을 공부하기 위해 노르웨이로 왔다”며 “석사 과정을 마친 후,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기보다는 해외에서의 경력을 쌓고 싶어 해외 취업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박유민 씨가 촬영한 풍경.
노르웨이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박유민 씨가 촬영한 풍경.
그런가 하면 한국에서의 회사생활에 무료함을 느껴 해외로 취업한 이들도 있다. 김현서(가명·26) 씨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로펌에서 Marketing & Business Strategy Assistant로 일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의 직장인의 삶이 행복해 보이지 않아 해외 취업을 결심했다. 3번의 인턴 경험과 취업한 친구들이 매일 “퇴사하자”라는 말을 하며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면서 회사의 노예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그는 “돈도 벌면서 해외에서 1년 정도 여유를 갖고 나를 돌아보자는 생각으로 해외 인턴에 지원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호주에서 IT회사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유서현(30대) 씨도 한국에서의 반복되는 회사생활이 무의미하게 느껴져 떠난 뉴질랜드에서 해외 취업을 결심했다. 워킹홀리데이로 경험했던 뉴질랜드에서의 삶이 좋아 해외 취업에 도전했다.

한국보다 좋은 건 수평적 관계와 워라밸
해외 취업자들은 해외의 업무 환경이 한국보다 좋고 수평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보다 회사에서 상사나 동료들의 눈치를 볼 일이 적고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박 씨는 “노르웨이는 인간관계가 수평적이라 업무 소통이 빠르고, 육아휴직을 하는 것에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호주는 한국에 비해 야근하는 문화가 적고, 인건비를 중요하게 생각해 페이가 높다. 조 씨는 이를 장점으로 말하며 “인건비를 중요시 하다 보니 건설직이나 기술직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해외 취업은 일도 하고, 영어 실력도 향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짧은 기간의 여행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그들만의 문화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해외에서 근무하면서 언어장벽을 느끼고 있다. 잡코리아의 ‘해외 취업 선호도’ 설문 조사를 보면, 해외 취업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답한 구직자 318명 중 58.5%가 그 이유로 △부족한 외국어 실력 등으로 인한 의사소통 문제를 꼽았다. 이 씨는 “중국인들과 일할 때,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업무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이 아쉬웠다”고 했다. 유 씨도 “늦은 나이에 해외 생활을 하다 보니 언어습득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일을 할수록 언어의 장벽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해외 취업을 떠났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 씨는 해외 취업을 하면 매일 여행하는 기분으로 근무할 것을 기대했지만, 외국인이라고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았다. 박 씨도 취업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면접관들은 노르웨이에서 reference check를 해줄 사람이 있는지 그리고 한국에서의 업무문화는 어땠는지를 물으며 박 씨에게 우려를 표했다. 박 씨는 현재 이런 질문에서 자유로웠던 다국적 미국 기업에서 일하는 중이다.

높은 물가와 적은 시급도 해외 취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요소 중 하나다. 김 씨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 해외 인턴을 뽑는 것이기 때문에 시급이 현지인들보다 낮은 편이라고 한다. 박 씨도 처음 해외 취업을 했을 때, 노르웨이의 높은 세율과 물가가 부담에 느꼈으며 조 씨도 거주비나 차량 렌트비 등 한국보다 높은 물가에 어려움을 겪었다.

해외 취업 이후에도 해외에서의 삶 꿈꿔...
김 씨는 인턴 종료 후, 미국에서 석사 학위를 따는 것을 계획 중이다. 그는 3개월의 해외 인턴 기간 동안 여러 기회를 봤다. 이제 그는 석사 과정 이후, 미국 현지 기업에 취업하는 꿈이 생겼다. 그는 “한국에서는 남들이 하는 대로 대학에 가고, 취업하고 뒤처지지 않게 사는 것이 전부인 줄 알고 살아왔다”며 “미국에 와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다른 분들도 고민하지 말고 더 넓은 세계로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 씨는 호주에 와서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변했다. 그는 워킹홀리데이 이후, 전공인 관광업이나 요식업 분야에 취업해 호주나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 사는 것도 고려 중이다. 중국에서 돌아와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이 씨는 중국에서의 생활을 통해 많이 성장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힘든 일이 있을 때 중국에서 버텼던 시절을 떠올리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생겼고 더 도전적으로 변화했다”고 전했다. 현재 그는 유럽으로 워킹홀리데이 가는 것을 계획 중이다.

유 씨는 인터뷰를 온라인을 진행하고 업무도 화상으로 하는 회사들이 많아지는 등 코로나로 인한 변화로 해외 취업의 기회가 더 많아졌다고 봤다. 그는 “이런 기회를 이용해 해외 취업에 도전해 보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해외 취업을 준비했다가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 강연희 (31) 씨는 미국 회사 인턴에 합격했지만, 경제적 이유로 이를 포기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 비자비용, 생활비, 월세와 보증금 등 미국 생활 초기비용은 최소한 900~1,0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당시 강 씨는 생활비도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중도 포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해외 취업은 위험 요소가 많고, 얻는 것 없이 상처만 받고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며 “여러 요건을 따져왔을 때 내게 꼭 필요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면 도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 취업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는 ‘K-Move 스쿨’프로그램이다. ‘K-Move 스쿨’은 청년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 직무 및 어학교육 후 해외 취업 연계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해외 취업에 성공한 청년은 조건에 따라 해외취업정착지원금 등의 지원금 수령도 가능하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남의정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