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l 사진 미래에셋자산운용 제공] 연금도 투자 시대다. 내 연금이 장기적으로 무럭무럭 자라나려면 어떤 포트폴리오를 취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연금에 ‘성장 산업’ 주식을 담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1.86%, 2.83%, 2.99%.’ 2019년 퇴직연금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DC)형,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초라한 수익률 성적표다. 전체 적립금 중 89.6%가 원리금보장형으로 1%대 불과한 부진한 수익률을 보였다. 2020년 기준금리 인하로 원리금보장형의 수익률 하락은 앞으로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똑똑한 금융소비자들은 연금 운용에 직접 나섰다. 삼성, 미래에셋대우, NH투자, KB 등 국내 4대 증권사에 따르면 2020년 3분기까지 1조785억 원의 자금이 은행·보험사에서 증권사로 넘어왔다. 사상 최대치다. 지난 한 해 증권사로 이동한 자금(4455억 원)의 2배가 넘는 돈이 몰린 것이다.


2015년 하반기부터 퇴직연금계좌(DC와 IRP)로 상장지수펀드(ETF) 거래가 허용됐지만, ‘연금도 투자 시대’란 말은 증권사의 호객 행위로만 여겨졌다. 안전성을 추구하던 소비자들이 달라진 건 저금리와 주식 붐이 맞물리면서 퇴직연금을 그대로 방치하면 외려 ‘마이너스’라는 위기감이 감돌아서다. 전문가들 역시 은퇴자산은 장기간에 걸쳐 투자하는 몇 안 되는 금융상품이기에 ‘장기 투자’의 장점을 극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금 투자가 불가피한 시대에 이승원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 ETF마케팅본부장은 “연금에 ‘성장 산업’을 담아야 할 때다”고 강조한다. 연금 투자법에 대해 물었다.


[big story] 이승원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 ETF마케팅본부장 “연금도 투자 시대, 성장 산업 담아라”


연금 투자가 활황을 맞았습니다.


“연금에서 ETF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2019년만 해도 연금에서 ETF가 차지하는 규모는 5000억 원이 채 안 됐지만, 2020년 3분기 기준 약 1조5000억 원까지 성장했습니다. 4분기에는 자금이 더 몰려 2조 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5000억 원이 채 되지 않은 시장이 불과 1년 만에 2조 원이 된 것입니다. 가파른 성장입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장기 저금리로 원리금보장형 연금 상품의 수익률이 1.5~2% 내외입니다. 1~2%는 실질적인 물가상승률을 생각했을 때 사실은 마이너스로 들어섰다고 판단하는 게 맞겠죠. 그럼 이제 자산을 증식시킬 수 있는 게 무엇인가 고민했을 때 주식으로 관심이 쏠립니다. 예전처럼 4~5% 받을 수 있다면 원리금보장형에 넣어두겠지만, 2%가 채 안 되는 걸 받아야 하니 연금 투자에 나선 것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도 물론 있었습니다. 경기부양책을 펴면 경제 정상화가 올 때에 자산 가치가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2020년 5월 재난지원금이 풀릴 때에도 서울 여의도에서는 ‘코로나19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시장은 3000 간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통화가 많이 풀리면 금리는 낮아지고, 다른 자산 가치는 높아집니다. 주식으로 자금이 쏠렸고 고수익을 좇아 연금 투자도 활황을 맞은 것으로 보입니다.”


연금 투자는 무엇이 달라야 하나요.


“연금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장기적 시각입니다. 연금이란 건 길게는 30년, 짧다면 10년 이내입니다. 은퇴 시점에서 찾는 돈이다 보니 당장 내일 3% 오를 걸 생각하는 게 아니라 10년 후, 20년 후를 내다봐야 하죠. 10년간 무엇에 투자를 할 것인가. 10년 후의 세상은 이렇게 바뀌고, 이러한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안목이 있어야 합니다. 소수 종목으로부터 단기적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보다는 장기 성장 분야에 자산을 배분하는 투자 전략이 요구됩니다. 연금에 ‘성장’을 담는 것이죠. 2020년 연금 시장(개인+퇴직)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1등이 나스닥100입니다. 2등이 2차 전지, 3등이 바이오로, 모두 미래 성장 산업으로 꼽힙니다.”


성장 산업으로 전망하는 분야가 있다면.


“요즘 주목받고 있는 핫한 섹터는 BBIG(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게임)입니다. BBIG는 초고령사회와 기술 혁명 트렌드에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로 구성돼 글로벌 메가트렌드에 편승하는 투자에 부합합니다. 실례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20년 10월 상장시킨 ‘타이거(TIGER) K-뉴딜 ETF(상장지수펀드) 시리즈’는 BBIG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으로, 상장 2개월 만에 순자산 7000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최단 기간입니다. 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을까요. 향후 성장이 눈에 보이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BBIG는 고령화, 그린, 4차 산업혁명 등 글로벌 메가트렌드를 추종합니다. 바이오, 그린, 정보기술(IT), 게임 등의 글로벌 비즈니스 분야 기업들로 구성돼 성장에 투자하면서 분산투자 효과를 얻을 수 있죠.”


BBIG, 각 요소별 설명을 해 주신다면.


“글로벌 메가트렌드는 향후 수십 년간 장기적으로 진행될 경제·사회적 대세 변화이며, ‘고령화에 의한 수요혁명’과 ‘4차 산업혁명에 의한 공급혁명’을 양축으로 합니다. BBIG는 IT와 전기전자 업종 등 메가트렌드를 추종 중인 기존 업종에서 더 선별된 성장 유망 섹터로서 향후 20년 장기 투자의 유효한 대안으로 꼽힙니다. 그 중심에 ‘그린(친환경)’이 있죠. 먼저 배터리(battery) 분야는 전기자동차를 봐야 합니다. 전기차의 시장 침투율은 현재 3~4%로, 100대 중 3대꼴이지만, 2025년이 되면 20~25%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5대 중 1대는 전기차란 얘기죠. 전기차의 핵심이 배터리이다 보니 배터리가 성장 산업임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런데 배터리는 기술 장벽이 높은 분야입니다. 후발주자가 단기간 내에 선도 기업을 따라잡기가 어렵죠. 2차 전지 시장의 시장점유율은 상위 4개 사가 80%를 차지할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그래서 ‘이미 너무 고평가된 것 아니냐’는 우려에도 성장 산업이란 딱지를 붙일 수 있는 것입니다.


바이오(bio)는 고령화 진전에 따른 헬스케어 지출 급증과 공공의료 시스템 구축에 힘입어 장기 성장할 가능성이 큰 섹터입니다. 조심해야 할 건 바이오 분야는 특히 ‘묻지마 투자’가 많다는 점이죠. 랭킹에 오르면 무슨 약을 만드는 회사인지도 모르는데 일단 투자를 합니다. 원격 재택의료,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정밀진단 등 우수한 IT 기술을 기반으로 바이오테크를 겸할 수 있는 그런 기업을 찾아야 합니다.


인터넷(internet)과 게임(game)은 디지털 기반 혁신 비즈니스의 다각화와 플랫폼 비즈니스의 강화에 성장세가 있습니다. 향후 광고 시장의 70~80%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이 차지한다는 전망이 있습니다. 이미 그렇게 바뀌어 가고 있기도 하죠. 가상현실(VR)과 IT 기술이 압축된 게임은 불경기와 고령화의 최대 수혜주입니다. VR 등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분야에 혁신적으로 적용됨으로써 고령인구에 대응한 신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성장 산업의 고평가 논란에 대해선.


“‘BBIG가 좋은 건 다 아는데, 이미 너무 많이 오른 거 아니냐’고 합니다. 버블 논란이죠. ETF는 기준을 갖고 만듭니다. 영업이익이 얼마, 매출액의 몇 %는 어떤 사업 부문에서 나와야 한다 등의 지수를 만들 때부터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기에 단순히 기술만 가진 기업에 투자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실례로 우리가 ‘TIGER KRX K-뉴딜 ETF(상장지수펀드) 시리즈’를 만들 때 BBIG 산업별 지수들은 기존 방식과는 달리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비중을 높였습니다. 시리즈 중 ‘KRX BBIG K-뉴딜 지수’는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산업의 시가총액 상위 각 3종목씩 총 12종목을 동일 가중으로 구성했으며, KRX 2차 전지·바이오·인터넷·게임 K-뉴딜 지수는 각각 10종목으로 상위 3개 종목이 동일 비중으로 75%, 하위 7개 종목이 유동 시가총액 가중으로 25%를 차지하는 방식입니다.


예전에는 주당순자산비율(PBR), 주가수익비율(PER)로 기업이익과 연결하거나, 자산 가치에 연결했는데 지금은 PDR(기업의 꿈에 가치를 매기는 지표, Price to Dream Ratio)를 중요시 여깁니다. PDR는 전체 시장 크기에서 이 기업이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비율입니다. 우리가 BBIG를 구성하는 기업을 선택할 때에는 각 산업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높고, 이익을 많이 내고, 성장성이 높은 기업만 뽑아냈습니다. 과거의 밸류에이션과 지금의 밸류에이션은 차이가 있습니다.”


개별 종목이 아닌 ETF를 추천하는 이유는.


“ETF는 기본적으로 최소 10개 종목을 가져가야 합니다. 개별 종목 구매로 ETF와 같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면, 투자금액을 많이 필요로 합니다. NC소프트가 1주에 75만 원인데 동일 가중으로 담아 포트폴리오를 만든다면 대략 1000만 원이 듭니다. 연금자산의 투자 도구로서도 ETF는 알맞습니다. 연금이란 오늘 사서 내일 5% 오르면 판다가 아니라, 멀리 내다보고 어떤 것들이 더 좋아질 것이란 전망을 봐야 합니다. 그래서 성장 산업을 ETF로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장기 투자 시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적합해 보입니다. 변동성에 대한 심리적 대응 역시 ETF가 개별 종목보다 유리하고요.”


2021년 상품 전망은.


“국내에서도 글로벌 메가트렌드를 좇는 종목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글로벌 테마형 ETF가 쏟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BBIG가 대세적 흐름이었다면 그다음은 뭐냐고 했을 때 단연 ‘그린’이 꼽힙니다. 앞으로 신·재생 ETF, 그린 ETF들이 많이 나올 것입니다. 또한 2021년에는 기존 ETF에 초과 성과를 추구하는 액티브 ETF도 주목해 볼 만합니다. (그간 액티브 ETF는 채권형만 허용됐지만 2020년 7월 투자 상품 다양화 차원에서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이 개정, 주식형 액티브 ETF가 시장에 나올 수 있게 됐다.) 아직까지는 초기 단계여서 수익률이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2021년에는 다양한 콘셉트의 액티브 ETF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이를 연금에 활용한 상품들이 출시될 전망입니다.”


연금 투자자에게 조언은.


“2021년 출시될 글로벌 테마형 ETF들을 조금 더 유심히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관심 밖에 있으면 아예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내 노후자산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승원 본부장은…

별칭은 ‘글로벌 ETF의 신’. 투자솔루션부문 기금솔루션, 투자플랫폼 사업부문 OCIO 본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글로벌 ETF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8호(2021년 0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