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새해 흔히 세우는 계획 중 하나가 독서와 글쓰기가 아닐까. 사실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일이지만 대개는 작심삼일로 무너지기 일쑤다. 그 실패를 줄이고자 최근 수년째 ‘함께’ 읽고, 쓰는 모임이 온·오프라인 속에서 늘어나고 있다. 그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책의 연대, 읽고 쓰고 인생 나눈다
직장인 A(40)씨는 3년 전부터 격주로 독서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 발생하기 전까지는 주로 카페에서 모임을 진행했지만, 지금은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Zoom)을 통해 모임을 갖는다.

A씨가 속한 독서모임은 이렇게 운영된다. 격주별 모임 회원들이 선정한 책을 읽고, 함께 모여 리더가 준비한 질문들을 서로 묻고 각자의 감상을 나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의 교류도 즐긴다는 A씨.

그는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니 인생이 풍요로워졌다”며 “무엇보다 함께 공유하고, 논의할 수 있는 대상(책)이 있다 보니 대화의 깊이가 깊을 수밖에 없다. 지적 유희는 물론 끈끈한 연대감까지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A씨처럼 소모임(직장인 취미생활 애플리케이션), 프립(소셜 액티비티 앱), 에코라이후(경제·인문 독서모임), 트레바리 (멤버십 독서 토론 클럽) 등을 통해 독서모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함께 읽는 것에서 더 나아가 글을 쓰고, 책까지 출간하는 모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취향으로 소통하는 사교모임 문토, 취향관, 안전가옥 등에서 글쓰기모임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가령, ‘문토’에서는 단순히 같은 취향의 사람들이 모이는 동호회와 달리, 글쓰기 등 각 분야의 전문가 리더가 모임에 함께 해 참가 멤버 개개인이 자신의 취향에 대해 보다 더 깊이 고민하고 터득해 가는 공동체를 형성한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온라인 교육이 부상하면서 ‘클래스 101’ 같은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을 통해 전문적인 글쓰기 수업에도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문토 관계자는 “문토의 글쓰기모임은 2017년 3개의 모임으로 시작해 일상 에세이, 카피라이팅, 독립출판, 웹소설 쓰기 등 다양한 주제로 2019년 기준 연간 30개의 모임이 진행되며 꾸준히 성장하는 중”이라며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라도 매회 차 작가 리더가 선정한 글감으로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고 설명했다.
[취향 사교모임 ‘문토’의 글쓰기모임 회원들의 모습. 사진 제공: 문토]
독서·글쓰기로 연대하다
실제로 문토 글쓰기모임에는 거창한 글쓰기보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깃거리를 사람들과 나누고 글로 담아내고 싶은 사람들의 발길이 더 많다고 한다. 즉,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자아실현과 사람 간 소통의 욕구를 해소하는 셈이다.

클래스101 관계자는 사람들이 글쓰기에 열광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시대마다 새로운 장르와 글쓰기 방식이 생겨나고, 다양한 글쓰기를 가능하게 하는 온·오프라인 플랫폼들 역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신만의 글을 쓰거나 글을 통해 부업을 계획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죠.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채로운 글쓰기 수업을 추가로 더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클래스101’의 인기 글쓰기 강좌인 이윤영(글쓰는 한량)·장강명 작가의 수업. 사진 제공 : 클래스 101]

인터뷰 ①
“사람을 향한 관심, 독서로 나눠요”
독서모임 리더 안수현 작가


우선,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평소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워킹맘입니다. 책을 읽고 함께 나누는 것을 좋아해 2016년부터 꾸준히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7년에 <지하철 독서의 힘>, 2020년에는 독서모임 회원들과 <모여 읽는다는 것>을 집필했습니다.”

책모임을 시작한 계기와 경로가 궁금합니다.
“혼자 책을 읽으면서 터져 나온 질문에 스스로 답을 구하고 사색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일회성 독서모임에 참여했지요. 눈만 사용하던 혼자 읽기에서 입과 귀를 사용하는 함께 읽기는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하지만 몇 번 모임에 나간 후 나중에는 그냥 피상적인 이야기뿐 깊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당시에 참여했던 모임은 일회성이라 매번 회원 소개를 한다든지, 특정 한 사람이 자기 얘기만 장황하게 늘어놓는다든지, 친분이 없는 사람이라면 관심도 없을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간을 잡아먹는 등등 진행 방식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하고 싶었던 독서모임의 운영 방식을 만들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따로 모아 서울 사당에서 독서모임을 시작했어요. 지금은 경기도 파주에서 계속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서 <모여 읽는다는 것>을 출간하셨는데, 책은 왜 같이 읽는 것이 좋을까요. 실제로 요즘 많은 이들이 책을 혼자 읽기보다 함께 읽으려는 이들이 늘어난다고 들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어요. 첫째는 편파적 독서 취향이 넓어진다는 점입니다. 독서모임에서 선정한 책은 평소 자기가 읽던 책과 다릅니다. 평소 읽던 책과 다른 의외의 책을 만나면 나의 좁은 식견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둘째는 깊은 독서를 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혼자 읽을 때 이해되지 않은 부분, 별생각 없이 그냥 지나쳤던 부분을 독서모임의 다른 회원이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이라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 느낌을 덧붙여 이야기합니다. 그 과정에서 구멍이 숭숭 뚫렸던 부분이 촘촘하게 채워지는 깊은 책 읽기가 됩니다.

셋째는 편견과 선입견이 점점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상대방의 생각과 느낌을 들으면서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고 공감합니다. 그러면서 나의 고정된 옳고 그름, 호불호 같은 그림자가 점차 옅어지고 타인의 취향과 개성을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요즘 많은 사람이 책을 혼자 읽기보다 독서모임에 가입해서 함께 읽으려고 한다고 많이 들었고, 예전보다 독서모임이 곳곳에서 많이 운영되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책은 안 팔린다고 하는데, 의외로 독서모임에 대한 수요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현상은 책보다 책을 읽는 사람에 관한 관심이 더 많다는 거 아닐까요. 실제로 독서모임은 단순히 책 읽는 것을 넘어 사람들과 만나는 에너지 교류의 장입니다. 사람들은 독서모임을 통해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독서모임을 구할 때 어떤 점들을 고려하는 게 중요한가요.
“조건을 재기보다 그냥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가벼운 마음으로 꾸준히 참여할 수 있는 집 근처 독서모임이 좋을 것 같아요. 집에서 오가는 시간이 많이 걸리면 중도에 포기할 수 있으니까요. 같은 책을 읽었지만 나와 다른 생각과 느낌을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확실히 독서모임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또 저처럼 ‘나 같으면 이런 식으로 운영할 텐데’라며 자기가 하고 싶었던 운영 방식을 만들어서 따로 모임을 꾸릴 수도 있고요. 그래서 일단 독서모임에 참여해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새해마다 늘 독서를 해 보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하지만 작심삼일이기 십상인데, 책을 가까이 하기 위한 노하우 또는 팁을 알려 주세요.
“특별한 노하우나 팁이 없어요. 제 생각에 독서는 훈련이라고 생각해요. 훈련이란 스스로 반복 활동을 통해 일정한 행동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죠. 잠깐 마음이 내킬 때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비록 2~3쪽을 읽더라도 꾸준히 읽는 겁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2~3쪽이라도 읽는 것, 그게 노하우가 아닐까 싶네요. 그렇게 꾸준히 읽다 보면 책이 주는 재미를 알게 되고 그러면 독서를 멈출 수 없을 겁니다.”

오랜만에 책을 접할수록 책을 고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마냥 베스트셀러 책도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고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새해 추천해 주실 만한 책들이 있나요.
“책을 고르는 특별한 기준은 없어요. 그냥 끌리는 대로 읽습니다. 때로는 독서 친구들에게 추천을 받기도 하고, 점심시간에 서점을 갔다가 맛보기로 읽는 책이 괜찮으면 사서 읽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눈으로 스캔한 후 ‘이 책이다’라는 감이 오는 책을 읽습니다. 다만, 한 분야의 책만 읽으려고 하지 않아요. 가급적 폭넓고 다양하게 읽으려고 합니다. 굳이 처음부터 어려운 책보다는 자신이 재미를 느끼는 책부터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독서란 000이다’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무엇이고, 이유는요.
“‘독서는 풍요다.’ <책은 도끼다>에서 박웅현은 ‘제가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목표로 삼는 건 온몸이 촉수인 사람이 되는 겁니다’라고 했어요. 박웅현은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읽고 평소에 못 봤던 꽃 모양, 계절의 변화, 미나리와 콩나물을 새롭게 보기 시작했어요. 삶이 풍요로워진 거죠. 기쁘고 감탄하고 행복해질 거리가 많아진 거예요. 왜냐하면 자신이 못 보고 못 듣던 세계를 다른 저자의 눈을 통해서 알게 되면 다음에 같은 것을 봐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거든요. 이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리고, 아는 만큼 즐길 수 있어요. 삶이 풍요로워지는 거지요. 폭넓게 다양한 책을 꾸준히 읽다 보면 조금씩 아는 것이 늘어나고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리니 세상이 풍요로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계획과 꿈이 있으시다면?
“독서모임 회원들과 쓴 책 <모여 읽는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많이 읽혀서 ‘독서모임을 한번 운영해 볼까?’, ‘독서모임에 한번 참여해 볼까?’ 하는 사람들에게 기폭제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직접 독서모임을 운영하시는 분들을 위해 이 책 부록에 ‘선정한 도서와 질문서’를 실었습니다. 독서모임을 하고 싶은데 책 선정과 발제하기가 어렵다면 참고하셨으면 좋겠어요. 많은 분들이 독서모임을 통해 점점 좋아지고 행복해지기를 바랍니다.”

인터뷰 ②
“함께 글쓰기, 최소한의 독자를 얻는 셈이죠”
글쓰기모임 리더 안희진 작가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7년 차 직장인이자 2년 차 에세이 작가로 지내고 있는 안희진입니다. 뭐든 쓰는 걸 좋아하는 편이고, 주로 돈을 쓰고 가끔 글을 씁니다. 독립출판물 <이 책을 팔아 커피를 살 수 있을까>와 기성출판물 <미친, 오늘도 너무 잘 샀잖아>를 썼습니다.”

안 작가님이 처음 글쓰기모임에 참여했던(책 출간 전) 계기가 구체적으로 궁금합니다.
“독자가 있는 글쓰기를 시작한 건 2년 전부터예요. 회사와 집만 왔다갔다를 반복하다 보니 주변에 회사 친구들만 가득하더라고요. 예를 들자면 서로의 사정을 너무 잘 알고, 서로 아는 이야기만 하고. 회사 친구들이 싫은 건 아닌데 왠지 모르게 지루한 기분이 들었고, 내가 모르는 세계의 사람들을 만나 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딱히 취미가 없었거든요. ‘이참에 친구도 사귀고 취미를 하나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수업을 알아봤죠. 그림은 못 그리고, 운동은 더 못하니까 한국말만 잘하면 글은 쓸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신청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글을 쓰고 있죠.”

당시 모임은 어떻게 구성됐고, 진행됐나요.
“인스타그램에서 신박한 제목의 글쓰기 수업을 발견한 게 시작이었어요. 제목은 <에세이를 써 주셨으면 하는데요>였고, 경기도 부천의 독립책방에서 하는 수업이었죠. 글쓰기 수업은 들어보고 싶은데, 못 쓸까 봐 부담스럽기도 하고 회사에 다니면서 병행하기 힘들 것 같아서 차일피일 미뤄 왔었거든요. 에세이를 청탁하는 방식의 글쓰기 수업이라니 부담보다 호기심이 앞서서 신청했어요. 5명 정원의 수업이었고요. 주제에 맞는 글을 미리 쓰고, 다른 분들의 글을 읽고 코멘트를 해 주는 것이 과제였어요. 수업은 전반적으로 피드백 위주로 진행됐고, 제 글에 대한 선생님의 코멘트와 다른 수강생들이 해 주는 코멘트를 열심히 받아 적고, 집에 가서 글을 고쳤던 기억이 나네요. 같이 수업을 들었던 분들과도 친해져서 수업이 끝나고도 따로 글쓰기모임을 만들어서 꽤 오래 글을 같이 썼답니다.”

함께 글을 쓴다는 건 혼자 쓸 때보다 어떤 강점이 있었나요.
“글을 쓸 때면 소설이 ‘받지 않는 전화를 오래 거는 것’이라는 소설가 김금희의 말이 자주 떠오르는데요. 당장은 내 전화를 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해도, 언젠가 받을 누군가를 위해 오랫동안 전화를 거는 사람이 소설가라는 말에 크게 공감했어요. 제가 소설을 쓰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글을 쓴다는 것이 외로운 작업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혼자 글을 쓰다 보면 ‘이런 걸 누가 읽을까’, ‘나는 누가 읽어 주지도 않을 글을 왜 쓰고 있나’, ‘저 작가는 유명해서 좋겠다’ 같은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2년 전에 글을 쓰기 시작한 후로는 혼자서 글을 쓴 적은 별로 없어요. 함께 쓴다는 것은 최소한의 독자가 생기는 일이고, 누군가 내 글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거든요. 글을 쓴다고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그런 사소한 지점에서 글 쓰는 게 즐거워지더라고요. 나만 괴로운 게 아니라 같이 괴롭다고 생각하면 지치지 않을 수 있죠.”

새해가 밝았습니다. 독서만큼 글쓰기도 새해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데, 생각보다 지키기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작가님만의 노하우나 팁들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일단 저는 꼭 글을 써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어요. 처음에는 돈을 내고 글쓰기 수업을 많이 들었어요. 수업에 안 가면 돈을 날리는 거니까 글을 쓰게 되죠. 거기서 글 쓰는 친구들을 모아서 모임을 만들고, 돈을 안 내고 쓸 수 있도록 하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온라인 글쓰기모임에도 들어가서 일주일에 한 번 마감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이 모든 모임에서는 각자의 글에 피드백을 열렬히 해 준답니다. 그래서 지치지 않고 쓸 수 있죠. (정말 지칠 땐 안 쓰긴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제가 즐겁게 글을 쓸 수 있는 장치를 많이 마련해 두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책을 낸 계기와 과정도 궁금해요.
“첫 번째 책 <이 책을 팔아 커피를 살 수 있을까?>는 2019년에 ‘문토’라는 취향모임에서 만난 글쓰기 친구들 11명과 의기투합해서 만든 책이에요. 만나서 딱 여섯 번 글을 썼는데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에 책을 만들기로 했죠. 간단히 소개하자면, 글쓰기모임에서 만난 11명의 사람들이 서로의 글을 더 보고 싶다는 욕심과 미련에서 시작된 책이에요. 책을 내느라고 커피 값을 많이 아꼈죠. 혹시 한 분이라도 궁금하실까 봐 덧붙이자면 이 책을 팔아서 커피도 마시고, 술도 먹었답니다. 두 번째 책 <미친, 오늘도 너무 잘 샀잖아>는 2020년 나온 저의 첫 에세이집인데요. 승인된 작가만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인 ‘브런치’에 올려 둔 글을 보고 웨일북이라는 출판사에서 연락을 주셔서 출간 계약을 하게 됐습니다. 세상에 나쁜 쇼핑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주로 돈과 글을 쓰는, 잘 살아가기 위해 사는(buy)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글쓰기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좀 추천해 주세요.
“첫 번째는 <에세이를 써 보고 싶으세요?>(김은경, 호우출판사)입니다. 에세이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 봤으면 하는 책이에요. 무엇보다 작법서인데 지루하지 않고 무척 재미있어요. 특유의 유쾌함과 단호한 설명이 좋았던 책이에요. 혼자만의 글쓰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읽는 글쓰기, 즉 독자가 있는 글쓰기를 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두 번째는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안희연, 창비)이에요. 이 책은 시집인데요. 좋은 문장을 보면 글을 쓰고 싶어질 때가 있잖아요. ‘폭풍우 치는 밤에’라는 작품에서 ‘바람이 나무를 흔든 게 아니라, 나무에 너무 많은 마음이 매달려 있어서 흔들렸다’는 표현이 참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어요. 대표작만 좋은 게 아니라 수록된 시 모두가 아름다워서 추천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이주윤, 먼슬리에세이)도 추천해요. 좋은 글의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책은 정말 재미있어요.”

‘글쓰기란 000이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에게 글쓰기는 떡볶이 같은 존재예요. 떡볶이를 너무 사랑해서 떡볶이에 대한 가정법은 먹는 쪽으로만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요. 안 먹는 옵션은 없죠. 모두에게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만큼은 포기할 수 없는 게 하나씩은 있잖아요. 그게 저에겐 떡볶이고, 글쓰기인 것 같아요. 꼭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는 것. 인생에서 소거할 수 없는 것이요. 살면서 떡볶이를 꼭 먹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안 먹을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죠.”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8호(2021년 0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