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G2(미국, 중국)의 갈등은 곧 기술패권 전쟁이다. 미래 사회의 승자는 거대 플랫폼을 지배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로 나뉠 것이라는 예고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빅테크 주주인가, 아닌가. 그 선택에 따라 미래 자산의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찬양, 방관, 저주(?)가 대립하는 모습이 마치 강남의 아파트를 보는 듯하다.” 빅테크 기업에 대한 한 애널리스트의 논평이다.
아마존, 애플로 대표되는 빅테크 기업이 디지털 시대의 대세임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장기 랠리를 펼쳐 온 이들 기업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는 논란이 뒤따른다. 2021년, 빅테크 투자는 현명한 투자일까.
“새로운 차원 국가”…무한 영토 확장하는 글로벌 플랫폼
애플은 지난해 12월 우리나라 코스피 전체의 시가총액을 추월했다. 현재는 여기서 훌쩍 더 나아갔다. 2020년 11월 16일 기준 애플의 시가총액은 2262조 원. 이제 코스피, 코스닥을 다 합쳐도 못 따라간다. 한 마디로 기업 한 곳이 ‘국가’를 뛰어넘었다. 비단 애플만의 사례가 아니다. 디지털 세계를 지배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성장 속도는 상상 그 이상이다.
삼성증권은 올해 세 차례에 걸쳐 펴낸 <글로벌 플랫폼 바이블> 서문에서 “먼 훗날 우리나라 증시가 저 거대한 디지털제국과 비슷한 시가총액이었던 시절이 있었음을 놀라워할 수 있다”고 했다.
디지털 세계화(digital globalization)는 이제 뉴노멀이다. 그 중심에 거대 플랫폼이 자리한다. 현재 빅테크라 불리는 거대 플랫폼의 양대 축은 미국과 중국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에서 거대 플랫폼 기업이 출현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진단한다. 대표주자는 미국 증시를 주도하는 MAFAA(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알파벳)과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이다. 장효선 삼성증권 글로벌 주식팀장은 “미래 사회의 승자는 거대 플랫폼을 지배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로 나뉘고, 그 격차는 점점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반독점법·금리 인상 등 가시밭길…떨고 있는 ‘IT 공룡’
‘확실한’ 미래 대세이지만, 빅테크 기업의 앞날이 마냥 꽃길은 아니다. 당장 2021년으로 가는 길목에서 빅테크 기업들은 반독점에 따른 규제와 금리 인상 시그널,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에 발목이 잡혀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며 바이든 당선인이 이들과의 전쟁을 예고했다. 최근 미국 하원 반독점 위원회는 450페이지에 달하는 IT 기업의 반독점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에는 “IT 기업들도 독점하면 해체할 수 있도록 기존 법률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의 반독점 제도는 서슬이 퍼런 칼날이다. 1911년 ‘석유왕’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이 34개 회사로 공중 분해된 바 있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도 소프트웨어 독점 문제로 분해 직전의 위기를 겪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시장에 빅테크의 성장성만이 크게 반영된 분위기이지만, 앞으로 빅테크의 반독점 규제가 이어지면 주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주가 부담에 ‘IT 버블’을 떠올리는 경우도 적잖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11월 2일 최근 2년여 동안 고수해 온 미국 기술주에 대한 투자 의견을 수정했다. ‘비중 확대(overweight)’에서 ‘중립(neutral)’으로 변경한 것. “미국 기술주를 매도해 차익을 실현할 시기”라는 판단이다. 2016년 미 대선 이후 기술주를 추종하는 대표 상장지수펀드(ETF)는 약 4년간 135% 뛰었고,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 종합지수는 111% 상승했다.
JP모건의 미슬라브 마테츠카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미국 기술주의 상대적인 강세 흐름이 약화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현재는 “2000년 IT 버블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대니얼 이브스 웨드부시증권 디렉터는 “과거 상당수 IT 기업이 성장성의 검증 없이 시중의 자금을 끌어 모았다면, 지금 증시의 주도주인 빅테크들은 모두 수익이 뚜렷한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5대 빅테크(MAFAA) 기업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지난해보다 평균 10%가 넘는 매출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금융정보 업체 팁랭크스는 최근 애플의 목표주가 컨센서스(증권사들의 추정치)를 125.81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10월 29일 종가 대비 9.10% 높다. 아마존의 목표 주가는 현 주가보다 17.53% 상향된 3773.89달러, 알파벳의 목표 주가는 16.33% 높은 1811.07달러다. 페이스북의 목표 주가는 303.68달러로 8.14% 상승을 예상했다.
김중한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주식시장에서 빅테크주에 투자하지 않을 거라면 다른 자산으로 투자처를 옮기는 것을 추천한다”고 단언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선진국 증시에서 가장 많은 현금과 안정적인 캐시플로를 보유한 기업이라는 것. 이들 글로벌 플랫폼의 폭락은 곧 증시 상승장이 꺾일 것이라는 의미이므로 채권, 원자재 같은 다른 대체자산으로 눈을 돌리라는 것이다.
향후 저금리(풍부한 유동성) 기조가 훼손될 경우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 그러나 아마존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증명한 것과 같이 장기적인 주가는 회사 자체의 경쟁력에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 역발상으로 “외부 요인으로 인한 조정은 글로벌 플랫폼의 훌륭한 진입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5대 종목 중 2021년 최대 유망 종목으로는 페이스북을 우선 추천했다. 왓츠앱과 인스타그램의 수익성 개선을 주목하며 ‘추수의 시기’가 다가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선택으로는 아마존을 추천했다.
미국 → 중국? 빅테크 주도주 바뀌나
임민영 한국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장은 “최근 달러 약세와 바이든 시대를 맞아 미국 중심의 투자에서 신흥국으로 투자 대상이 다변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서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바구니 품목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11월 4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매수한 미국 주요 기술주는 애플(18억6759만 달러)이다. 이어 아마존(8억7068만 달러), 마이크로소프트(5억7251만 달러), 알파벳(4억700만 달러), 페이스북(1억6577만 달러), 넷플릭스(5616만 달러) 순이다.
그러나 미국 대선 직후 매수 상위 종목이 크게 요동쳤다. 중국 기술주 투자 열풍이 단연 눈에 띈다. 1위 테슬라에 이어 2위 니오, 3위 애플, 4위 샤오펑, 5위 아마존 순이다. 니오와 샤오펑은 중국 전기자동차(EV) 제조업체들이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이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퇴출을 선언한 데다 내년 바이든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미·중 갈등 리스크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쏠린 결과다.
그러나 섣부른 ‘묻지마 투자’의 우려도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테슬라의 그림자 효과로 중국의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것인데, 리스크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니오, 샤오펑, 리오토 등은 중국 상위 15위 안에도 들지 못하는 중소 업체이며, 중국의 현재 전기차 점유율은 5% 수준의 초기 단계로 향후 누가 승자가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단계라고 지적했다. 중국 빅테크 선두주자인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현재 반독점 이슈에 휘말려 가치 절하의 리스크가 있다. 전 소장은 중국 전기차의 미래에 투자하고 싶다면, 중국의 전기차 1위 기업인 바이두가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다고 추천했다.
mini interview
임민영 한국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장
“아마존·애플은 중위험·중수익 상품”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은 현재도 좋은 기업이고, 미래도 밝습니다. 다만 2020년과 2021년의 투자법은 달라야 합니다.”
임민영 한국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장은 근래 잇따르는 ‘IT 공룡’의 버블 논란에 대해 “앞으로도 성장성이 기대되는 메가트렌드의 본질적 가치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다만 이전 상승률에 비해 눈높이를 낮출 것을 주문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주식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다고도 덧붙였다. 삼성전자 및 아마존, 애플 등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 그는 “국내 개미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삼성전자를 많이 샀는데 현명한 선택이라고 본다”며 “여타 주식은 주가의 급등락을 견디기 힘든데 삼성전자는 기다릴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마존 역시 삼성전자와 같은 일종의 가치주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위기가 지나가면 언젠가 가치를 회복할 자산이라는 신뢰가 형성됐음을 주목했다.
그러나 2021년, 백신 개발과 경기 회복에 따른 금리 인상 움직임은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더욱 키울 것으로 내다봤다. 자칫 수익을 얻기보다 잃기 쉬운 장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대형 우량주도 무조건 장기 투자로 접근하기보단 중단기적으로 이익을 실현하며 투자할 것을 권했다. 최근 달러 약세로 미국 주식에서 신흥국인 중국과 우리나라 주식으로 자금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미 기술주로 대표되는 성장주의 질주는 폭증한 유동성이 바탕이 되고 있는 만큼, 금리 인상 시 상대적으로 큰 조정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올해는 투자의 중심이 미국이었다면, 새해에는 신흥국 등으로 투자처를 다변화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4차 산업혁명 주식과 관련해선 정보기술(IT) 기업뿐 아니라 친환경 에너지 관련 산업으로 관심을 확장할 것을 추천했다. 이때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 종목도 챙겨 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은 바이든 시대, 유망 추천 종목으로 친환경 에너지, 친환경 자동차, 5세대 이동통신(5G)·인공지능(AI)을 꼽고, 선진국과 신흥국 주식으로 각각 베스트10을 제시했다.
선진국에선 솔라엣지, 엔페이즈 에너지, 캐나디안 솔라, 넥스트에라 에너지(친환경 에너지), 테슬라, GM(친환경 자동차), 엔비디아, AMD, 마이크로소프트, 퀼컴(5G, AI)이 유망 투자 대상으로 선정됐고, 신흥국에선 융기실리콘, 다초, 신의광능, 포스터(친환경 에너지), BYD, 장성자동차, 창신신소재(친환경 자동차), 텐센트, 샤오미, ZTE(5G, AI)가 추천됐다.
Investment Tip
‘미래의 아마존’을 찾아라
미국 증시를 주도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알파벳의 주가는 올해 훨훨 날았다. 연초 이후 10월 18일 기준 아마존은 78% 상승했고, 애플은 58%, 마이크로소프트는 39%, 페이스북 29%, 구글 16%의 쏠쏠한 수익을 거뒀다.
최근 3년 수익률은 무려 167.1%에 달한다(2020년 8월 28일 기준). 그런데 이들 위에 나는 ‘카테고리 킬러’가 있다. 미국 클라우드 커뮤니케이션 업체인 트윌리오(twilio)의 최근 3년 수익률은 825%, 글로벌 전자상거래 사이트 엣시의 수익률은 655.9%다. 이들 기업의 수익률만 놀라운 것이 아니다. 1000억 달러 이하의 중소형 플랫폼 기업을 선별해 만든 인덱스에 포함된 기업 중 약 50%가 대형 플랫폼 수익률을 상회했다.
다만 이들 카테고리 킬러의 경우 성장 과정에서 감내해야 할 리스크는 더욱 크다. 더욱 신중하고 면밀한 분석이 전제돼야 할 이유다. 장효선 삼성증권 글로벌주식팀장은 “카테고리 킬러는 아마존, 애플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투자”라며 “유망 기업이라면 우선 투자 대상에 체크해 두고, 백신 개발 등과 같이 외부 요인으로 주가 조정을 받을 때 바구니에 담는 것이 효과적인 투자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아크 이노베이션(ARK Innovation)’ ETF와 같은 초고성장주를 묶은 ETF를 활용하는 방안도 추천했다.
삼성증권이 제안하는 카테고리 킬러의 옥석 고르기를 위한 4가지 기준
1 메가트렌드인가
신산업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주는 최고의 테마다. 소비자의 행동양식 변화는 비즈니스의 지속 가능성을 크게 높여 준다. 전자서명, 온라인 데이팅, 반려동물, 홈 피트니스, 원격의료, 핸드메이드, 신약 개발 플랫폼, 프롭테크 등이 유망하다.
2 독과점이 가능한가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산업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개별 기업에 수혜가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3차원(3D) 프린팅, 태양광 등이 대표적이다. 독과점 기업의 경우 산업 성장에 따른 수혜를 독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선적인 고려사항이다.
3 대형 플랫폼과의 경쟁 유무
카테고리 킬러의 최종 경쟁자는 대형 멀티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가능하면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고 협력 관계를 구축한 기업이 유리하다.
4 낮은 침투율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테마가 활성화되며 전자상거래를 포함한 언택트 주식들이 단기 급등했다. 침투율이 크지 않다면 지속성 측면에서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동안 열리지 않던 시장이 이제 막 개화한 셈이다.
<자료: 삼성증권 '글로벌 플랫폼 바이블 3편'>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7호(2020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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