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지방은행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는 금융 관련 연구소들로부터도 꾸준히 새어 나왔다. 국내 최초의 금융 연구소이자 국내외 금융경제 동향에 대한 연구·분석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금융연구원(KIF)의 이병윤 선임연구위원 역시 지방은행의 발전 방향에 대한 깊이 있는 내용의 연구보고서(이순호 연구위원 공저)를 내놔 눈길을 끈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지속돼 온 저성장·저금리 기조는 대형 시중은행은 물론 국책은행과 지방은행 등 전통은행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여기에 빅테크와 핀테크 등장으로 촉발된 디지털 혁신 경쟁은 금융시장의 판도를 뒤엎을 정도의 강력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특히 지난 수십 년간 지역균형발전의 첨병 역할을 해 온 지방은행의 경우 수도권과 지방 간 성장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더욱 심각한 후유증에 노출된 모습이다. 수도권 중심의 영업 기반을 갖춘 시중은행과 달리 지방은행은 태생적으로 해당 지역의 경제와 공동운명체로서의 명운을 짊어진 탓이다. 다음은 이병윤 선임연구위원과의 일문일답.
2019년 말 지방은행의 발전 방향 및 지역금융 활성화의 필요성을 담은 연구보고서를 내신 바 있습니다. 발간 배경이 궁금하네요.
“과거 우리나라 지방은행들은 시중은행에 비해 매우 작아서 규모의 경제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밀착 경영에 의한 관계형 금융, 지역민의 충성도 등을 기반으로 수익성과 건전성에서 평균적으로 시중은행들보다 오히려 나은 성과를 보여 왔죠. 그런데 최근 데이터를 살펴보니 지방은행의 이러한 탄탄한 영업성과가 점차 힘을 잃어 가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지방은행의 수익성은 2017년부터, 건전성은 2015년부터 시중은행에 비해 안 좋아지기 시작한 거죠. 과거에 이런 모습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뭔가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저희 연구원의 이순호 박사와 함께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방은행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주된 원인은 무엇인가요. 앞으로 개선될 가능성은 있을까요.
“무엇보다 전체 경제가 부진한 상황에서 지역경제가 더욱 두드러지게 침체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이 주된 배경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실제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을 보면 2012년까지는 지방의 성장률이 전국 및 수도권 평균보다 높았는데 2012년 이후에는 역전되는 모습입니다. 특히 지방은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세가 낮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이는 최근 들어 주로 지방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전통 중화학공업 위주 산업의 성장세가 주춤하는 반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첨단 지식 산업들이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 새로운 산업은 공장이 필요 없고 사무실과 고급 인력들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고급 인력 조달 여건이 좋은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현상은 4차 산업혁명의 확산에 따라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또한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과 금융의 디지털화 확산에 따른 핀테크 및 빅테크 기업들의 일부 은행업 영위 등으로 은행 산업에서 경쟁이 강화된 것도 지방은행을 어렵게 하는 요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방은행의 경우 인력과 점포 수 등 효율성 측면에서 큰 고민을 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해결책이 필요한가요.
“실제 지방은행은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밀착형 관계금융을 통해 대출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강점이 있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전국 단위 은행에 비해 많은 지점을 보유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디지털금융의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채널이 확대되면서 지방은행이 많은 점포를 보유하는 데 따른 이익보다는 비용이 더 커지는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은행의 경우 지역밀착형 관계금융에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점포를 무조건 줄일 수도 없는 입장인 거죠.
따라서 결국 기존에도 하고 있던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모델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즉, 지역 거점 지점(hub)에 지점의 모든 기능을 몰아넣고 주변 지점들(spoke)은 경량화해 고객과의 접점을 유지하는 역할 정도만 수행하게 하는 형태죠.”

지역민들의 충성도 저하는 지방은행의 존립 위기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무엇으로 보시나요.
“사실 모바일·온라인뱅킹이 이미 대세로 자리 잡은 데다 과거에 비해 계좌 이전도 자유롭고 극도의 저금리 시대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금융소비자들이 작은 금리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지방은행이 예전과 같은 지역민들의 충성도를 바라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인 거죠. 아쉽지만 요즘과 같은 모바일·온라인뱅킹 시대, 그리고 인터넷을 통한 금융서비스의 손쉬운 비교가 가능한 시대에 지역민들의 충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특별한 전략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전국 단위 은행과 달리 거점지역을 가지고 있는 지방은행들은 거점지역에 대해 시중은행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오랫동안 동일 지역에서 관계금융을 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중소기업들에 시중은행과는 다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고요. 이런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어느 정도 지역민들의 신뢰와 애정을 끌어올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분명 과거와는 같지 않을 겁니다.”

수익성 회복 방안으로 해외 및 수도권 진출을 제안했는데,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떤 전략이 있을까요.
“지방은행의 해외 및 수도권 진출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지방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정적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죠. 따라서 다양한 수익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그중 하나로 수도권과 해외 진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지역경제가 살아날 가능성도 열어 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럴 경우 지방은행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당장은 다양한 수익원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방은행의 최대 강점은 지역기업들과 밀착돼 있어 지역기업들의 공식 재무 정보들뿐 아니라 다양한 비재무적 정보들을 많이 확보할 수 있어 강력한 관계금융이 가능하다는 점이죠. 이는 대출 프리미엄 산정과 리스크 관리에 매우 유리해 수익성과 건전성 확보의 근간이 됩니다. 이러한 장점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입니다.”

중소기업 대출 비율 등 규제 측면에서 지방은행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어떤 제도적 변화가 필요할까요.
“규제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겠죠. 또 규제마다 규제당국이 추구하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간단하게 답변하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시장 플레이어들 중 일부에게 불리한 규제가 있다면 당연히 개선돼야 할 것입니다. 규제당국과 시장 이해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충분한 검토를 통해서 불합리한 것이 있다면 개선하고 합리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겠죠.
다만, 우리나라 은행들은 대형 은행과 소형 은행이 혼재해 있으나, 대부분 유사한 규제를 받고 있어 지방은행이냐 아니냐 여부와 관계없이 규모의 차이가 클 경우 차별적인 규제를 검토해 볼 수는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반 기업의 경우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분류해 지원이나 규제 등이 다른 점을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네요.”

최근 디지털금융이 확산되면서 금융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데, 지방은행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최근 금융 산업에서 확산되고 있는 디지털 혁신은 은행업에 있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은행 산업 전반에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오게 될 중요한 변화임은 분명합니다.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은행들은 필수적으로 모든 업무에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추진하고 디지털금융 시대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죠.
하지만 기존 대형 은행들은 조직이 큰 데다 수많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부서 간 경쟁과 이해상충, 관료화, 대규모 전통 정보기술(IT) 시스템의 거대한 교체 비용, 기존 인력의 전환 및 재배치 등 디지털 전환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합니다. 이에 반해 지방은행들은 몸집이 작기 때문에 오히려 디지털 혁신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지방은행은 고객 및 영업 기반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디지털금융에 대한 투자를 통해 업무 영역을 확대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은행의 디지털 전환은 자본력에 비해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 마련이 필요해 보이네요. 디지털 전환에 따른 비용 절감 및 수익 증대 효과를 분석해 가장 효과가 큰 부분부터 전략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고, 특히 핀테크 및 빅테크 업체들과 활발한 협력과 제휴를 도모할 필요도 있습니다.”

결국 지방은행의 생존은 지역경제와 함께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갈수록 심화되는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최근 지역경제가 수도권에 비해 더 어려운 것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첨단 지식 기반 산업으로의 산업구조 변화라는 구조적 요인도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여 개선이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죠. 첨단 지식 기반 산업은 공장이나 수출 항구가 필요 없기 때문에 지방에 있을 이유가 적고,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 생활여건이 우수하고 대부분의 대학이 몰려 있는 수도권으로 모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차제에 이러한 산업의 변화를 감안해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재검토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합니다. 현재는 모든 지역에 골고루 분산시키는 N분의 1 전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수도권 일극 체제라는 것이고 최근 집적의 인센티브가 큰 산업구조의 변화 추이를 감안할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N분의 1 전략보다는 양극이나 삼극 체제 유도 전략이 더 낫다는 판단입니다. 즉, 어차피 최근 지식 산업의 추세가 집적해야 더 큰 효과가 나는 것이기 때문에 수도권과 같이 이런 기업들이 집적할 수 있는 대규모 메트로폴리탄을 수도권에서 먼 곳에 한두 군데 더 만들어 보자는 것이죠. 동남권이나 서남권이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네요.”

이병윤 선임연구위원은...
고려대에서 경제학 석사,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은행 조사역을 거쳐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연구조정실장, 부원장 등을 지냈다. 현재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금융산업위원회 위원, 신용회복위원회 위원, 방송통신발전기금 성과평가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8호(2021년 0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