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상상력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세상을 창조하다
"게임버스는 'Game(게임)과 Universe(유니버스)의 합성어'로, 다양한 게임과 기술이 융합된 세계를 상징하며, 메타버스처럼 확장된 게임 경험을 제공하는 세상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동네 어귀에 “저 집에 컬러TV가 들어왔대!”라는 소문이 돌자 모두가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웅성거렸습니다. 그 집은 순식간에 동네 명소가 되었고, 저 역시 몇 번인가 구경을 갔던 게 아직도 생생합니다.
오늘날에는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이 생겨나는 마법 같은 시대지만, 당시에는 지금보다 훨씬 천천히 모든 것이 변하던 시절이었죠. 그런데 머지않아 컬러TV보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 일이 생깁니다. 바로 ‘가정용 게임기’의 등장입니다. TV와 연결해 간단한 전자오락을 할 수 있는 이 기기는,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단순한 게임들이었지만, 그 당시 저에게는 그야말로 혁명이었습니다. TV는 늘 일방적으로 “보여주기만 하는” 기계라고 생각했는데, 이 게임기를 연결하니 내가 TV를 향해 무언가 ‘명령’을 내릴 수 있고, TV가 거기에 ‘응답’을 하는 듯했으니까요.
흑백에서 컬러로 변화한 것보다, “TV 안에 내가 들어가서 뭔가를 움직이고 조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훨씬 더 강렬했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겠지만, 당시 어린 저에게는 “화면 속 세상으로 직접 들어가는 경험”이 무척 획기적이었고, 이로 인해 “미래라는 단어가 그리는 그림”이 훨씬 더 다채로워졌습니다.
컬러TV가 시각적인 혁신이었다면, 게임기의 등장은 저에게 ‘경험의 혁신’이었습니다. 단순 소비자로서 ‘보는’ 데에 그치지 않고, 직접 상상력을 펼쳐 세상을 만들고, 거기서 상호작용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이때부터 제가 게임과 맺게 된 인연은 훗날 생각해보면 제 인생 전반에 크고 작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사실 돌이켜보면 저의 성장 과정은 게임과 컴퓨터가 발전해온 과정과 함께 맞물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연의 일치로, 세계 최초의 상업용 컴퓨터 게임 회사인 아타리(Atari)가 설립된 해가 제가 태어난 해와 같습니다. 애플(Apple)과 같은 초기 가정용 컴퓨터도 ‘게임’과 함께 일상 속으로 들어오면서 “집에서도 컴퓨터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시대도 운 좋게 경험했습니다. 이후 ‘최초의 메가 게임’, ‘최초의 RPG’, ‘최초의 RTS’, 그리고 ‘최초의 MMORPG’ 등 수많은 ‘최초’ 타이틀을 달고 등장한 신기술과 게임들이 저의 청소년기와 함께 자라났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나올 때마다 제일 먼저 그것을 앞장서서 받아들이고 실험하는 분야가 바로 게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게임이 발전해온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겠죠. 하나는 “유저들 간의 상호작용”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상상력을 한층 넓혀주는” 것입니다.
게임은 이제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 “인간이 상상한 가상의 세상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매개체”로 자리 잡았습니다. 우주를 탐험하거나, 미지의 세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지구 반대편 사람과도 손쉽게 협동하며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예전에는 불가능하다 여겼던 상상들이 게임을 통해 현실로 다가왔고, 그 덕에 우리는 새로운 관계 맺기와 유대감,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게임이 우리의 상상력에 불어넣은 영향력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사이에 오늘날 수많은 기술혁신과 문화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앞으로는 어떤 미래를 열어갈까요? 지금부터 이 이야기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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