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올 한 해 공연계는 그야말로 혹한기였다. 하지만 ‘시련’은 있어도 ‘좌절’은 없다는 말처럼 이번 연말연시에도 공연계는 관객들을 향해 직진이다. ‘Show must go on!’ 12월 당신의 연말을 풍성하게 더해 줄 화제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부디, 새해에는 K공연계에 따뜻한 빛이 드리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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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창작 뮤지컬의 새 자부심
뮤지컬
지난해 발표된 한국 창작 뮤지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뮤지컬 (이하 HOPE)을 선택할 것이다. 평균 객석점유율 95.8%, 누적 관객 수 3만4000명을 기록한 이 작품은 작품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예그린뮤지컬어워드와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총 11관왕을 기록하기도 했다. 카프카 유작 원고 반환 소송 실화를 모티브로 삼은 이 작품은 현대문학의 거장 요제프 클라인의 미발표 원고의 소유권을 두고 이스라엘 국립도서관과 1924년부터 30년간 재판 중인 78세 노파 에바 호프의 이야기를 그렸다. 오랜 시간 진행된 재판은 겉으로는 원고의 소유권을 가리고자 하는 내용이지만, 알고 보면 삶의 주체가 자신이 아닌 원고가 돼 버린 호프가 두려움을 내려놓고 온전히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110분이라는 시간에 호프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생애를 담아냈다. 특히, 이 작품으로 김선영을 포함해 김지현, 조형균, 고훈정, 김경수 등 실력파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도 극의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기간 2021년 2월 7일까지 | 장소 두산아트센터연강홀
‘송승환’의 귀환
연극 <더 드레서>
‘20세기 후반 최고의 연극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연극 <더 드레서>는 영화 <피아니스트>의 각본가로도 유명한 극작가 로날드 하우드의 작품이다.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연극 공연을 앞두고 분장실에서 오랫동안 셰익스피어 극을 해 온 노배우와 그의 의상담당자와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국내에는 36년 만에 정동극장으로 돌아온 이번 공연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명콤비 송승환과 장유정의 재회로 더욱 기대를 모은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그날들> 등 한국 뮤지컬의 역사를 새로 쓴 장유정 연출이 5년 만에 연극 연출로 참여했다. 배우 송승환에게도 이번 작품은 특별하다. 노(老)역의 배우로 무대에 서고 싶었다는 그는 <더 드레서>를 통해 셰익스피어 전문 극단에서 평생을 배우로 살아온 노배우, 선생님 역을 연기한다. 평생에 걸쳐 연기와 공연, 그리고 연극과 함께해 온 그의 인생과 작품의 역할이 절묘하게 오버랩 되며 관객에게 각인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간 2021년 1월 3일까지 | 장소 정동극장
두 천재의 숨겨진 이야기
연극 <아마데우스>
동명의 영화로 친숙한 <아마데우스>는 사실 영화 제작 이전에 이미 연극으로 명성을 얻은 작품이다. 영국의 극작가 피터 셰퍼의 극본을 원작으로 한 연극 <아마데우스>는 타고난 재능을 지닌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와 그를 질투했던 ‘살리에리’의 고뇌를 조명한다. 1979년 영국 내셔널 시어터 올리비에홀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당시 영국에서 대성공을 거둔 뒤, 이듬해 미국 브로드웨이로 넘어가 1981년 토니어워드 최우수 작품상, 연출상을 포함해 총 5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영화로도 제작됐는데, 이 영화는 오늘날까지 반드시 봐야 할 음악 영화계의 걸작으로 꼽히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초연돼 기존의 연극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한 무대 연출과 정교한 구성에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평균 객석점유율 96%, 총 6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올해 다시 돌아온 연극 <아마데우스>는 섬세한 통찰력으로 배우들의 움직임을 이끌어 내는 이지나 연출을 필두로 채한울 음악감독, 서병구 안무, 이엄지 무대디자이너, 도연 의상디자이너 등 국내 최고의 제작진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해 한층 더 흡입력 있는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기간 2021년 1월 17일까지 |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크리스마스 최고 스테디셀러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인형>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그 공연. 발레극 <호두까기 인형>은 발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 차이콥스키와 안무가 프티파·이바노프 콤비가 탄생시킨 작품으로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더불어 고전발레
3대 명작으로 불린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동명 작품 역시 1986년 초연 이후 35년간 연속 매진을 기록하며 국내 최다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차이콥스키 음악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살려 냈다는 평을 받은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바실리 바이노넨 버전을 따른다. 80여 명의 무용수들이 펼치는 신비롭고 환상적인 무대, 원작의 스토리가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연출과 안무, ‘눈의 왈츠’와 ‘꽃의 왈츠’의 수준 높은 군무, 러시아, 스페인, 중국 등 세계 각국의 춤, 클라라와 호두까기왕자의 그랑파드되까지 볼거리가 풍성하다.
기간 2020년 12월 18~30일 |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마법 같은 사랑의 무대
뮤지컬 <고스트>
‘이것은 뮤지컬인가, 매직컬(매직과 뮤지컬의 합성어)인가?’ 뮤지컬 <고스트>의 주요 관전 포인트는 관객들의 눈을 휘둥그레 만드는 무대 위 ‘마술효과’다. 실제로 영화를 뮤지컬로 만들면서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영혼인 샘을 아날로그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할지였다. 고민 끝에 영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마술감독인 폴 키이브가 제작에 참여했고, 샘이 문을 통과하거나 몰리가 읽던 편지지가 자동으로 접히는 장면 등에 특수효과를 적용해 영화 못지않은 긴장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짜임새 있는 서사와 음악, 노래, 안무까지 관객의 오감을 자극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뮤지컬 <고스트>의 의미는 더욱 특별하다. 2013년 ‘비영어권 최초,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초연됐을 뿐만 아니라 장장 7개월간 23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7년 만에 돌아온 이번 시즌에도 김우형, 주원, 아이비, 박지연, 최정원, 박준면, 백형훈 등등 화려한 라인업과 환상적인 무대를 선사한다.
기간 2021년 3월 14일까지 | 장소 디큐브아트센터
역대급 캐스팅으로 돌아오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한다. 소설 <돈키호테>는 라만차에 살고 있는 괴짜 노인 ‘알론조키하나’와 그의 시종 ‘산초’의 모험을 다루는 작품으로 꿈을 향해 거침없이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 낸 스테디셀러 고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돈키호테’라는 타이틀로 지난 2005년 국립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원제인 <맨 오브 라만차>로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여덟 번의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매 시즌 감동적인 스토리와 웅장하고, 아름다운 음악과 무대예술,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평단과 관객 모두의 호평을 받았다. 이번 공연 역시 류정한, 조승우, 홍광호 등 역대 최강의 라인업으로 그 명성을 이어갈 전망이다.
기간 2020년 12월 18일~2021년 3월 1일 | 장소 샤롯데씨어터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7호(2020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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