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l 자료 다음소프트 제공] 언택트 시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행동 방식들이 뜨고 있다. 누군가를 지목해 함께 참여하는 ‘챌린지’ 문화도 그중 하나다. 이번엔 책이 챌린지의 대상에 올랐다.
“다음 주자로 @money님을 지목합니다. 7일 동안 하루에 한 권씩 좋아하는 책의 표지를 올려 주세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북커버 챌린지(bookcoverchallenge)’가 화제다.
다음소프트의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썸트렌드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에서 북커버 챌린지 주간 언급량은 2020년 2월 말부터 늘기 시작해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3월 초부터 50만 건을 넘어섰다. 바깥 활동이 제한된 4~5월에는 400만 건을 넘어섰다가 6월 현재 300만 건을 기록하고 있다.
새로운 독서 권장법
북커버 챌린지란 하루에 한 권씩 7일 동안 자신이 좋아하는 책의 표지 사진을 공유하는 소셜미디어 캠페인을 뜻한다. 독후감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표지’ 사진으로 소통하고 서로를 격려한다. 일반적인 독서 권장과 달리 책 표지만 올리는 형식으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북커버 챌린지는 또한 일반적인 독후감을 공유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책을 읽게 된 계기나 책에서 얻은 감동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기존에 독서와 함께 언급되는 키워드를 보면 자기계발서, 학습서, 교육 서적 등이 주를 이루지만 북커버 챌린지에서는 이 같은 키워드가 나타나지 않는다. 캠페인, 추천, 초대, 미션, 소환 등 챌린지에 걸맞은 새로운 키워드가 떠올랐으며 동기, 에너지 등의 독서 권장 목표에 부합하는 키워드도 걸렸다.
또 북커버 챌린지가 정착될수록 연관 키워드도 달라졌다. 1~3월까지 연관 키워드는 ‘작가’ 언급량이 1947건으로 가장 많았다면 4~6월에는 ‘마음’ 언급량이 3161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마음(1위), 생각(7위), 삶(11위) 등 스스로를 돌아보는 키워드들이 상위 랭크를 차지한 것이다. 1~3월에는 4위, 20위, 31위에 랭크된 키워드였다.
썸트렌드 관계자는 “북커버 챌린지가 ‘어떤 유형의 책을 읽는지’보다 점점 ‘독서가 주는 의미’에 초점을 두고 공유되고 있다는 걸 보여 주는 것이다”라고 풀이했다.
짧은 티저처럼 책 표지만 올려 사람들과 공유하는 ‘북커버 챌린지’ 포맷은 참여자의 부담을 줄여 주는 간단한 참여 방법으로 사람들의 참여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시각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주변 환경에 어우러져 찍은 북커버 사진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책을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주고 있다. 새로운 현상임과 동시에 독서를 장려하고 확산하는 문화가 돼 가고 있다. SNS상에서 북커버 챌린지에 참여하는 이들도 ‘이 챌린지가 독서 문화 확산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라는 문구를 덧붙인다.
한편 챌린지의 원조는 ‘아이스버킷 챌린지’다. 흔히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근위축성측색경화증(ALS)에 대한 관심 환기와 기금 마련을 위해 미국 ALS협회가 시작했다. 루게릭 환자들이 겪는 근육 수축 통증을 잠시나마 느껴 본다는 의미에서 차가운 얼음물이 담긴 양동이를 24시간 내에 뒤집어쓰거나 100달러를 ALS협회에 기부하고, 도전을 이어갈 3명을 지목하는 방식이었다. 유명 인사들이 참여해 화제를 모으면서 이후 ‘챌린지’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최근 의료진을 응원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진행된 ‘덕분에 챌린지’, 화훼 농가를 응원하기 위해 경재계가 나선 ‘플라워버킷 챌린지’ 등 다양한 챌린지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회적 이슈에 동참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 트렌드와 SNS 인증 트렌드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2호(2020년 07월) 기사입니다.]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