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노후가 든든한 연금부자가 되라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즐거운 상상으로 시작해 보자. 산신령이 나타나 12억 당첨금이 걸린 ‘로또복권 1등’을 줄까, ‘연금복권 1등’을 줄까 하면 무엇을 선택할까. 아마도 십중팔구 로또복권을 고를 것이다. 매월 700만 원씩 받기보다 당장 12억 원이라는 목돈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쉽다. 실제 2021년 로또복권 발행 규모는 4조6554억 원, 연금복권은 5200억 원어치 발행 예정이다. 로또복권의 예상 수요가 10배 가까이 많은 셈이다.

그렇다면 앞의 사례에서 세금을 제외한 실수령액은 어느 쪽이 클까. 국세청 블로그 ‘재미있는 세금 이야기’에 따르면, 로또 당첨금 12억 원의 경우 세금을 뺀 총 수령액은 약 8억3700만 원, 연금복권의 경우 9억3600만 원이 된다. 향후 운용 수익을 제외하고 단순 계산하면 연금복권의 총 수령액이 1억 원 정도 많다.

그래도 인생 ‘한방’이 더 솔깃하다면 다음 이야기를 주목해 보자. 유튜브를 통해 회자되고 있는 ‘현금부자’ 할머니와 ‘연금부자’ 할머니의 노후 이야기다. 한 할머니는 젊어서부터 열심히 돈을 아껴 가며 재산을 모아서 현금 10억 원을 마련했고, 다른 할머니로 연금 준비를 차곡차곡해서 매달 연금을 400만 원씩 받게 됐다. 시간이 흘러 할머니들이 고령으로 병약해지면서 요양원에 가게 됐다. 그런데 이후 가족들의 반응이 전혀 달랐다는 것이다.

‘현금부자’ 할머니 자녀들은 ‘이제 어머니가 그만 가셨으면’ 하는 마음이었던 반면, ‘연금부자’ 할머니 가족들은 오래오래 사시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왜일까. 현금부자 할머니의 자녀들은 돌아가시면 남은 재산이 자녀들 몫이 될 텐데, 살아계실수록 돈이 줄어드는 것이 못마땅해서였다. 반면, 연금부자인 할머니는 매월 400만 원 중 절반은 당신의 생활비와 의료비로 쓰고 나머지는 손주 교육비와 자녀들 생활비에 보태 주었기 때문에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할머니의 연금이 끊겨 버리니 가족들이 할머니가 오래오래 사시길 바라게 된다는 것이다.

10억 원의 현금을 가지고도 자식들에게 외면당할 것인가. 자식들이 오래 함께 살길 바라는 노년을 보낼 것인가. 초고령사회에서는 오래도록 돈 걱정이 없는 ‘연금부자’가 진정한 부자일 수 있다.

초수명 시대와 돈의 수명
유엔에 따르면 2100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92.5세다. 그러나 아직 놀라기엔 이르다. 노화 연구 학자들은 머지않아 ‘100세 시대’는 옛말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현재 우리의 예측을 뛰어넘는 ‘초수명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트 케블라인 미국 워싱턴대 교수는 지난 2016년 “라파마이신이 노화를 막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라파마이신이라는 물질을 쥐에게 투여했을 때 일반 쥐에 비해 수명이 1.8배나 연장됐다는 것. 마치 사람으로 치면 60세 노인이 140세까지 생존한 것으로, 특정 물질이 노화를 더디게 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현대판 불로초를 찾는 실험은 이미 활발히 진행 중이다.

노화 연구 분야의 저명한 학자인 스티븐 오스태드 아이다호대 교수와 스튜어트 올샨스키 일리노이대 교수는 지난 2000년 인간 수명을 주제로 한 무려 ‘5억 달러’의 내기를 벌여 화제가 됐다. 2000년 출생자 중 2150년까지 생존한 사람이 나오는가가 전제였다. 상금은 2150년 150세에 이른 사람의 유무를 따져 두 학자의 후손이 수령할 예정이다. 오스태드 교수는 150세까지 생존한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데 베팅했고, 올샨스키 교수는 DNA 손상으로 현재의 인간이 150세까지 사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올샨스키 교수가 예측한 인간의 최대 수명은 130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삶은 우리의 예측보다 훨씬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노후소득을 어느 정도 준비했다 하더라도 예상 외로 오래 살게 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노후자금 문제는 한 마디로 돈이 남느냐, 자신이 남느냐의 문제”라며 “자산관리를 잘못하면 나의 수명보다 돈의 수명이 먼저 다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효율적인 미래 대응 방안은 ‘10억’, ‘20억’의 자산보다 매월 자신의 지출을 고려한 현금이 월급처럼 발생하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학자들은 ‘평생소득’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것이 국민연금이나 종신연금 같은 연금이다. 이외에 주식과 펀드의 배당 수입이나 상가의 임대료나 지적재산권에 대한 로열티 등으로 평생소득 바구니를 채울 수도 있다.

걱정 많은 ‘은퇴’ vs 노후 든든한 ‘금퇴’
당신의 노후 준비는 얼마나 탄탄한가. 평균 이상의 소득이 있는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은 과연 걱정이 없을까.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부소장은 2018년 ‘소득수준별 경제생활과 노후준비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고소득층은 84.4%, 중산층은 51.2%가 “은퇴 후 계층 하락을 예상한다”는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이 조사에서 계층의 분류 기준은 균등화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고소득층(150% 초과 소득), 중산층(50~150% 사이 소득), 저소득층(50% 미만 소득)으로 나눴다. 조사 결과, 고소득층의 순자산은 4억4000만 원 수준으로 중산층의 순자산 2억 원 대비 2.2배 규모였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컸다.

김진웅 부소장은 “소득이 많은 계층일수록 은퇴 후 고정수입이 사라지면 은퇴 전과 같은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두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이들 고소득층 자산의 75%는 즉시 현금화가 어려운 비금융자산이었다.


반대로 금(金)퇴족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자. 하나금융그룹 100년행복연구센터는 최근 펴낸 ‘100년 행복, 금퇴족으로 사는 법’ 보고서에서 은퇴를 대비해 안정적으로 금융자산을 쌓아 가는 ‘금(金)퇴족’은 전체 응답자 가운데 단 8.2%밖에 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100년행복연구센터는 퇴직 후에도 노후자금이 충분하다고 평가한 사람들을 ‘금퇴족’으로 정의했다. 금퇴족의 월 평균 생활비는 308만 원으로, 전체 퇴직자보다 56만 원을 더 지출하면서도 현재 생활비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응답한 계층이다. 이들의 평균 금융자산은 40∼44세가 2억 원, 45∼49세가 3억2000만 원, 50∼55세가 3억9000만 원 수준이었다.

금퇴족이 되기 위한 ‘골든타임’은 40대였다. 금퇴족과 전체 조사 대상의 금융자산 격차는 30대 초반 1000만 원에 불과했지만, 40대 초반(40∼44세)은 1억2000만 원으로 벌어졌다. 50대에는 2억 원 이상으로 격차가 확대됐다.

금퇴족의 주요 비결은 남들보다 앞선 은퇴 준비였다. 금퇴족의 연금 가입률은 30대 초반 28%에 달했고, 40대에 들어서는 절반 가까이(46.3%)가 연금으로 노후자금을 준비했다. 투자도 활발했다. 40~44세의 경우 일반 펀드와 퇴직연금, 연금저축 등을 통해 금융자산 중 15%를 주식에 배분했다. 45~49세는 전체 금융자산의 59%를, 50~55세는 58%를 펀드에 투자했다.

조용준 센터장은 “금퇴족이 되기 위해선 40대 초반까지 금퇴족이 될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이상적이다”며 “연금자산을 준비하고 금융투자를 실천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고 확실한 방법이다”고 제시했다.

평생소득, 3층 연금으로 준비하라
은퇴 이후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과연 자산을 얼마나,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금퇴족이 아니어도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김진웅 부소장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각각 1988년과 2005년 도입되면서 1970년생 이후 세대는 노후소득의 일정 부분이 준비되고 있다”며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급여의 5~10%만 개인연금으로 꾸준히 준비해도 노후자산을 상당 부분 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퇴 후 가구주와 배우자의 월평균 적정 생활비는 294만 원이었으며, 최소 생활비는 205만 원이다. 노후에 필요로 하는 지출 규모를 대략 뽑았다면, 다음은 현재 준비 상황과 비교해 보면 된다.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노후 설계의 근간은 3층 연금이다. 1층은 국민연금과 공무원, 교직원 연금 같은 공적연금으로 국민의 기본적인 수준의 생활을 보장하고, 2층은 퇴직금 또는 퇴직연금으로 표준적인 생활의 토대를 마련한다. 그럼에도 부족한 노후 준비자금은 개인연금으로 준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연금저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나의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수령액이 궁금하다면 금융감독원의 통합연금포털(https://100lifeplan.fss.or.kr)에서 예상 연금액을 조회해 볼 수 있다. 언제부터, 얼마의 연금을 받을 수 있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 부족 부분을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김진웅 부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국민연금을 붓기 시작한 1970년생 이후 세대는 노년기 100만 원이 넘는 국민연금 수령액이 준비될 수 있다. 대략 250만 원의 노후 생활비를 가정한 경우 국민연금에서 절반 정도를 충당하고,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에서 각각 일부를 채워 가면 된다. 중산층의 가구 평균소득이 5000만 원 안팎인데, 세제 혜택을 고려해 연 400만 원 세액공제 상품에 가입해도 상당한 노후자산을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은퇴 시까지 연 400만 원씩 30년이면 원금만 1억 2000만 원. 30년간 운용 수익을 더하면 노후자산은 3억~4억 원 수준으로 불어날 수 있다. 이미 40대, 50대에 이르렀다 해도 은퇴 시기를 늦추거나 은퇴 후에도 소득 활동을 하면서 20~30년의 연금 축적 기간을 확보할 수 있다.

투자를 통한 자산 운용도 중요해졌다. 과거에는 금리가 높아 자산을 마련하기가 쉬웠지만, 저금리 시대에는 노후소득을 위한 연금도 ‘투자’가 필수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퇴직연금을 과거의 ‘퇴직금’처럼 관리하지 않고 그대로 묻어두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여전히 상당하다”며 “향후 근로자가 직접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확정기여(DC)형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기 투자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9년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연 1.77%로,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6.38%)을 크게 하회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현재 투자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2020년 들어 1조가 넘는 연금자금이 수익률 1%대의 은행·보험사에서 증권사로 대이동했다. 김동엽 상무는 “연금자산의 투자도 분산투자와 분할 매수로 위험을 낮추고, 자산관리 역량이 부족하다면 생애주기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조정해 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 등의 자산 배분 펀드를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8호(2021년 0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