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준 인클리즈랩 대표

어떤 상품을 팔아야 하고, 어떻게 차별화할지를 데이터로 결정할 수 있게 만들어 핵심은 사용자가 ‘데이터로 사고하는 법’을 배우도록 설계된 서비스

[2025 세종대학교 캠퍼스타운 스타트업 CEO]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팀, ‘인클리즈랩’
인클리즈랩은 쿠팡 셀러가 매일 내리는 수백 가지 결정을 ‘감’이 아닌 ‘데이터’로 하게 돕는 SaaS ‘쿠파일럿’을 개발한 기업이다. 이승준 대표(27)가 2022년 8월에 설립했다.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저 역시 모든 의사결정을 ‘감’에 의존했습니다. 젊은 패기로 도전했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생계가 걸린 문제 앞에서도 근거 없는 ‘느낌’만으로 결정을 내리고 있었으니까요.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나은 의사결정을 돕는 팀 ‘인클리즈랩’을 만들었습니다.”

대표 아이템은 ‘쿠파일럿’이다. 쿠파일럿(Coupilot)은 ‘쿠팡(Coupang)’과 ‘파일럿(Pilot)’의 합성어로, 쿠팡 셀러가 매일 내리는 수백 가지 결정을 ‘감’이 아닌 ‘데이터’로 하게 돕는 SaaS다. 쿠파일럿은 셀러가 어떤 상품을 팔아야 하고, 어떻게 차별화할지를 데이터로 결정할 수 있게 만든다. 처음엔 단순히 랜딩페이지로 시장 검증을 했는데 다음날부터 바로 언제 쓸 수 있는지 문의가 들어왔고, 3주 만에 첫 버전을 출시해 곧바로 매출이 발생했다. 지금은 누적 가입자 1만 명, 3개월 이상 사용 시 평균 매출 128% 상승, 대기업과 브랜드 대행사들도 함께 사용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 대표는 어릴 때부터 투자와 게임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 왔다. 암호화폐 시장이 커졌던 2017년 이후로 많은 투자자들이 감정에 휩쓸려 실패하는 걸 직접 봤다. 이 대표는 비트코인 시장은 24시간 돌아가고, 감정이 개입되기 가장 쉬운 시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투자자들의 피로도를 줄이고, 감정을 배제해 데이터로 판단해 매매하는 자동 매매 시스템을 직접 개발했다.

그런데 이 문제는 투자 시장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요즘 가장 많이 창업하는 분야가 온라인 쇼핑몰인데, 여기서도 대부분의 셀러들이 ‘잘 팔고 싶다’는 마음만 앞서 감으로 소싱하고 감으로 가격을 정하기 때문에 실패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서비스가 ‘쿠파일럿(Coupilot)’이다.

“쿠파일럿은 단순한 데이터 툴이 아닙니다. 핵심은 사용자가 ‘데이터로 사고하는 법’을 배우도록 설계된 서비스라는 점입니다. 세미나를 통해 실제 셀러들에게 데이터를 해석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제품 구조도 그 학습 곡선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도록 설계했습니다. 그래서 겉모양은 모방할 수 있어도, 쿠파일럿이 만들어내는 ‘사고의 변화’까지는 모방할 수 없습니다.”

인클리즈랩은 단순히 개발만 하는 팀이 아니다. ‘광고비를 쏟기보다, 실험으로 검증한다’는 원칙 아래 성장해 왔다. 직접 상품도 판매해 보고, 시장 리서치를 병행하며, 유저들과의 소통을 통해 빠르게 제품을 개선한다. 이런 지속적인 사용자 소통과 실험 덕분에 쿠파일럿의 UX는 실제 셀러의 행동 패턴에 맞게 최적화되어 있다.

쿠파일럿은 정량 데이터와 정성 데이터의 결합을 제공한다. 매출, 클릭, 리뷰 수 같은 수치뿐 아니라 AI 기반 리뷰 분석을 통해 상품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셀러가 키워드와 상세 페이지를 더 효과적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또한 해당 상품과 연관성 높은 도매 상품까지 함께 추천해, 셀러가 실질적인 판매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돕고 있다. 즉, 데이터 그 자체보다 ‘이해’를 제공하는 툴이다. 결국 쿠파일럿의 경쟁력은 속도와 기술뿐만 아니라 유저와 함께 사고하고 진화하는 힘이다.

이 대표는 어떻게 창업하게 됐을까. “사실 처음에는 창업을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남들처럼 안정적인 직장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며 근로소득을 모으는 것이 목표였죠. 하지만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습니다. 평범하게 살다 사라지는 삶이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고, 유한한 인생 속에서 세상에 어떤 가치를 남길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게 됐습니다. 결국 제가 가진 역량으로 사회적 가치를 만들면서 경제적 성장도 이룰 수 있는 길은 창업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혹독한 대가를 치렀지만, 덕분에 ‘감’이 아닌 ‘검증된 데이터’만이 살길이라는 확신을 얻게 되었습니다.”

창업 후 이 대표는 “가장 큰 보람은 실제 고객의 변화가 눈에 보인다는 점”이라며 “쿠파일럿을 3개월 이상 사용한 셀러들의 평균 매출은 128% 상승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 대표는 “쿠파일럿은 현재 개인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B2C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B2B 시장으로의 확장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는 모든 비즈니스와 삶이 ‘상황인식 → 의사결정 → 실행 → 학습’이라는 프레임워크로 움직인다고 믿습니다. 인클리즈랩은 이 과정을 기술로 최적화하는 팀입니다. 이와 동시에, 최근 조직 내부적으로 매우 중요한 인식의 전환을 겪었습니다. 세상은 100%의 논리로만 움직이지 않으며, 때로는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인 요소가 더 강력한 힘이 될 때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깨달음을 바탕으로, 우리는 논리적 데이터를 넘어 인간의 감정과 시장의 복합적인 맥락까지 읽어내는 서비스로 확장해 나갈 것입니다.”

인클리즈랩은 아이템을 인정받아 세종대학교 캠퍼스타운 사업에 선정됐다. 세종대학교 캠퍼스타운 사업은 대학과 지역이 협력해 대학 인근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캠퍼스타운 입주기업은 시설 임차비용, 공용 사무기기 무상 지원, 공과금을 비롯한 시설 운영비 일부 지원 등의 혜택을 지원받는다. 기업의 희망과 특성 등을 고려해 전용 사무공간 또는 코워킹 스페이스 등이 배정되며 다양한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설립일 : 2022년 8월
주요사업 : 암호화폐 자동매매, 쿠팡 시장 데이터 분석
성과 : 쿠파일럿 누적 가입자 1만 명, 월매출 성장률 평균 15%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
[2025 세종대학교 캠퍼스타운 스타트업 CEO]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팀, ‘인클리즈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