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월급만으로는 노후 대비가 어렵다고 생각해요”

과천시에 거주하는 5년 차 직장인 이나라(26) 씨는 8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경제 콘텐츠 계정을 운영 중이다. 나라 씨는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해 자연스럽게 재테크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주변 친구들이 돈 관리에 대해 도움을 요청했어서, 비슷한 고민이 있는 사회 초년생 분들에게도 정보를 공유하고 싶었다”고 계정 운영 계기를 밝혔다.
체크카드 혜택을 모아 정리한 영상이 조회수 115만을 달성했다. (사진=인스타그램 @na_rongrong_)
체크카드 혜택을 모아 정리한 영상이 조회수 115만을 달성했다. (사진=인스타그램 @na_rongrong_)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콘텐츠는 체크카드 혜택 추천 영상이다. 나라 씨는 “어떤 체크카드를 쓸지 찾아보다가 만들게 된 영상”이라면서 “자신의 소비 방식에 따라 체크카드를 선택할 수 있게끔 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는데, 무척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더 먼 미래를 대비를 위해 부동산 공부도 시작했다. 그는 “월급이 아무리 많이 올라도 한계가 있다”며 “지금부터 공부하고 투자해야 노후를 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30의 금융 관심 커지며 경제 콘텐츠 소비도 활발

이제는 2030 세대의 1/3가 금융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2026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트렌드’에 따르면, “평소 금리, 금융정책 등 금융/경제 관련 기사를 챙겨본다”고 답한 비율이 35.2%,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금융역량을 갖추었다”고 답한 비율이 30.9%로 각각 작년 대비 4%, 6.3% 증가했다.

미래 불안을 안고 재테크와 주식 투자를 시작하는 청년이 늘면서, SNS에서는 경제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식 투자에 필요한 정보를 담은 짧은 영상과 카드뉴스는 SNS 사용에 친숙한 2030 세대에게 접근성이 높다. 디지털에 익숙한 Z세대(1994~2010년생)와 금융(Finance)를 합친 이른바 ‘자이낸스(Zinance)’ 세대가 주식 시장에 뛰어들며 나타난 대표적인 변화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후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20대 김수연(가명) 씨도 몸소 터득한 재테크 정보들을 SNS에 공유했다가 큰 반응을 얻었다. 수연 씨는 “성인이 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세 개씩 하며 돈을 벌었지만, 아무리 일해도 남는 돈이 없었다”며 “일만 해서는 돈을 모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커져 재테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간이 비면 경제나 주식 유튜브를 보고, 틈만 나면 실적 발표 일정을 확인하는 일은 일상이 됐다고 덧붙였다.

수연 씨는 2030 세대의 미래 불안이 상당하다고 느꼈다. 그는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남는 돈이 없고, 예전 세대와 비교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며 “요즘은 정보가 너무 많고 SNS에서 비교하기도 쉬워지니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는 압박도 크다고들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일에서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6만 명의 팔로워를 둔 계정을 운영 중인 수연 씨는 “도움이 됐다는 반응을 보고, 내 경제 콘텐츠가 학생들에게는 정말 필요한 정보일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막막한 경제 공부, 함께하면 다르다

6년 차 직장인 김지수(가명) 씨는 절약과 재테크 방법을 공유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짠므파탈’을 운영 중이다. 월급을 절약해 1억을 모으고 난 후부터 투자 공부를 시작했지만, 주변에는 경제 고민을 나눌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함께 경제를 공부하고 고민을 나눌 친구를 찾으려 계정을 만들었던 게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지수 씨가 운영 중인 경제 공부 모임
지수 씨가 운영 중인 경제 공부 모임
“이런 모임이 너무 필요했어요”, “다음 기수에도 꼭 하고 싶어요” 지수 씨가 재테크 모임을 운영하며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이 모임에서는 매일 경제 뉴스를 요약해 공유하고, 재테크나 절약 팁을 자유롭게 공유한다. 매일 금리, 주가, 환율을 확인하는 습관도 기른다. 지수 씨는 “혼자 공부하기는 쉽지 않은데, 모임과 계정을 운영하다 보니 꾸준히 이어나갈 동기가 생겼다”고 했다.

지수 씨가 운영하는 계정에는 8개월 만에 4.8만 팔로워가 모였다. 빠른 계정 성장에 대해 “다들 경제 고민을 나누고 이야기할 친구들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초 1억을 모았다는 수지 씨는 직장인 월급이 많지는 않지만, 절약과 투자로도 충분히 돈을 모을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청년 주식 투자 열풍, “양극화 우려도 살펴야”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부모 세대는 안정적인 일자리와 주거를 기반으로 노후를 대비했지만, 청년층은 취업 여건도 좋지 않고 집값도 크게 뛰어 노화 불안이 크다”며 “이런 상황에서 주식, 코인으로 돈을 크게 벌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솔깃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평생 직장 개념도 사라지고, 취업 문도 좁아지니 일자리 불안도 큰 요인이라는 게 이 교수 설명이다.

한편, 청년 간의 양극화에 대한 우려 지점도 있다고 봤다. 이병훈 교수는 “부모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당장 생활비를 마련하기도 힘든 청년층은 이러한 투자 열풍에서 박탈감, 좌절감을 느끼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호 기자/이채원 대학생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